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발톱 두개
커다랗고 둥근 눈과 둥근 갈색 눈동자,
두 개로 갈라지는 새끼발톱을 물려받았다
초가집은 기와집으로
한 뙈기 땅은 열 뙈기로 늘어감에 따라
몸 안에 작은 병은 무게를 더해갔다
부유해지는 재산을 몸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
이별 없이 돌아온 곳으로 돌아 간 할머니,
비녀를 뒷마당에서 주웠다
열한 살, 가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자리에 버렸다
물려받지 않아도 물려받았다
두 갈래로 갈라지는 발톱
뽑아내도 다시 자라는 끈질긴 유전遺傳
여자라는 진실을 알아채는데 오래 걸렸다
물려받는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직도 알지 못하는데
산딸기를 한 통 가득 따온 엄마
도시락 통에 밥풀이 몇 알 돌아다녔다
한개 두개…… 봉당에 앉아 밥알을 세었다
어느새 산딸기 꽃이 피어 꿀벌이 날아들곤 했다
풋풋한 심성이 향기를 품던 시절이었다
삶에 순종하는 마음이 없어
도시락 통에 달라붙은 밥풀을 숭배할 줄 몰랐다
끊임없이 삶을 바꾸고 싶었지만
곧 돌아갈 곳을 찾아 서서히 병들어 갔으며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는 비결을
아름답고 조용한 방에 적어 두었다
개구리를 잡아다 군불에 구워 뒷다리를 먹여주던 할머니
동그랗게 눈을 뜨고 고소하게 살을 뜯었다
남의 살을 뜯어 먹으면서 울지 않는 야만을 배웠으며
악의에 때때로 눈 감을 거라는 걸 예감했다
너는 너일 뿐이라는 단호한 방어막을
물려받고 오랫동안 울었다
나에게서 벗어난 영혼
여전히, 밥풀을 숭배할 줄 몰라
슬픈 꿈을 계속 꾸며 절망으로 가라앉을 때는
새끼발톱에 버려진 할머니 비녀가 조그맣게 자란다
201703. 모던포엠신인상수상
첫댓글 대를 이은 유전은 단순한 유전만은 아니겠지요
대와 피로 이어진 정과 사랑과 삶 또한 이어지는 것이겠지요
어쩌면 애틋할 수 있는 할머니와 시인과 또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미묘한 "이어짐"을 감지하며
새끼발톱에서 자라는 할머니 비녀를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시는 군요
좋은시 잘 읽었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여자의 일생같은 겁니다.~ㅎ
멋진 시에 한참을 머뭅니다
문운, 창대 하시기를 바랍니다
머물러 주심에 고맙습니다^^~
유전의 깊은 연결고리를 음미해 봅니다
고운 시 잘 읽고 갑니다
든든한 후원자와 같으세요
머물러 주심에 고맙습니다.^^~
닮았다는 것은 우리에겐 속일 수 없는 생애의 유전이지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닮지 않았다고 했고..
또 기억속에 가물기물 한지 오래인데
할머니랑 닮고 엄마랑 닮고
또
아이들이 저를 닮고..
조금씩..자신을 후세에 남겨두네요..
머물러 주심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