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여행블로거기자단
 
 
 
카페 게시글
남원 눈꽃축제 팸투어 후기 스크랩 [남원 가볼만한곳] 혼불문학관 - 최명희 소설 `혼불`을 눈으로 읽고 왔습니다.
싹수 추천 0 조회 169 15.01.25 05:57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혼불문학관  

 

전라북도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

 

 

 

 

 

노적봉을 오르려는 등산객들이 아침부터 잰걸음으로 혼불문학관 앞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도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중에 노적봉 산행이 있을 때 혼불 문학관 관람을 예약해봅니다.

 

 

 

 

 

 

 

노봉마을 서북쪽으로 뻗어내린 노적봉과 벼슬봉의 산자락 기맥을 가두기 위해 큰 못을 파고,

그 갇힌 기운이 찰랑찰랑 넘치게 한다면, 가히 백대천손의 천추락세향을 누릴 만한 곳이다하여

청암부인은 실농한 셈치고 2년여에 걸쳐 청호저수지를 만들었다.

 

 

"생산의 근원이 여기 있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그 이튿날 이른 새벽, 물안개 자욱히 피어 오르는 수면 너머 제방에 어떤 아낙 하나가, 두 손을 정성껏 모으고 경건하게 서 있다가 무릎을 꿇고 깊이 엎드려 절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비는 것이었다. 그 뒤로 사람들은 그 저수지에 존중하는 뜻으로 호수 호자를 붙이고, 청암부인의 택호 첫머리를 따서, 청호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과연 조개바위 음덕을 입어서 그런지, 웬만한 가뭄이 들어도 푸른 물 찰랑이는 청호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 혼불 중에서

 

 

 

 

 

 

 

 

 

 

 

 

얼마 전에 보고 왔던 주왕산 주산지와 닮음꼴인 청호저수지였다.

여름날 반영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그런 아름다운 곳!!

이른 아침, 한 줄기 붉은 햇살이 꽁꽁 언 저수지위에 비치고 있는 모습도 꽤 낭만적이다.

 

 

 

 

 

 

 

 

 

[남원 가볼만한곳] 혼불문학관 - 최명희 소설 '혼불'

 

 

 

 

회양목 이파리에 하얀 서리꽃이 피었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무서워졌어...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는 혹시 그 사람한테서 할머니의 눈매에 서려 있던 서리를 본 것은 아니었을까? 할머니의 서리. 그 허연 서리. 청암부인. 강모는 흐윽, 숨이 막힌다.    - 혼불 중에서

 

 

청암부인의 눈매에 서려있던 서리..... 그 서리도 이렇게 아름다웠더라면......

 

 

 

 

 

 

분수연못도 꽁꽁 얼어있다. 연꽃이 피어있는 여름에 꼭 다시 와봐야겠다.

 

 

 

 

 

 혼불 문학관 뒤편에 그네 있는 곳 주변에는 대나무가 심어져 있다. 효원이 사는 대실을 떠오르게 한다.  

 

 

"... 참. 이 마을엔 대가 많드구만요." (첫날밤 신부 효원에게 신랑 강모가 한 건넨 첫 마디....)

드디어 강모는 입을 떼었다. 깊은 강물 한가운데 가라앉은 것 같은 침묵의 물살에 그대로 떠내려가 버릴 듯한 위태로움을 무슨 말로든지 깨야만 할 것 같아서였다. 그는 아까,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서 검푸르게 울창한 대나무숲을 보았었다. 마치 그 숲은 몸을 솟구치며 함성을 지르는 것 같았었다. 그때 그는 왜 이 마을의 이름이 대실인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혼불 중에서...

 

조선 양반사회.... 그 양반에 아녀자가 포함되어 있는가?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조선후기.... 박경리의 '토지'에서도 최명희의 '혼불'에서도

인고의 세월을 억척스럽게 버텨내고  끈기를 가지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이어가던 사람은 여자였다.

'참을 인(忍)'자를 수백 수천번 마음에 새긴 그 여인네들이 있었기에 

망국의 풍랑 속에 견뎌낼 수 있지 않았을까?

 

종가의 며느리로 갓 시집온 효원,,,, 첫날밤부터 참을 인을 새겨야 했던 슬픈 운명.... 아~~ !!!

 

 

 

 

 

 

1910년 여름, 공사가 막바지를 향하여 치달을 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치듯 청천벽력, 천만 뜻밖에도, 팔월 스무아흐렛날(국치일), "조선은 망하였다."했다. '한일합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미처 실감도 하기 전에 매안에 저수지가 완성되었다. 오랜 공사 끝에 숙원하던 저수지를 얻은 매안은, 통곡 소리 진동하는 대신, 거꾸로, 짙푸른 하늘 아래 부시도록 하이얀 열두 발 상모를 태극무늬 물결무늬 휘돌리며, 북 치고, 장구 치고, 꽹매기, 징소리 한바탕 흐드러지게 어울어. 하늘에 정성껏 고사 지내고, 넘치는 기쁨을 부둥켜 안았다. 그리고 울었다.

 

"사람들은 나라가 망했다. 망했다 하지만, 내가 망하지 않은 한 결코 나라는 망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비유하자면 나라와 백성의 관계는 콩꼬투리와 콩알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록 콩껍질이 말라서 비틀어져 시든다 해도, 그 속에 든 콩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콩은 잠시 어둠 속에 떨어져 새 숨을

기르다가, 다시 싹터 무수한 열매를 조롱조롱 콩밭 가득 맺게 하나니."

백성이 시퍼렇게 눈 뜨고 살아 있는데, 누가 감히 남의 나라를, 망하였다. 할 수 있단 말이냐.

 

"우리 저수지 저 푸른 물 남실남실, 달고 시원하게 세세년년 솟아나서, 메마른 농토를 흠뻑 적시고 풍요로운 곡식을 생산해 낼 것이니."

아무도 우리를 망하게 할 수는 없다.   - 혼불 중에서

 

 

 

 

국화는 오상고절이라. 난만헌 봄 무성헌 여름을 마다허고, 그 온갖 잡꽃 핏기 좋은 시절에는 묵묵히 감추고만 있던 꽃을 찬 서리 내려서 다른 꽃 다 시들어 버릴 때, 서리발 속에서도 외로이 피어나 홀로 절개를 지키며 높은 향기를 뿜어야만 국화고.  -- 혼불 중에서

 

 

오늘도 국화는 오만하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하얀 서리를 모자 삼아 버티고 서 있다.

 

 

 

 

 

돌멩이마다 혼불문학관에 방문한 사람들의 소망이 정성스레 적혀있다.

그 소망 꼭 이루어지리라!!!

 

 

 

 

 

 

 

 

 

소살소살 ♬ - 겨우내 얼어붙었던 계곡물이 녹아 얼음장 밑을 흘러가는 소리

 

 

 교육관 바로 뒤편에  '소살소살' 녹아 흘러가는 얼음물이 있었다.  

 최명희 선생께서 사흘 밤낮으로 고심끝에 만든 의성어라고 한다.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이나 사건의 문맥에 맞는 최적의 낱말 하나를 찾았을 때 희열을 느끼곤 한다.

 

그렇다고 '소살소살' 이 낱말 찾는다고 혼불 10권을 다 뒤져볼 필요는 없다. 혼불에 나와있는 말 아니니까.

 

 

수천 수만 수십만 개 단도로 앙상한 제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겨울강의 빙판 저 언저리에 아, 아, 어느 날인가, 문득 연두 물빛 번지면서 소살소살 소살소살 발소리 들린다. 돌아오는 강물의 발소리인 것이다.

.............

그저 다만 그 돌아오는 강물이 촉촉하게 스며든 대지의 젖은 살은 긴 겨울의 무거운 비늘을 벗고, 꽃 비늘 벗고, 다투어 다투어 흐드러지게 피어날 뿐이다. 그러나 이 봄 무르익어 여름이 넘치면 가을은 또 뒷 모습 보이며 흘러가고 꽃도 지고 잎도 지고 낙목한천, 다시금 겨울이 강물과 대지의 세상을 혹한에 내던지겠지.

그 도취와 상실과 아픔, 그리고 기다림과 견딤의 시간들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은 흡사 약재 숙지황처럼 느껴진다.

--- 최명희 <소살소살 돌아온 봄의 밤 강물이여> 중에서

 

 

 

 

 

 

[남원 가볼만한곳] 혼불문학관 - 최명희 소설 '혼불'

 

 

 

 

 

 

 

 

 

 

 

 

 

 

 

 

 

 

 

정해진 시간에 문화해설사님과 관장님의 해설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전시관 입구

 

 

 

 

 

혼불문학관 전시관에는'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꾸며놓았다.

 

 

 

 

 

 

나도 한때는 문학을 해보겠다고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다. 그 때의 기억들은 고스란히 나의 일기장에 남아있다.

작가 최명희도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소재노트를 사용했구나.

직접 읽어보니 10권의 방대함 속에는 수많은 소재에 대한 연구가 담겨있다.

소설 중간중간에 풍속에 대한 정의, 어휘의 의미 등을 딱딱하지 않게 자세하게 풀이해준다.

소설 속에 녹아있는 독자에 대한 최명희의 배려심은 이 소재노트를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단오날 정오에 캔 약쑥 익모초가 제일 좋지. 약효가 그만이라." 하며 들에 나가 어울려 캐 온 약쑥과 익모초를 헛간 옆구리 그늘에다 널어 말리던 어머니. 오류골댁 손과 저고리 배래 그리고 치마폭에서는 쌉싸하고 상긋한 풀내가 났다 . 익모초. 암눈비앗.

이름 그대로 부인들, 특히나 산모와 어머니를 이롭게 하는 이 월년생 초본 두해살이 풀은 네모난 줄기와 부드러운 순, 꽃, 잎, 열매 모두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약으로 쓰이었다. 침침하여 어두운 눈을 밝게 해 주고, 여인의 경맥을 조절해 주며, 피를 활발히 돌게 하며 정혈을 돕는데다가 부종에 잘 듣고, 만성맹장염이나 유방의 염증, 그리고 대하증과 신장 이뇨에 유용하게 쓰이는 이 익모초는, 젖몸살과 산전산후혈 자궁출혈 자궁수축 같은 부인병에 없어서는 안되는 약재였다. 또 이는 여인의 몸을 따뜻하게 해 주며, 이 약을 환으로 지어 장복하면, 생리불순으로 아리 가지지 못한 부인이 임신을 하게 된다 하였다.

꽃에 꿀이 많아 벌떼들이 잉잉거리며 하루 종일 맴도는 꿀풀이면서도 그 생즙은 독하리만큼 썼다. 오죽해야 '익모초 쓴맛'이라 하리. 그러나 그 쓴맛이 밥맛을 끌어당기니 묘한 일이어서, 한여름 폭염에 시달리느라고 입맛이 떨어지면 기응은 확독에다 시퍼렇게 찧어낸 익모초 생즙을 한 대접씩 벌컥벌컥 마시곤 하였다.

"유월 유두날 익모초를 먹으면 더위를 안 탄단다. "

습기가 많은 곳이라면 어디든지, 들판이나 밭두둑 혹은 울타리밑, 가리지 않고 우불하게 자라는 익모초를 뽑아 찧어 오류골댁은 동글동글 끝도 없이 환을 짓곤 하였다. 녹두알만씩 한 환약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또 익모초즙을 불에 달여 엿처럼 만들어 먹기도 했었다. 그래서 여름날의 무명옷 올 사이로는 익모초 진초록 쓴맛이 쌉쏘롬히 배어들

어, 오류골댁이 소매를 들어올리거나 슥 옆으로 지나칠 때, 또 가까이 다가 앉을 때면 냇내처럼 그 쓴내가 흩어졌다.

익모...

그 말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에이어 강실이는 우욱 치미는 울음을 삼킨다.   - 혼불 중에서

 

 

 

익모초(益母草) - 이 낱말에 대한 설명의 양이 대단하다(밑줄)

소설책 속에 이런 백과사전식 낱말풀이가 있다고 할 바가 아니다.

어쩜 이렇게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살살 긁어준 뒤에 소설 속 사건속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미끄덩미끄덩~♬) 다시 몰입하게 해줄 수 있는지...

 

 

 

 

 

 

 

 

 

 

 

 

 

작가 최명희의 집필실을 재현해놓은 곳이다.

 

 

집필실 주변에 취재수첩, 육필원고, 만년필, 각종 상장과 상패 등 작가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또한  '혼불'의 소설 속 사건 연보, 작가의 생애 등이 벽면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 < 이 글은 남원시 초청 팸투어를 다녀와서 작성된 것입니다.>  ★ 

 

 
다음검색
댓글
  • 15.01.25 15:37

    첫댓글 사진의 느낌이 참으로 따스합니다^^

  • 작성자 15.01.26 10:13

    혼불 소설의 내용을 조금은 알아보니
    좀더 이곳의 의미를 제대로 알수 있겠더라구요!!!

  • 15.01.25 19:07

    와~~~ 포스팅 정말 멋집니다.
    꼼꼼한 설명과 함께 옮겨준 사진이 정말 좋으세요~~

  • 작성자 15.01.26 10:15

    혼불 제대로 못 읽어봤지만 제 생각을 쭉 나열해 봤답니다. 감사합니다 ^_^

  • 15.01.26 17:56

    섬세한 글과 멋진 사진들 원더플 입니다.

  • 작성자 15.01.26 21:44

    과찬이십니다. 남원여해을 통해 얻은게 참 많아요!ㅎㅎ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