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29: 마조의 일할
홍주 백장산 회해대지선사(마조에게서 법을 받다)
백장이 다시 마조를 참례하니, 마조가 선상 모서리에서 불자(拂子)를 집어서 보였다.
백장이 말했다.
“오직 이것뿐입니까? 다시 달리 있습니까?(只遮箇更別有)”
마조가 이에 (본래 있던 자리에) 갖다 놓으며 말했다.
“그대라면 이후에 무엇으로 사람을 위하겠는가?”
백장이 곧 불자를 집어서 보였다.
마조가 말했다.
“오직 이것뿐인가? 다시 달리 있는가?”
백장이 불자를 제자리에 갖다 놓고 곧 시중하고 섰다.
이에 마조가 악! 하였다.
후에 단신(檀信)이 대웅산(大雄山)에 머물기를 청하였는데, 바위산이 끝없이 드높았기에 백장(百丈)이라고 불렀다.
하루는 백장이 대중에게 말했다.
“불법은 적은 일이 아니다. 노승은 예전에 마대사에게 일갈(一喝)을 입고서 곧장 삼일동안 귀가 멀고 눈이 캄캄하였다.”
황벽이 듣고서 자신도 모르게 혀를 토하였다.
洪州百丈山懷海大智禪師。(嗣馬祖)再參馬祖。祖於禪床角。取拂子示之。師曰。只遮箇更別有。祖乃放舊處曰。你已後將什麼為人。師卻取拂子示之。祖曰。只遮箇更別有。師以拂子掛安舊處方侍立。祖叱之。後檀信請住大雄山。巖巒峻極。故號之百丈。一日師謂眾曰。佛法不是小事。老僧昔日被馬大師一喝。直得三日耳聾眼黑。黃蘗聞舉。不覺吐舌。
이 화두의 핵심은 두 분이 똑같이 대기와 대용을 펼쳤음에도 백장스님은 어째서 마조대사의 일갈을 먹어야 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나아가 삼일을 귀가 먹고, 이 얘기를 전해들은 황벽스님은 무심결에 혀를 토하였는데, 어째서인가? 이는 곧 저 세 분이 저마다 어떤 경지에 서 있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분은 같은 자리에 있었는가? 아니면 서로 다른 공부가 있었는가?
이것을 분명하게 꿰뚫으면 어찌 달을 보고 웃어 제치고 석양을 마주하지 않을 것인가?
선(禪)에서 불자(拂子)를 세우고 내려놓은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평소에 마조대사는 여러 대중에게 법문을 하면서 때로는 불자를 들어 보이고 때로는 내려놓는 모습을 보였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마침내 백장스님 또한 그것을 쓸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두 분이 똑같이 불자를 들어보이고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저 불자(拂子)인가?
사전적으로 불자의 용도는 말 그대로 먼지털이로 쓰거나 파리나 모기의 접근을 막는데 있는 물건이다. 막대기 한쪽에 말총을 묶은 것으로 후대에 가서는 흔히 선사들이 법상에서 그것을 들고서 법문을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저 마조선사나 백장스님이 들고 있는 불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불자인가?
당시에 백장스님은 저 불자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다고 하겠다. 이는 곧 마조선사의 법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마조선사께서 평소에 불자를 가지고 법문을 하시는데, 이것이 전부일까? 아니면 다른 깨달음이 또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에 백장스님은 어떤 공부를 짓고 있기에 거기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을까? 이것을 알려면 먼저 그 이전의 자취를 더듬어보아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일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일화
백장이 마조를 시중하며 산을 유람하던 차에, 들오리가 날아서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마조가 말했다.
“이것이 무엇인가?”
“들오리입니다.”
“어디로 가는가?”
“날아갔습니다.”
마대사가 백장의 코를 잡아 비틀었다.
백장이 고통스러워하며 소리를 질렀다.
“아야, 아야!”
마조가 말했다.
“날아갔다고 또 말해봐라.”
백장은 여기에서 계오(契悟: 깨달음에 계합하다)하였다.
百丈侍馬祖遊山次。見野鴨飛過。祖曰。是甚麼。師曰。野鴨子。曰甚麼處去也。師曰。飛過去也。祖搊師鼻頭。師負痛失聲曰。阿耶耶。阿耶耶。祖曰又道飛過去也。師於此契悟。 (또는 ‘丈於言下有省’이라고 하였다.)
당시 백장스님은 마대사께서 법석에 오르기를 기다리며 여러 대중들과 함게 좌복을 깔고 앉아있었다. 그런데 막상 마대사께서 법석에 올라 자리에 앉자마자 곧 일어나서 좌복을 거두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마조선사도 법석에서 내려와 방장실로 돌아갔다.
왜 백장스님은 좌복을 거두었을까?
어제 비틀린 코가 다시 아파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옛 사람은 게송하였다.
들오리여, 들오리여, 감도 없고 옴도 없으며
날아가고 날아와도 본래 가고 머무름이 없다.
홀연히 (마조가) 코를 잡는 것을 살핀다면
산하대지가 전체를 드러내리라. (태평 고)
野鴨野鴨無來無去。飛去飛來本無去住。
忽然把住鼻頭看。大地山河全體露。(太平古)。
또한 노래하였다.
심등(心燈: 마음의 등불)을 건네주지 못하고
조인(祖印: 조사의 도장)을 또한 전하기 어렵다.
들오리가 날아감이여
코를 비틀어 뚫었다. (횡천 공)
心燈不可付。祖印亦難傳。
野鴨飛過去。搊得鼻頭穿。(橫川珙)。
둘째 일화
마조가 하루는 법당(堂)에 올라 법문을 하려는데, 백장이 면전에서 자리를 거두고 나갔다. 마대사는 곧 자리에서 내려갔다.
馬祖一日陞堂。百丈收卻面前席。祖便下座。
송나라 시대의 분양(汾陽)스님은 수산(首山)선사에게 물었다.
“백장이 좌복을 말고서 나간 뜻이 무엇입니까?”
“용수불개전체현(龍袖拂開全體現).”
“모르겠습니다. 선사의 뜻은 어떠합니까?”
“상왕(象王)이 가는 곳에 여우의 자취가 끊긴다.”
분양스님은 여기에서 살피는 것이 있었다.
절을 하고 일어나서는 말했다.
“만고벽담(萬古碧潭)의 공계월(空界月)을
두세 차례 건져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네.”
師問首山。百丈卷席。意旨如何。山云。龍袖拂開全體現。師云。未審師意如何。山云。象王行處絕狐蹤。師因此有省。拜起曰。萬古碧潭空界月。再三撈摝始應知。
참고로 ‘용수불개전체현(龍袖拂開全體現)’에 대해서 한국의 두 큰스님의 번역을 소개한다.
용수불개전체현(龍袖拂開全體現)이요
수미도탁반공중(須彌倒卓半空中)이로다.
곤룡포(袞龍袍) 소매를 떨치니 전체가 드러나고
수미산이 반공중에 거꾸로 꽂힘이로다. (성철스님 번역)
용수불개전체현(龍袖拂開全體現)이요
수미도탁반공중(須彌倒卓半空中)이로다.
임금이 용상에 올라 소매를 잡아 여는데 전체가 드러남이요.
수미산이 반 허공중에 거꾸로 꽂힘이로다. (진제스님 번역)
여기에 대해 나라면 이렇게 번역하겠다.
용이 소매를 떨치고 (문을 활짝) 열어 제치니 전체가 드러나고
수미산은 절반쯤 공중에 거꾸로 서 있다.
龍袖拂開全體現 須彌倒卓半空中
만약 당시에 백장스님이 좌복을 거두고서 나간 뜻을 알고자 한다면 이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만약 이 두 일화를 깊이 살피지 않았다면, 어찌 저 마대사의 일갈을 만나기가 쉬울 것인가?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백장스님은 물었다.
“오직 이것뿐입니까? 다시 달리 있습니까?(只遮箇更別有)”
참고로『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서는 이렇게 적고 있지만 다른 여러 어록에서는 다르게 적고 있다.
곧 ‘즉차용이차용(即此用離此用)’이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그대로 번역하면, ‘이것에 즉한 작용입니까? 이것을 떠난 작용입니까?’이다.
이는 곧 ‘마대사의 극칙은 결국 이 안에 있습니까? 아니면 이밖에 또 다른 것이 있습니까?’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마조대사께서는 돌연히 일갈(一喝)을 하였다. 그 소리는 곧장 백장스님의 골수에 까지 파고들어서 삼일을 귀가 멀 정도였다. 마치 산 정상에서 벼락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백장스님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설령 그 소리가 모기소리만큼 작다고 해도 그만한 사람에게는 천둥소리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겠다. 이미 마조대사가 보인 것과 똑같은 작용을 펼쳐 보이는 역량이 있었음에도 어째서 다시 귀가 막히는 일이 생기게 되었을까?
여기에서 묻고 싶다. 당시에 백장스님은 저 ‘노파소암’의 두 늙은이의 경계 밖에 서 있었는가? 아니면 그 안에 있었는가?
결국 마조대사께서 일갈을 한 뜻이 어디에 있으며 백장스님은 어째서 삼일을 귀가 먹었을까?
옛 사람은 게송하였다.
마조가 친히 고불심(古佛心)을 전했는데
해선백장(海禪百丈)은 지음(知音)이었다.
당시 일갈에 삼일을 귀먹었으니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음으로 곧 지금에 이르렀다. (지혜 청)
馬祖親傳古佛心。海禪百丈是知音。
當時一喝聾三日。無見無聞直至今。(智海清)。
끝으로 한 구절 적는다.
삼일을 귀가 먹음이여
조계의 파도물결과 비슷해서는
무한평인(無限平人)이 육지에 침몰하리라.
한 소리가 허공을 울리고 천지를 채우니
듣는 자는 모조리 멸문이다.
고림선원에서 취산 합장
첫댓글 네ㅡ 잘 읽ㅇㆍㅆ읍니다
한소리가 허공을 울리고 천지를 채우니 듣는자는 모조리 멸문이다
잘 읽었읍니다 ( () )
백장이 7ㅜㄹ자를 제자리에갖다놓고 곧 시중하고 섰다
이에 마조가 악 하였다
참으로 멋진 말입니다
마조가 코를 잡는것을 살핀다면
산하대지가 전체를 드러내리라
마조가 코를 잡는것을 살핀다면
산하대지가 전체를 드러내리라
네ㅡ
감사합니다
네ㅡ 감사합니다 (합장)
조계의 파도 물결과 비슷해서는 무한평인을 육지에 침몰하리라 ㆍ
(합장)
코를 잡는것을 살핀다면 산하대지가
전체를 드러내리라ㆍ
(합장)
마대사가 백장의 코를 잡아 비틀다
아야 아야
당시 일갈에 삼일을 구먹었으니 보는것도 없고 듣는것도없음으로 곧 지금에 이르렀다 ㆍ
(합장)
합장ㆍ
ㆍ
마조가 코를 잡는것을 살핀다면 산히대지가 전체를 드러내리라ㆍ
ㅡ합장ㅡ
마조가 법사에이르자 백장이 좌복을말고 나가다ㆍ
상왕이 가는곳에 여우의 자취가 끊긴다 ㅡ합장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