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어머니가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요양보호사의 다급한 목소리다. 어머니 집으로 갔다. 병원 검사와 진료를 받고 오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지난해 금이 갔던 2번 척추가 더 내려 앉았다. 입원실이 없어 예약만 하고 왔다. 오전에는 요양 보호사가 어머니 손 .발이 되어준다. 매일 어머니 저녁을 챙겨 드리고 뒷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가면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 많이 힘들다. 앞으로 닥칠 모든 일들이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4명의 자식이 있지만 엄마 가까이에는 나 혼자 뿐이다.
엄마의 인생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애가 탄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퇴직으로 4남매를 가르치고 키우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아버지와 함께 과일 장사도 하고 식당도 운영했다. 강인한 삶의 의지와 생활력 덕분에 우리 4남매는 따뜻한 햇빛 같은 은혜를 받았다. 영양분을 자식들에게 베푸느라 허리는 굽어 있고 무릎에는 늘 캐토톱 파스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마음이 찡하다. 생로병사가 인생의 과정이라고 하지만, 힘들어서 서로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되고 후회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엄마 살아 계실 때 잘 하려고 하는데 실천이 안 된다. 거동이 불편한 구순의 친정어머니 병시중을 정성으로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건만...
지난해 어머니는 척추골절로 병원에 한 달간 입원했었다. 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여러 달에 걸쳐 수술과 입원이 반복되었다. 방광 쪽에 염증으로 시티를 찍은 결과 ‘신장암’ 진단을 받았었다. 오른쪽 콩팥을 절제해야 했다. 동생들과 협의 후에 수술일을 결정하고, 수술 하루 전날 서울로 올라갔다. 새벽에 수술실 앞에서 만난 엄마 얼굴은 긴장감이 역력하다.
“엄마, 힘내요.”
"어서 아침밥 먹어라."며 이 상황에서도 자식들 밥걱정을 하신다. 형제들은 수술실 문이 닫힐 때까지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시는 엄마의 등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2시간 동안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무사히 깨어나길 빌었다. 드디어 전광판에 수술을 마쳤다는 이름이 뜨고 엄마 누운 이동침대가 나왔다. 안도감에 형제들은 엄마에게 말을 걸어 잠을 깨우며 가벼운 마음으로 입원실로 향했다.
로봇 수술이라 회복이 빠를 거라고 했다. 일주일 입원 일정이 3주가 넘어갔다. 그동안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시고 링거 줄들을 꽂고 있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시간을 보냈다. 다른 곳에서 특이한 상황들이 자꾸 생겨났다. 급성담낭염이라 배액 관을 달고 있어야 한다는 상황이다. 이동이 쉽지 않아 한 달간 서울 한방요양병원에 있다가 대구집으로 내려오셨다. 갈수록 야위어가는 엄마 모습이 안타깝다.
담랑수술 입원 예약은 되어 있으나 의료 파업 투쟁으로 지금까지 진행이 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특히 젊은 의사들의 태도는 더 야박했다. 진료 때 환자 얼굴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며 대화를 한 후 차트에 기록을 남긴다. 질문하고 답을 적으면서 아예 환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암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기본자세와 자질이 부족하여 진료 때마다 힘든 시간이었다. 미래에는 로봇이 진료를 본다는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의사의 감정없는 태도가 로봇과 다를바 없다. 의사의 친절한 말 한마디와 자세한 설명과 안내는 환자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
노령이고 수술을 위한 마취를 또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친구가 수술 후의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암 수술을 말린 이유를 알 것 같다. 의사의 과실도 있는 것 같지만 밝힐 방법이 없고, 환자의 상태나 여러 가지 상황 등의 변수가 있으니 단정 지어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오늘은 수면제를 드시고 잠든 어머니 얼굴을 쳐다보니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다. 어머니의 삶에 대한 의지와 강한 생활력, 자식에 대한 넘치는 사랑들이 아련하게 떠 오른다. 배액 때문에 옆으로도 못 눕고 반듯하게 누워서 보내야 하는 고통을 잘 견디신다. 버티셔서 예전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
어느 날 엄마가 안 계시면...
당연히 일어나는 인생의 과정이라고 슬퍼하지 않으려 해도 현실이 되어 다가 옴을 느낀다. 이별 후의 시간을 생각 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엄마 살아계실 때 잘 하려고 하는데 실천을 못할 때가 많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고마움과 이별 후의 시간은 후회스러움으로 마음속에 옹이로 남겠지. 마이진의 '옹이' 노래를 틀어 따라 불러 본다.
첫댓글 있을 때 잘 해. 제목이 주는 뉘앙스가 시선을 끕니다. 작품을 다 읽어보고 나서야 그 의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병 시중을 들면서 지난 날을 회상 해 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나이 듦에 장사가 어디 있답디까. 우리도 어쩔수 없이 가는 그 길임을 왜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요
어머니의 길을 따라 걸어보고서야 이해가 되니 우리 인간은 언제나 뉘우침 속에서 사는가 봅니다
'있을때 잘해' 가슴에 비수되어 박힙니다.
어머니에 대한 따스한 정은 늘 가슴에 남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덜 합니다.
잘했다고 생각해도 후회되고 못해도 후회됩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