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방송인에게 치명타다. 그렇지만 거짓말 또는 심지어 범법행위를 하고도 한 동안의 잠수 후 버젓이 방송하는 연예인도 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20년 째 안 되는 것일까. 또한 사회 고위층의 거짓말엔 관대한 국민 정서가 한 개인에겐 이토록 지리하게 가혹해도 되는 것일까,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얼굴도 근육질 몸매도 내 취향은 아니라서 그의 쇼를 바라 보고 있을 일이 없었으니 단 한 소절도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가 없다. 떠오르는 그의 히트곡 제목조차 없다. 그러나 원조 아이돌 세대로서 한창 때에 김건모나 신승훈만큼의 인기를 누렸기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노래는 전혀 몰라도 못 들어 봤을 리 없는 그 이름, 유승준이다.
그가 외교부 상대로 두 번 째 입국 허가 소송을 냈단다. '입국을 불허할 이유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났음에도 당국이 비자발급을 하지 않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차별이나 괘씸죄 밖엔 없다. 공적 임무가 공평성을 외면한 바탕엔 '국민정서'가 있다. 비자라는게 입국 허가 심사후 발급되는 거니 외교부 자의적 판단도 가능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범죄자도 반정부인사도 아니지 않는가?
준 공인, 연예인이라서 엄격해야 한다는 건가. 성폭행, 도박, 마약, 탈세 등의 범죄 연루 연예인도 예전엔 3년 요즘은 고작 1년의 자숙 기간 후 방송 복귀하는 사례로 비교해 볼 때, 단지 '군입대 하겠다'는 발언을 어긴 미국 시민권 취득이 대한민국 입국 금지 처분으로 이어질만큼 대역죄인가.
그에게 '죄'가 있다면 방송멘트를 가볍게 본 것과 우리 국민에게 있어 '병역'의 의미를 간과한 것이다. 예전에 가수 싸이는 군대 생활 중 외부활동도 했다는 이유로 군 생활를 두 번 해야했다. 자신의 커리어가 달린 일인만큼 결단했던 거였다. 그리고 그 결정은 옳았고 전역 후 인기를 유지했다. 그러나 싸이의 군 태업을 모르쇠한 상관들이 처벌 받았다는 기사는 못봤다.
그런데 여기서 역시 심각한 이중잣대를 본다. 정치인들, 고위공직자들이나 부자들, 특히 보수 참칭 부류나 그의 자식들 중엔 병역 미필자가 득시글하다. 면제 사유도 '눈 가리고 아웅', 진단서야 그들 인맥을 통해 받았을 게 뻔하지 않나? 공인된 거짓말들이나 다름없다.
특권 부류에게 총알받이는 노예들의 일로 인식될테고 단체 생활이란 개돼지와 한 우리를 써야 하는 거니 거짓 진단서 등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하여 군면제 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 대통령 당선인도 납득하기 어려운 군면제 사유가 공개되었으나 대통령으로 입성했다.
고위공직자들은 국민 삶을 결정하는 자들이다. 선거용 선심성 거짓말들과 사적 거짓말들도 많은데 국민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업무용 대국민 사기는 엄청난 혈세 낭비로 이어지지만, 기사화 되어도 국민들은 무덤덤한 편이다. 기득권층의 거짓말엔 관대하면서 군입대 관련 유승준의 거짓에만 유독 가혹한 것은 확실한 이중잣대다.
대국민 기자회견으로 약속한 것도 아니고 방송용 멘트였을 뿐인데 왜 국민은 광분했고 외교부는 계속 그걸 고려하는 것일까?
국민이 준 사랑에 대한 배반으로 느껴지는 국민 정서는 당연하다. 속은 거에 대한 비난의 자격도 충분하다. 그 응징으로 음원이나 음반 구매를 중단하고 방송계에 그의 퇴출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면 연예인으로서는 위축될테고 자진해서 활동을 접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국민의 공분은 이해가 되는데 입국 불허 입장을 고수하는 외교부의 작태는 비이성적이다. 어떠한 차별이나 편견도 개입되어서는 안되는 공적 업무 아닌가? 불법 취업의 우려로 비자 발급할 수 없다고 한다는데 벌어지지 않은 일로 미리 단죄하는 비합리성을 보이고 있다. 혹여 취업했다면 바로 추방하면 될 일 아닌가. 이건 감정적 대응을 넘어 개인에 대한 인권유린이다. 오히려 강대국 시민권에 대한 정치 경제적 속국의 열등감에 기인한 뽄때를 보여준 대응이거나 심하게 국민 눈치를 보느라 공평성을 잃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추측컨데, 유승준이 연예활동을 하기 위해 들어 오려는 건 아니라고 본다. 받아들여줄 국민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그가 잃어버린 존엄성과 평등권을 복원하기 위해 이런 지속적인 험난한 싸움을 한다고 본다.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자로서 미국 당국에 외교적 협상을 요청해 보는 등 이 사안을 국제화 시켜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그가 한국 외교부 상대 두 번 째 제기한 여권 비자 발급거부취소 청구 소송의 판결이 상식적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