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이야기 ③
몸의 시위를 당기자!
- 국궁장에 가다
어둠이 내리면 시간이 정지된 섬, 남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멍때림으로 각광받는 곳이다.
그렇지만 난 도시가 좋다, 사람 구경이 좋다.
휴일이면 읍내로 마실을 간다. 낯선 곳….
특별히 할 일도 목적지도 없다.
이곳저곳 들러보다 공원 옆 국궁장을 발견했다.
‘금해정’….
전국 활터 이름은 ‘대’아니면 ‘정’이다.
왜일까?
이유는 알 수 없다.
‘정’은 경기를 즐기는 관전자,‘대’는 궁사에게 방점을 둔 명칭이 아닐까….
잘 정비되어 있다.
조명시설도 있어, 야간 개장도 한다.
퇴근 후 찾는 궁사들도 많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궁.
건강에도 좋고, 아이들 집중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조선시대 활쏘기가 유행했다.
선비들 문무겸전, 백성들 체력증진…. 외침에 대비한 유비무환 정신…?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기였다. ㅋ
선의로 해석하자.
도박이 아닌 재미를 위한 양념.
그들의 후손인 여러분도 골프, 파크골프, 당구…. 점심이라도 걸어야 투쟁심이 생기지 않는가?
데이비드 리가 즐기는 스피드 워킹도, 근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기 전까지는 영국 귀족들 도박놀이였다.
잘 걷는 하인들에게, ‘누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이 아니라,
‘누가 더 멀리까지 걸어 가느냐’에 배팅하는….
ㅋ 갤러리는 말타고….
국궁과 걷기는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물론 내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쏘려면 먼저 시위가 잘 당겨진 활을 든다.
맞히고자 하는 과녁을 뚫어지게 째려 본다.
화살을 시위에 걸어, 힘차게 당겨 쏜다.
과녁을 뚫는 희열에 휩싸인다.
느슨한 시위에 화살을 걸면, 화살촉이 발끝에 박힌다.ㅋ
잘 걷는 것도 마찬가지다.
몸의 시위를 팽팽하게 만든다.
건강의 화살을 재어 힘차게 당겨서 쏜다.
꿈은 이루어진다.
육체의 시위를 당기려면
흉식호흡과 동시에, 세상의 모든 기운을 항문으로 빨아들여라.
중심이 배꼽으로 쑥 올라간다.
골반을 중심으로 하체와 상체를 연결하는 코어근육이, 위로 위로 향한다. 허리가 쑥 펴진다.
동시에 가슴을 최대한 부풀리는 흉식호흡을 같이 하라.
척추를 둘러싼 코어 근육이 더욱더 위로 당겨진다.
가슴이 활짝 열린다.
척추가 또 한번 바로 선다.
중심이 또다시 쑥 올라간다.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순간 조류인 듯 착각한다.
그러나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걸어가면서 반복 실행하는 것도 좋다.
끝으로 건강 화살을 시위에 걸어, 당기고 쏘는 과정이다.
몸의 중심선이 일자가 되면 무릎 뒤 오금을 뒤로 당겨, 그 탄력으로 발을 내디뎌라.
활시위를 당기고 놓을 때, 활의 지향하는 방향선과 일치해야 한다.
발끝도 무릎도 마찬가지다.
골반도 오금과 함께 시위를 당기고 놓는 느낌으로 걸어라.
이 글 만으로 잘 걷기는 힘들 것이다.
틀려도 좋다.
육체의 시위에 수만 발의 화살을 재어, 온 사방에 마구 날려라.
건강의 열정을 쏘아라.
눈먼 화살이 호랑이도 잡을 수 있다.
그날이 오면 육신의 궁으로 건강 과녁을 꿰뚫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해운대 장산 입구 대천공원에는 육체의 시위를 당기고 쏘는 활터가 있다.
그러나 지갑 없이 다녀도 늘 배부른 타짜가 출현해도 좋다.
멋진 국궁장이 또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다음 칼럼은 남해이야기 네 번째 ‘슬기로운 유배생활’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