(국어)김시욱 수업기록.hwp
중세국어에서 지금까지
2019.11.18. 중세국어의 어휘와 표기, 세종어제훈민정음
김시욱 / 광동고 1학년 2반 star391139@naver.com
“선생님이 불치병에 걸렸어. 월요병.”
국어시간은 월요일 1교시, 정말로 힘든 시간이었다. 게다가 목요일 수능부터 연속해서 쉬었기에 오랜만의 수업이라 더욱 힘들었다. 선생님도 그러셨는지 월요병이란 소리를 하셨다. 역시 선생님이던 학생이건 수업이 힘들다는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오늘의 수업기록. 20번 손들어봐.”
“20번 김시욱이요!”
“......나야?”
난 놀랐다. 오늘 내가 수업기록이라는 것을 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수업기록 때가 오면 수업을 녹음하려고 했었지만, 그날 오늘이라는 것을 완전히 까먹은 나의 손엔 핸드폰이 아닌 노트만이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법, 오늘 수업엔 조는 것은 글렸다고 생각하며 선생님에 말에 집중해 받아 적기로 결심하였다.
“선생님은 목요일 날 수능감독관으로 갔다 왔어요.”
선생님은 수업하기 전, 수능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셨다.
“구리 쪽에서 감독관을 했는데, 끝까지 안 푸는 애들이 되게 많았어. 초반에는 다 열심히 풀다가 중간에는 엎드려서 자더라. 끝까지 푸는 애들은 많이 해봐야 70%정도?”
“다 수시로 대학가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래, 많이들 수시로 대학가더라. 감독하다가 한 놈은 1교시 국어만 풀고 자기는 수시로 대학 붙었다면서 집에 가버렸어.”
그런데 현재는 수시가 대부분이지만 우리 때 정시 비중이 40%이상으로 늘어난다는데, 과연 입시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들었다. 그래도 노력하면 되리라 생각하며 불안은 버려두고 공부나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중세국어의 어휘를 할 차례인가요? 예전에는 고유어가 되게 많았어요. 한자어 산이 고유어로 뭔지 아나요?”
“뫼요!”
“그러면 용이 고유어 뭔지 아니요?”
“드래곤!”
“무슨 전설의 레전드 같은 건가요? 용은 고유어로 미르랍니다.”
유민이가 이상한 말을 해서 모두가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밑줄 그을게요. 이웃나라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중국어, 몽골어, 여진어 등의 외래아가 들어오기도 하였다‘ 배추도 원래 한자어로 중국에서 온 거고, 송골은 원 침략기 때 몽골에서 온 거랍니다. 그리고 청나라는 이름에 호가 붙는데, ‘호박’도 ‘오랑캐 호‘자를 써서 호박으로 불리는 겁니다. 누가 호빵도 오랑캐 빵이냐고 그랬는데, 호빵은 호호 불어먹어서 호빵이랍니다.”
호박이 외래어라는 것은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호랑이는요?‘라는 질문을 할까 고민했지만 다시생각해보니 너무 터무니없어서 도로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표기 같은 경우는 받침표기는 지금의 가느다란 이명박이랑 같은데, 하나가 더, ‘ㅅ’이 추가됐어요. 그리고 만약 여러분들이 이때 태어났으면 받아쓰기 100점 맞았을 거예요. 예전에는 소리 나는 그대로 적었거든요. 밑에 ‘소리 나는 대로 적는 이어적기가 일반적‘ 밑줄, 이어적기는 연철이라고도 해요. 그리고 ’옆에 형태소의 모습을 밝혀 적는 끊어 적기도 쓰였다‘, 끊어 적기는 뭐라고도 부를까요?”
“병철?”
“끊어 적기는 분철이라고 합니다. 연철이랑 분철 중에선 연철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또 한자어에서는 ‘동국정운‘식 표기를 했는데, 동국이 우리나라를 말하는 거 아나요? 그러니까 동국정운은 우리나라의 바른 소리이죠. 킹 세종은 국어는 물론이고 중국어도 뛰어나서 훈민정음으로 중국어 발음에 가깝게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한자음에 초성, 종성, 중성을 필수로 하였어요. 그런데 점차 줄어들어서 지금은 쓰지 않죠.”
친구들은 ‘동국정음‘식으로 쓰인 단어들을 발음해보았다. 발음이 이상하고 신기하여 모두들 웃으며 소란스러워졌다.
“뒷장에 용비어천가를 봐볼게요. 용비어천가는 한글이 만들어지고 최초로 쓰인 작품인데 왕조를 찬양하는 내용이에요. 아부하는 사람을 보고 용비어천가를 부른다고 하죠. 저번시간에 ‘시’, ‘샤’하면서 나왔던 ‘육룡이 나르샤’가 여기에 나오는 구절이에요. 내용을 볼 건데 뛰어 쓰기가 없어서 보기가 힘들 거예요. ‘불휘기픈’에서 ‘기픈‘은 ’깊은‘을 이어적기 하였죠? 그리고 ’ᄇᆞᄅᆞ매’는 바람이란 뜻의 ’ᄇᆞᄅᆞᆷ‘이 ’에‘라는 조사와 합쳐진 거예요. 전에 ’에‘는 ’에‘와 ’에‘의 이형태였다고 말했죠? 앞의 모음에 따라 쓰였는데, ㆍ는 양성모음이니까 ’애‘를 쓰고 이어적기가 일어나 ’ᄇᆞᄅᆞ매‘가 된 게에요. 오케이? 너무 어려웠나?”
어려운 내용이 나타나니 애들의 반응이 현저히 떨어지게 됐다. 많은 애들이 졸린 표정을 짓고 몇몇은 엎드려 잘 준비를 시작했다. 나도 자고 싶었으나 지금 잠으로 인해 기록이 아닌 소설이 되어버릴 수업기록을 떠올리며 안간힘으로 버텼다. 그러던 중 궁금한 게 생겨 잠도 깰 겸 하나 질문을 했다.
“선생님, ‘기픈‘은 ’동국정음‘식 표기가 안 되어있는데요?”
“‘동국정음‘식 표기는 한자어에만 쓰여요.”
아, 그랬지.
“또 ‘됴코’가 있는데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아 ‘ㅈ’이 아닌 ‘ㄷ’이 쓰인 것입니다. 구개음화라는 게 말을 편히 하도록 위한 건데, 예전에는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문경세제에 정조 때 세워진 ‘산불됴심’이란 글자가 있어요....(이후 생략)”
그 후 선생님은 나머지 용비어천가도 설명해주셨다. ‘하다’는 ‘많다’라는 뜻, 글자 옆의 방점 등등 여러 내용이 있었다. 해석을 받았는데도 글은 어렵게 느껴졌다. 중세의 글은 현재와는 많이 달랐고 이게 국언가 싶었다. 그래도 우리 국어가 이런 시절도 있었다니 신기한 마음도 들었다.
“여러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세종어제훈민정음을 봅시다.”
이 부분은 아는 애들이 많았는지 ‘나랏말ᄊᆞ미듕귁에달아..’하며 읽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조금 알았기에 읽어 보았다. 혀를 굴리며 이상하게 말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나랏‘에서는 나라에 ’ㅅ‘이 붙었는데 과거에는 영어의 소유격처럼 ’ㅅ‘이 쓰였어요. 그래서 ’나라의’ 의미가 됩니다. ‘부처의‘는 예전에 ‘부텻’라고 썼답니다. .....(생략)........‘어린 百姓.’ 어린은 ‘나이가 적은‘이란 뜻으로 알고 있나요? 그러나 중세 국어에서는 ’어리석은‘으로 쓰였어요. 이것을 의미의 이동이라고 하죠. ....(생략)........또 ’니겨 날로‘에서 ’니겨‘는 익혀라는 뜻인데 두음법칙이 일어나지 않아 ’ㄴ’이 쓰인 것입니다. 아까 구개음화와 같이 두음법칙도 발음을 편의를 위함인데 중세에는 쓰이지 않았죠........(이후 생략)”
세종어제훈민정음에서 선생님은 ‘놈‘이 현재의 비하적 표현이 아닌 ’보통사람’을 이렀다는, 이것이 의미의 축소라는 것도 알려 주셨다. 이밖에도 ‘어엿비‘는 ’불쌍히‘라는 뜻을 가졌었고 과거 소유격을 나타낼때는 는 등 여러 설명을 해주셨다. 그리고 수업을 마쳤다.
오늘 배운 내용은 좀 어려운 면이 없잖아있었다. 저번시간에 배운 것은 그저 설명이라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갔는데, 직접 대입해보려니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나 어려운 만큼, 느낀 것도 있었다. 우리 국어의 과거 모습을 공부하며 지금에 국어를 만들기에 세종대왕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을 거쳤을 것임을 떠올렸다. 구개음화, 두음법칙 같이 사람을 더욱 편하게 하려고 변화를 거듭해온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시간 속에서 세상을 바꿔온 그 모습과 함께, 세삼 대한민국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난, 이제 시험이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 복습이나 해야겠다. 지금 공부해서 세상을 바꿔온 사람들과 같이 될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