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이도 여행이 아닌
소소한 나들이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어제 번외편으로 소소하게 나들이
가는 것 관련해서 잠깐 이야기 나눴었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그거 일정도 한 번 잡아보고
나들이를 어디로, 어떻게 가면 좋을지 이야기 나눠봐요.”
저번 시간 소소한 나들이로 관악산, 어린이 대공원,
한강 등이 어떨지 가볍게 이야기 나눴었습니다.
관악산에 가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어서
관악산 등산 의논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주호님이 지도와 함께 관악산 입구를 설명해주십니다.
"여기 보면 올라가는 입구가 있어요.
입구로 들어가서 올라가면 다른 길도 있기는 한데,
저는 거기는 안 가봤어요."
“그러면 주호님이 아는 길로 가야겠어요.
저희는 길을 하나도 몰라서
주호님이 알려주시는 길대로 따라가야 하거든요.”
“서울대학교 있고, 여기 옆에 입구로 들어가면 돼요.”
관악산 등산을 인증하는
수료증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먼저 지난 시간 이야기했던 것들을 토대로
주호님께 관악산 수료식을 제안드렸습니다.
“저희 지난번에 잠깐 이야기했던 수료장!
주호님이 관악산 마스터가 되어서
저희한테 수료장을 주는 거요.
주호님은 슬리퍼 신고도
정상에 올라가신 적 있잖아요.
이 정도면 정말 마스터라고 인정할 만하지요.“(은혜쌤)
“주호님 안내따라서 정상에 가면
주호님이 저희에게 수료장을 주세요.
인증서 형식으로요!
관악산 정상까지 간 거 그냥 남들한테 말하면
안 믿을 수도 있잖아요.”(준범쌤)
"조금 쑥스럽긴 한데…
나 혼자 산다에 보면 전현무가 한라산 갔었는데
정상에서 사진 찍고 기계에 인증해서,
수료증처럼 받는 게 있었어요.
우리도 수료증 주고 받는거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주호님)
"그러면 한 24일 25일 즈음 각자 편지도 쓰고,
올라가서 수료증도 주호님께 받고 그래요.
이렇게 하는 건 처음이네요.
역사가 새로 쓰이겠어요.“(승철쌤)
관악산 등산은 송별회 느낌으로
진행하기로 의논했습니다.
송별회 느낌으로 진행이 되는 만큼
마지막 주에 다시 한 번 의논하고
일정이 확실시 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오이도 여행 전에 하게 될
소소한 나들이를 의논했습니다.
승철쌤이 먼저 몇가지 활동들을 제안해주셨습니다.
“여행 전 하면 좋을 활동들을 몇 가지 생각을 해왔는데요.
먼저는 오이도 가기로 한거 인터넷에서 봤었던 거랑
실제랑 동일하게 되어 있는지
사전 답사 가보면 괜찮겠다 생각했고요.
또 하나는 은천동 바로 옆 동네에서 사시는데
은천동 활동 할 때마다 매번 많이 도움을 주시는
동네 어르신이 계시거든요.
근데 어르신이 이번 겨울 때
뭔가 좀 의미 있는 일들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그 분이 요리를 잘하시는데 주호님이 괜찮으시면
요리 원데이 클래스는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또 다른 하나로는 간단하게 보라매 공원 산책도 생각해봤고요.”
“사전답사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전 답사를 간다면 수요일 쯤에 가서
실제로 한 번 둘러보고 오고
금요일날에 진짜 즐기면 좋겠네요.”
소소한 나들이 대신
다음 주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오이도여행 사전답사를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원운영시간, 카페에서 보드게임할 수 있는지,
깡통 열차 이용가능한지, 등대빵의 유통기한 등
사전답사를 가서 해야될 일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러던 중 승철쌤으로부터 심각한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저희 기관에서는 방역수칙 준수를 많이 강조하고 있거든요.
카페랑 조개구이가 여행계획 중에 있는데..
계획대로 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은데
기관에서 프로그램으로 가는 것이다 보니
약간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이런 것들을
좀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같이 논의를 하려고 하거든요.
죄송해요. 코로나만 아니면 진짜 다 하고 싶은데…”
주호님이 담담한 어투로 이야기했습니다.
“어쩔 수 없죠.”
주호님이 생각보다 담담해하셔서
오히려 제가 놀랐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같이 골똘히 생각해봤습니다.
야외테라스, 조개구이 포장하기,
하다못해 가스버너를 들고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면 가스버너를 들고 갈까요.
바닷가 보면서 포장한 조개구이도 구워먹고
라면도 끓여먹고…”(은혜)
“그랬다가는 신문 1면에 날거에요…
오이도항에서 취사한 사회복지사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이제 나도 직장 잘리는 거고”(승철쌤)
“저도 실습 못하고..”(준범쌤)
“벌금도 내고요.”(주호님)
다같이 한마디씩 덧붙이며 웃기는 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 않아서 난감했습니다.
웃는게 웃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승철쌤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면 계획대로 카페가고 조개구이 먹읍시다.
그리고 토요일날에 pcr 검사하는 걸로!”
저희 모두 단번에 대답이 나왔습니다.
“pcr검사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조개구이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보여주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조개구이로 하나 된 마음이 참 반가웠습니다.
겨울여행 사업에서 위기라면 위기일 지금의 이 상황을
같이 헤쳐나가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관장님께 어떻게 말씀드리면 좋을지 같이 의논했고
그 의논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대한 사람 없는 조개구이집에서 식사하기
카페에서는 음료 마시지 않고,
편지쓰는 장소로만 머물다 오기
다음 날 pcr검사하기
주호님이 진지하게 이야기 하십니다.
“관장님께 같이 가서 물어봐요.
그 관장님 앞에 딱 서가지고 안 되면 무릎 꿇고서라도..
조개구이는 양보할 수 없어…”
주호님에게서 조개구이는 포기할 수 없다는
단호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군요… 산 위에서의 수료식도,
여행을 위해서 당사자와 실습생 모두가
무릎을 꿇는 것도 최초가 되겠어요… ”(승철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승철선생님의 난감함이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조개구이와 관련해서는
무엇하나 확실하게 해결된 것이 없이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그저 다음 주 월요일 주호님과 함께
관장님께 허락받으러 가기로 한 것만
확실하게 정해졌습니다.
월요일 관장님께 듣게 될 대답에
따라서 다시 의논해야겠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 술술 풀리는 상황도 좋지만
앞으로 마주하게 될 난관들도 그 나름대로 반가울 것 같습니다.
하나씩 마주하는 난관들이 사회사업을
더욱 사회사업답게 만들어 주는 듯 합니다.
위기를 같이 이겨내는 과정에서 함께함을 배웁니다.
위기를 겪으면서 원하는 것을
원하고 있음을 더욱 확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조개구이를 먹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처음 주호님은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상황을 헤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주호님은
“조개구이는 양보할 수 없어…”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마주한 난관이 반갑게 여겨졌던 가장 큰 이유는
주호님이 원하는 것을
더욱 잘 표현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끄트머리에서
주호님이 응원편지를 받았다고 자랑도 하셨습니다.
“옆집 아주머니가 글씨를 잘 못쓰시니까
제가 받아적어왔어요.
원래는 안써주시려고 하셨는데
아주머니 붙잡고 제가 설득했어요.
크림 들어 있는 츄러스도 선물하면서요.
아버지한테도 편지 받아왔고요.”
“정말 너무 보기 좋네요.”
“원래 서로 맛있는 것도 나눠먹고 그래요.
이런 이웃 어디 없는 것 같아요“
주호님이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주호님의 정다운 사람살이를
옆에서 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승철쌤이 주호님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이거는 좀 번외긴 한데요.
저희 관장님이랑 부장님도
주호님을 굉장히 아끼고 계시는 분이시거든요.
그래서 혹시 다음 주중 여행 가기 전에
인사 한번 드리면서 부탁드리면 편지 써주실 것 같아요.
주호님의 둘레 이웃 가운데는 저희 복지관도 있으니까요.
제 생각이지만 아마 적극적으로 써주실 거에요.
주호님 많이 좋아하시거든요.”
승철쌤의 말에 주호님 쑥스러운 듯 웃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전 몰랐는데..”
주호님의 몰랐다는 말에는 기분좋음이 묻어났습니다.
주호님의 표정이 밝아보여서, 저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