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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센터 명의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외교 문서를 국가유산청에 전달했다. 세운4구역의 고층 건물 개발로 인해 세계유산인 종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고 명시하며 영향평가를 반드시 받도록 권고했으며, 세계유산영향평가(HIA)와 관련해 센터와 자문기구의 긍정적인 검토가 끝날 때까지 사업 승인을 중지할 것을 명시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페이스북에 '종묘 앞 재개발, 정 밀어붙이시려거든 세계유산영향평가라도 받읍시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오세훈 시장께선 지금이라도 유네스코가 권고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절차를 정식으로 밟고, 전문가와 시민 등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자리한 도시는 연간 최소 약 3천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다는 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종묘의 역사와 경관이 만들어내는 경제·문화적 가치는 이미 도시 전체의 브랜드이자 장기적 공익의 기반"이라고 강조하며, "그렇다면 세운4구역의 높이 제한 완화가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를 감수할 만큼 이익이 큰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 말해 '연간 최소 약 3천억 원의 이익보다, 규제 완화가 가져올 이익이 더 클 것인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구청장은 또 "1995년 서울시는 유네스코에 '종묘 인근에 고층 건물을 짓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했다"며 "지금의 종묘 일대 세운4구역 재개발을 강행한다면 개발의 문제만이 아니라 공공성과 일관성을 잃은 서울시 행정의 실패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높이 계획 변경에 문제를 제기하자, "선정릉은 문제없고 종묘는 안 되는가"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세계문화유산인 강남 선정릉은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강남 CBD 핵심 권역 내에 있지만,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정릉으로부터 약 250m 지점에는 포스코센터빌딩(151m)과 DB금융센터빌딩(154m)가 있고, 약 500~600m 지점에는 초고층빌딩인 무역센터빌딩(227m)가 있지만 세계문화유산 등재(취소)가 문제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정릉 세계문화유산 코어존과 버퍼존(코어존에서 100m 이내 지역)이 지정돼 있고, 버퍼존의 건축물 높이는 앙각 27도 이하로 제한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
종묘 사진작가로 유명한 배병우 사진작가는 매일경제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경직된 문화유산 규제가 서울을 재미없는 정체된 도시로 만들 수 있으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감탄했던 종묘 풍경은 정전에서 시내를 바라본 게 아니라 월대 밑에서 정전을 바라봤을 때 일직선상의 미니멀함"이라며 "정전은 앞면이 중요하지, 정전에서 세운상가 보는 방향은 큰 상관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정전을 찍을 때만 해도 나무가 별로 안 컸는데 지금은 꽤 자라 숲이 됐다"며 "종묘광장공원에서 종묘 입구까지 거리가 상당하고 또 입구에서 정전까지 거리가 수백 m라 시내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고 해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경복궁 근정전 앞 중앙청 철거 당시에도 시내를 바라보면 세종로 빌딩 숲이 보인다며 많은 이가 처음엔 반대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드라마틱한 풍경에 명소가 됐듯이 세운지구 일대 재개발과 공원과 녹지를 조성해 남산과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개발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종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지지했다.#
서예가이자 현대 미술가인 김종원 전 경남도립미술관장은 “정부 관료들이 종묘의 신성성과 민족정기를 논하며 신비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통은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종묘가 과거의 시대정신인 유교 미학의 최정점이라면 이것이 현대의 시대정신과 맞닿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럽의 오래된 성당도 이제 종교적 체험보다 심미적 체험의 대상이고 종묘도 그렇다. 서울시의 계획이 과연 심미적 체험에 최선인지 차분히 따져보되, 정치 논리나 ‘무조건 보존’이라는 교조성은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
디자인 평론가 최범은 “종묘 문제를 민족 정체성과 직결시키는 건 무리”라면서 “우리는 대한민국이지 조선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국가 정체성과 문화유산 존중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종묘의 신전 건축으로서의 독특하고 탁월한 미감과 영적 분위기는 여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유산 정책은 핵심 가치의 보존과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라며 “종묘의 주된 가치가 그 안에서 보는 경관에 있다면 바깥의 고층건물이 안 보이는 쪽이 좋을 것이다. 반면에 그 가치가 ‘도심 속 숲에 둘러싸인 비밀스러운 공간으로서의 분위기’에 있다면 주변에 고층빌딩이 있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경제적 차원에서도 고층 개발로 얻는 이익과 장기적 관광·문화적 손실을 비교해야 한다고 했다. #
종로구는 관내에서 불붙은 '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논란에 대해 서울시와 뜻을 같이한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본 사업은 종묘의 가치와 정체성을 지키고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종로의 역사성을 보호하는 사업"이라며 서울시 입장을 지지했다. 정 구청장은 "이 사업의 본질은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역사문화경관 녹지축을 조성하고, 종묘와 조화를 이루는 도시 스카이라인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종로구는 역사성과 도시미관이 공존하는 균형 잡힌 발전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행정적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종묘에 조상의 신주를 둔 대한황실후손단체 의친왕기념사업회는 "종묘를 정치권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의친왕기념사업회는 이날 고종 장증손인 이준 회장 명의 입장문을 통해 "누군가에게 종묘는 아름다운 건축물이고 누군가에게는 일대를 개발해야 할 부동산이지만, 조선 왕실 후손 입장에선 역대 신주가 모셔진 경건한 사당"이라며 "종묘 주변 개발 논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진영 가르기'로 번져 종묘를 폄훼하고 비하하며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 종묘의 후손으로서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에는 "국민은 프레임 나누기에 지쳐 있다"면서 "머리를 맞대고 종묘를 보존하고 동시에 세운지역을 어울리게 개발할 수 있는 상생의 현명한 지혜를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600년 역사와 전통이 숨 쉬는 사대문 안은 그 특색에 어울리는 개발이 있을 것"이라면서 "세운지역을 개발하는 서울시가 2025년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후손들에게 남긴다는 각오로 훌륭한 건축문화유산으로 개발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