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9일 금요일
문소영의 에세이 <광대하고 게으르게> 를 읽었다. 미술작품에서, 또 영화, 웹툰, 광고, 길거리 디자인을 비롯한 모든 시각 문화에서,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을
아한다. 기발하고 황당한 이야기를 특히 좋아하지만고 현실 정치, 경제, 사회 코드로 파고들기도한다.
나도 호기심이 많아 다양하게 이것저것 골라 읽는데 그래도 문학작품 비중이 크다. 이 책은 작가의 개성이 흠뻑 나타나는 에세이라 쉽게 접근하였다.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니까 말이다. 다만 내가 잘 모르는 영화나 화가가 많이 나와서 눈을 부릅뜨고 읽었다. 그래도 말하고자 하는 글의 맥락은 확실히 파악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잔혹한 호기심> , < '어머니의 심장 이야기' 가 싫다 > , <왜 우리 명절은 재미없을까> 라는 글이 특별하였다. 그리고 좋은 부분만 적는다.
* 166 쪽 ㅡ그냥 다 같이 나대고 다 같이 잘난 척 하면 안 될까? 서로의 나댐, 서로의 잘난 척을 관용하면서 '나도 잘나고 너도 잘났어', '아, 나 특이해. 어 너도 특이해' . 의 마인드로 산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열려 있고 다양하고 여유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 268 쪽 ㅡ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던 오래된 장난감 가게가 닫힌 것을 보면서 어렸을 때 그 가게가 단골이었던 한 동네 청소년이 이런 독백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언제나 거기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냉담하다 ㆍㆍㆍㆍㆍㆍ. 그래서 그 당연한 것들은 슬퍼하면서 어느 날 우리를 떠나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언제나 거기 있을 것 같았던 조그만 찻집 토담은 내 곁을 영원히 떠나버렸다. 그 후 나는 설탕에 절인 생강을 어디선가 먹을 때마다 [디 아위스]와 버지니아 울프뿐만 아니라 토담을 떠올린다.
* 282 쪽 ㅡ 그런데 삶을 가치있는 것들로 채우기 위한 노력이 현재의 즐거움과 계속 충돌하는 경우에는 어떰게 해야 하는지?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버드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그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주었다.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내 자신에게 물어왔습니다.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일을 할것인가? 그 대답이 '아니' 인 날들이 너무 많이 계속될 때마다 나는 뭔가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세요. (ㆍㆍㆍ) . 여러분의 시간은 유한하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허비하지 마세요."
그러고 보니 잡스가 2011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따난 지도 여러 해가 흘렀다. 지금 애플의 미래나 잡스의 생전 인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그가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일을 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서 또 현재를 즐긴 '메멘토 모리' 와 '카르페 디엠' 실천의 본보기였음은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오늘도 잡스의 이 말을 떠올린다.
"죽음은 삶이 만든 유일한 최고의 발명품인 것 같습니다. 죽음은 살의 변화를 가져오는 동력이니까요"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었다. 우리나라 여성작가로 손꼽을 만하다. 산문집을 내볼까 하는 나로서 굉장히 본받을 만하다. 작가가 지은 작품집을 꼼꼼히 읽어보고 싶다. <명화 독서> , <그림 속 경제학>, < 명화의 재탄생> , <미술관에서의 숨은 신화 찾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