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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친구의 마누라 유일주는 이 소년이 자기의 손아귀에서 도망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손을 놓고 물었다. "그 후 어떻게 되었소?" 위소보는 그에게 잡혔던 팔이 아프고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천천히 비 수를 신발목에 꽂고 손목을 보니 벌겋게 부어올랐으며 손가락 자국이 완연하게 나 있었다. 위소보는 투덜거리듯 말했다. "목왕부의 사람들은 그저 남의 손목 잡는 것만 좋아하는군. 그대도 마 찬가지이고 백한충 역시 마찬가지였지. 목가권 가운데 이 일초 구조수 (龜조手)는 역시 대단한걸?" 그는 구조수라고 이야기할 때 구 자를 애매모호하게 발음했다. 유일주는 미처 알아듣지를 못해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방사매는 내가 그녀에게 준 은비녀를 잃어 버린 후, 어떻게 됐다는 거 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의 발톱에 낚아채인 나머지 숨돌릴 겨를도 없구려. 좀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할 수 없겠소? 어쨌든 간에 그대가 방소저를 아내로 맞아들 이으냐 못하느냐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일이외다." 이번에 유일주는 발톱이라고 부르짖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 나 그가 화를 낸 진정한 원인은 위소보가 방이를 속여 방이로 하여금 위소보에게 시집가겠다고 응낙케 한 사실에 있었다. 따라서 주둥이를 놀리는 것에 대해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더군다나 위소보가 방소저를 마누라로 맞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 크게 관계가 있다고 하자 무척 관심이 쏠려 물었다. "그 후 어쨌다는 거요? 우물쭈물하지 말고 빨리 말해 보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어찌 되었든 앉아서 잠시 쉬어야 이야기 할 기운이 생기지 않겠소?" 유일주는 할 수 없이 그를 따라 숲가의 한 그루 커다란 나무 아래에 이 르렀다. 그리고 위소보가 나무 뿌리에 걸터앉자 그 즉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의 곁에 앉았다. 위소보는 한숨을 내쉰 다음 물었다. "애석하군, 애석해!" 유일주는 즉시 걱정되어 물었다. "뭐가 애석하다는 것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의 사매가 이곳에 없는 것이 애석하다는 말이외다. 그렇지 않고 만약 그녀가 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이곳에 앉아서 그대와 더불어 깨가 쏟아지는 말을 주고받는다면 그녀가 얼마나 기뻐하겠느냔 말이외 다." 유일주는 그만 흐뭇해져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나직이 웃음소리를 흘 리며 물었다. "그대가 어떻게 그와 같은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지?"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친히 말하는 것을 들었소이다. 그 날 은비녀를 잃어버리게 되었 을 때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들이 지키는 세 곳 의 관문을 뚫고 지나갔었소. 몸에 중상을 입은 몸이었지만 세 명의 시 위들을 죽이고서 그 은비녀를 되찾아 오더구려. 그래서 내가 말했소. ' 방소저, 그대는 너무도 우둔하구려. 은비녀 하나가 도대체 몇푼이나 되 기에 생명을 건단 말이오? 내가 그대에게 일천 냥의 은자를 줄 것 같으 면 그와 같은 은비녀를 단숨에 삼사천 개라도 살 수 있을 것이외다. 그 대는 매일 머리에다가 열개를 꽂을 수도 있으며 나날이 다른 것을 꽂을 수 있을 것이외다.'그러자 방소저는 말했소. '그대와 같은 어린애가 무 엇을 안다고 그래요? 이것은 나의 다정한 유사형이 나에게 준 것이란 말이에요. 그대가 설마하니 나에게 천개 만개 황금으로 만든 금차(金 차)나 진주로 만든 진주차(珍珠차)를 준다 한들 어찌 나의 다정한 유사 형이 내게 준 은차나 동차(銅차), 혹은 철차(鐵차)에 견줄 수 있단 말 이에요.'" 유일주는 그와 같은 말을 듣고 입이 헤 벌어져서는 다물지를 못하다가 물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녀가 심야에 소군주에게 한 이야기는 또 달랐 을까?"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깊은 밤중에 그녀들의 방밖에서 몰래 엿들은 것이죠?" 유일주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엿들은 것이 아니오. 그 날 밤중에 일어나서 소변을 보러 가다가 듣게 되었소." 위소보는 말했다. "유형, 이것이야말로 그대의 잘못이외다. 하필 소변 볼 곳이 없어서 방 소저의 창 아래에 오줌을 누었단 말이오? 찌린내가 충천할 텐데 그야말 로 두 분의 수화폐월의 소저들로 하여금 찌린내에 젖어들게 만들고 말 았겠군!" 유일주는 말했다. "그렇소. 그렇구려. 그런데 그 이후 방사매는 무슨 이야기를 했소?" "나는 배가 고파서 말할 기운이 없구려. 빨리 가서 먹을 거나 좀 사다 주시오. 배불리 먹은 이후에야 방사매의 그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 끼치게 하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소." 그는 유일주와 함께 고을 쪽으로 걸어가서 사람들 많은 곳에 도착하며 살짝 빠져나올 궁리를 하고 있었다. 유일주는 말했다. "들어서 소름끼치는 말이라니 무슨 말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그녀가 매우 총명해서 한번도 소름끼치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 봅시다. 그녀는 말했소. '나의 그 다정한 유사형은' 그리고 또 무슨 말을 했는지 들어보시오. '나의 그 알뜰하고 멋진 유사형은' 제기랄! 그대가 들을때는 소름끼치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내가 들을 때는 정말 꼴사나왔소. 흥! 그와 같은 말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유일주는 그만 흐뭇해져서는 말했다. "그럴 리 없겠지.방사매가 어찌 그 같은 말을 한단 말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좋소. 내가 말을 잘못한 것으로 합시다. 유형, 나는 음식을 좀 찾아 먹어야 겠소. 실례하겠소." 유일주는 한창 신이 나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판인데 어찌 그로 하여금 가게 내버려 두겠는가. 재빨리 그의 어깨를 가볍게 누르면서 말했다. "위형제, 서두를 것 없소. 내 이곳에 몇 가지의 박병(박餠)이 있으니 먼저 자시도록 하시오. 그리고 말아 끝난 이후 고을로 들어갑시다. 내 그대에게 술과 국수를 사겠소. 그리고 나의 무례했던 점을 사과 드리겠 소이다." 그리고는 그는 등에 진 보따리를 풀고서 몇 개의 박병을 꺼냈다. 위소보는 박병을 들고 한쪽을 찢어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 몇번 씹다가 말했다. "이 박병은 짜다 할 수도 없고 시큼하다고 할 수도 없는데 무슨 맛인지 모르겠군. 어디 그대가 먹어 보시구려." 그러면서 그는 뜯어낸 박병을 그에게 주었다. 유일주는 말했다. "이 박병은 딱딱해져서 물론 맛이 없을 것이오. 그러나 허기를 채우는 데는 그런대로 괜찮다오." 그러면서 그는 박병을 찢어서 먹기 시작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 다른 박병들은 어떤지 모르겠군." 그러면서 그는 몇 개의 박병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이며 골랐다. 몇번 고르다가 그는 말했다. "제기랄, 오줌이 마렵군! 오줌을 누고 나서 다시 먹기로 하지." 그리고 그는 한 커다란 나무 곁으로 다가가서 몸을 돌리고서는 바짓가 랑이를 내리고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유일주는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갑자기 도망을 칠까봐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위소보는 소변을 본 다음 돌아와 유일주의 곁에 앉아 다시 그 몇 개의 박병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다가 끝내는 하나를 집어들고 찢어서 먹 기 시작했다. 유일주는 거진 반나절을 뒤쫓아오느라고 이미 배가 고팠던 참이라 또 하나의 박병을 들고 먹었다. 그러면서 입을 열고 말했다. "그렇다면 방사매가 소군주에게 일부러 그렇게 말해 나의 부아를 돋군 것이란 말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방소저 뱃속에 든 회충도 아닌데 어떻게 그녀의 심사를 알겠소? 그대는 그녀의 다정한 사형인데 왜 모른다는 말이오? 그리고 왜 되려 나에게 묻는거요?" 유일주는 말했다. "좋아. 조금 전에는 내가 경솔해서 그대에게 잘못을 했다고 합시다. 그 러니 이야기 좀 해주구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내 솔직이 마음속에 있는 말을 그대에게 털어놓도록 하 지요. 그대의 방사매는 매우 아름답소. 만약에 내가 태감이 아니라면 그녀를 마누라로 맞고 싶은 생각이 났을 것이오. 하지만 설사 내가 그 녀를 맞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무래도 그대에게 차례는 돌아가지 않을 것 같구려." 유일주는 다급히 물었다. "무엇 때문이오? 무엇 때문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성급하게 굴 것은 없소. 다시 박병을 하나 먹은 이후에 천천히 그대에 게 이야기해 주기로 하지." 유일주는 말했다. "제기랄, 그대는 말하는 것이 언제나 우물쭈물하여 남의 애간장만 잔뜩 태워 놓는군......" 그러더니 갑자기 그는 몸을 휘청했다. 위소보는 물었다. "아니, 어디 편찮으시오?" 유일주는 몸을 일으키더니 휘청하니 한번 몸을 도는 듯했다. 그러다가 풀썩 땅바닥에 쓰러졌다.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그의 엉덩이를 발길로 힘껏 걷어찼다. "어? 그대의 박병 안에 어찌하여 몽혼약이 들었지? 그거 정말 이상하기 그지 없군.!" 유일주는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위소보는 다시 두 번 발길질을 했다. 그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는 그의 허리에 찬 허리띠를 풀어 두 발을 꽁꽁 묶었다. 나무 옆에 커 다란 바위가 하나 눈에 띄었다. 그는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돌을 하나 주워서는 넉 자 깊이 정도 의 구덩이를 팠다. "내 오늘 너를 산채로 매장을 시켜 주마." 그는 유일주를 그 구덩이 안으로 끌어들여 똑바로 세웠다. 그리고 흙이 곧장 그의 어깨까지 차오르도록 만들고 단지 그의 머리와 어깻죽지만 나오도록 만들었다. 위소보는 매우 의기양양해서는 개울가로 가서 장포를 벗어서 물에 적셨 다. 그리고 유일주 앞으로 가 장포를 쥐어 짜 개울물을 그의 머리 위에 떨어뜨렸다. 유일주는 차가운 자극을 받게 되자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일시에 어찌 된 노릇인지를 모르고 몸을 바둥거렸다. 그러나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위소보가 무릎을 얼싸 안고 한편에 앉아서 싱글벙글 하면서 자 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참 후에야 그는 자기가 위소보의 술수에 넘어 갔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꼼짝할 수가 없어 말했다. "형제, 장난은 그만 합시다." 위소보는 욕을 했다. "이 도적 같은 자식아! 나는 한가롭게 너 같은 냄새 나는 도적과 장난 할 여가가 없다! 뭐, 장난은 그만 치자구?" 그리고는 그는 힘주어 유일주를 발로 걷어 찼다. 그 바람에 유일주는 오른쪽 뺨이 터져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위소보는 다시 욕을 했다. "방소저는 내 마누라다! 그런데 네까짓 것이 그녀와 배필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 못난 도적아. 너느 마구 나의 팔을 비틀어 아프 게 만들었고 또 따귀를 때린 데다가 채찍질로 나를 후려쳤지? 나는 네 귀를 짤라 내고 다시 코를 베어 내고 한칼 한칼 살을 도려 내어 구어 먹도록 하겠다." 그리고 그는 비수를 뽑아들고 몸을 구부려 날이 서지 않은 칼등을 그의 얼굴에 대고 두 번 문질렀다. 유일주는 그만 혼비백산하여 부르짖었다. "형제...... 위...... 위형제...... 위향주, 목왕부와의 정분을 생각해 서라도 제발...... 그만해 두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왕궁에서 너를 구출해 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겠다고, 나를 죽 이려 했겠다? 흐흥! 너의 이까짓 재간으로 호랑이의 수염을 뽑으려고 해? 너는 나보고 목왕부의 정분을 생각하라고 했지만 조금 전 나를 잡 았을 때 어째서 너는 천지회와의 정분은 생각하지 않았지?" 유일주는 말했다. "확실히 나의 잘못이오. 내가 잘못했소. 아무쪼록...... 아무쪼록 용서 해 주시구려."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너의 머리를 칼로 삼백 육십 번을 찔러야만이 내 마음속에 맺힌 원한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는 그의 땋은 머리를 잡고서 칼로 베었다. 그 비수는 예리하 기 이를 데 없어 삭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땋은 머리를 절단했다. 그 의 머리 위에서 움직이던 비수는 삽시간에 머리카락을 우수수 떨어뜨렸 고, 그리하여 그의 머리는 그만 민숭민숭한 대머리가 되고 말았다. 위 소보는 욕을 했다. "이 대머리야! 나는 네 화상만 보고도 화가 나서 반드시 널 죽이겠다." 유일주는 웃음을 지었다. "위향주, 불초는 화상이 아니외다." 위소보는 욕을 했다. "네가 빌어먹을 놈의 화상이 아니라면 어째서 온 머리카락을 빡빡 잘라 냈지? 이 나리를 속이자는 것이냐?" 유일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네가 내 머리카락을 모조리 잘라 놓고서 어째서 나를 탓하는 것이냐?) 그러나 자신의 생명이 상대방의 수중에 들어 있는 이상 감히 그와 다툴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는 웃음을 지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모든 잘못은 소인에게 있소. 위향주는 대인이니 대 인의 아량으로 마음에 두지 마시구려." 위소보는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내 그대에게 묻겠는데 방이, 방소저는 누구의 아내이 지?" 유일주는 더듬거렸다. "그건...... 그건......" 위소보는 큰소리로 말했다. "뭐가 그것이냐? 빨리 말해!" 그리고 그는 비수를 들고 그의 얼굴 앞에 갖다대고는 흔들거렸다. 유일 주는 속으로 호한은 눈앞의 손해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꼬 마는 태감이니 그에게 아부를 해 좀 득을 보게 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 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 그가 정말로 일검을 휘두르게 된다면 자기는 코가 잘려지거나 귀가 잘라지게 될 것이니 그야말로 야단이 아 닌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재빨리 말했다. "그녀는...... 그녀는...... 물론 위향주...... 위향주 그대의 부인이 시지." 위소보는 소리 내어 껄껄 웃었다. "하하하, 그녀? 그녀는 누구이지? 좀더 분명히 말해야지? 나는 화상들 의 애매모호한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단 말이야." 유일주는 말했다. "방이, 방사매는 그대 위향주의 부인이란 말이외다."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 분명히 내놓자구. 그대는 나의 친구인가, 아닌가?" 유일주는 그의 말이 좀 누그러진 듯하자 속으로 크게 기쁨을 느끼고 말 했다. "소인은 본래 대인과 친구로 논할 자격이 없는 몸이외다. 위향주가 만 약 불초를 친구로 여긴다면 그야말로 바라던 바이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그대를 친구로 삼는다고 하지. 그러면 강호에서는 친구지간에 의 리를 가장 중시하겠지?" 유일주는 재빨리 말했다. "그렇소. 그렇소. 친구지간에는 응당 의리를 존중해야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친구의 처는 희롱할 수 없다. 이후 그대가 만약에 재차 나의 아내에게 어떤 궁리를 하고 못된 생각을 가진다면 어떻게 되는거지? 그대는 맹세 를 하라구." 유일주는 속으로 야단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이 위소보의 술수 에 넘어갔다고 판단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나는 이미 그대가 결코 호의를 품고 있지 않으며 나의 마누라를 슬금슬금 희롱할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 것 을 알고 있거든." 유일주는 그가 다시 비수를 흔들거리며 눈앞에 갖다댔다 말았다 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말했다. "아니오. 아니오. 위향주의 부인에 대해서 불초가 결코 나쁜 뜻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외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후 그대가 만약 방소저를 한번이라도 더 쳐다보거나 말 한마디라도 건다면 어떻게 되는거지?" 유일주는 말했다. "그거야...... 그거야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바로 후레자식이 되는 것이지?" 유일주는 울상을 지었다. "맞소, 맞아." 위소보는 말했다. "뭐가 맞아? 무슨 개방귀 같은 소리가 맞는다는 게지?" 그러면서 그는 비수의 끝을 그의 오른쪽 눈꺼풀에 갖다댔다. 유일주는 재빨리 말했다. "이후 내가 만약에 방사매를 한번이라도 더 쳐다보거나 한마디의 말이 라도 건다면 나는...... 나는 바로 후레자식이 되오." 위소보는 껄껄 웃었다. "하하하, 그렇다면 그대를 용서하지. 먼저 그대의 머리 위에다 오줌이 나 한번 갈긴 후 그대를 놓아 주도록 하지." 그러면서 그는 비수를 신발 목에 끼우고는 두 손으로 바지 허리띠를 풀 려고 했다. 이때 별안간 숲속에서 한 여인의 소리가 호통을 쳤다. "그대는...... 너무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아요." 위소보는 그 소리가 바로 방이의 음성인 것을 알아듣고 놀라움과 기쁨 에 얽혀서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숲속에서 세 사람이 걸어나왔 다. 앞장을 선 사람은 바로 방이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목검병과 서천 천이 따랐다. 잠시 후 다시 두 사람이 걸어 나오는데 바로 오립신과 오 표였다. 그들 다섯 사람은 이미 숲속에 숨어 있은 지 오래 되었고 이미 위소보 와 유일주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위소보가 유일주의 머리 위에다 오줌을 누려고 하는 것을 보 고 그렇게 된다면 영원히 풀 수 없는 깊은 원한을 맺게 되는지라 방이 는 참을 수 없어 호통을 치며 그 짓을 못하게 한 것이었다. 위소보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원래 당신은 이미 이곳에 있었구려. 오나리의 얼굴을 봐서라도 이 오 줌 갈기는 것은 그만두기로 하지요." 서천천은 급히 다가가서는 두 손으로 유일주 몸가에 쌓은 흙과 돌들을 집어 내고 그를 안아서는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그의 손과 발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어 주었다. 유일주는 수치를 감당할 수 없어 고개를 숙 인 채 감히 뭇사람들의 시선과 마주치지 못했다. 오립신은 얼굴이 시퍼래져서는 말했다. "유현질, 우리들 세 명은 위향주가 구해 준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째 서 자네는 은혜를 원수로 갚고 또 어른이 되어 어린 사람을 업신 여기 듯 그에게 욕을 하고 매질을 했으며 또 그의 팔을 비튼단 말인가. 자네 의 사부가 알게 된다면 뭐라고 말하겠는가." 그러면서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매우 못마땅하고 불쾌한 어 조로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강호에서 굴러 먹자면 가장 따지는 것은 바로 의리라는 두 글 자인데 어찌하여 질투심을 일으켜서는 절친한 친구에게 폭력을 쓴단 말 인가? 은혜를 저버리고 의리를 저버리다니 그것이야말로 개 돼지만도 못한 사람이야." 그러면서 그는 탁 하며 땅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는 더욱더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난다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어젯밤 자네가 야밤에 그냥 성질이 나서는 달려나오게 되었을 때 모두 들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뒤를 쫓아온것이야. 그런 데 자네는 위향주를 때려 뺨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만들었고 거기다가 다시 그의 팔을 비틀고 검끝으로 그의 목을 겨누다니, 만약 실수하여 그의 목숨이라도 해치게 되는 날에는 어떻게 하지?" 유일주는 분연히 말했다. "한 목숨으로 한 목숨을 보상한다고 내가 그의 한 목숨을 배상하면 될 것이 아니겠소?" 오립신은 노해 부르짖었다. "허, 자네는 정말 가볍게 이야기하는구만. 자네가 무슨 영웅호걸이야? 자네의 한 목숨으로 천지회의 십대 향주 가운데 한 사람인 위향주의 목 숨을 보상할 수 있을 것 같나? 더군다나 자네의 그 목숨은 누가 구해 준 것인가? 역시 위향주가 구한 것이 아닌가. 자네가 은혜를 갚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에서는 이미 자네를 업신여기게 되었는데, 자네는 감히 위향주에게 손을 써?" 유일주는 위소보에게 협박을 받아서는 맹세까지 한 몸이었다. 당시 목 숨이 상대방의 손에 달려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자유로 운 몸이 되었고 또 그와 같은 말을 방이가 모조리 들었다고 생각하니 실로 수치와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감당할 길 없었다. 거기다가 오립 신이 사숙이었지만 마구 잔소리를 늘어놓고 버릇을 가르쳐 주겠다는 데 에 그만 수치가 분노로 변해서는 모질게 마음을 먹고 매섭게 쏘아붙였 다. "오사숙, 일은 이미 저질러졌소. 그러나 상대방인 위가는 털끝하나 다 친 곳이 없소이다. 어르신이 봐서 어떻게 해야겠다면 마음대로 하시도 록 하구려." 오립신은 펄쩍 뛸듯이 화를 내며 그의 얼굴을 손가락질 했다. "유일주, 너는 사숙에게까지 이런 태도를 취하며 위 아래도 없이 주둥 이를 나불거리느냐? 너는 나와 손을 쓰자는 것이겠지?" 유일주는 말했다. "나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소. 또 오사숙의 적수도 될 수 없소이다." 오립신은 더욱 화가 나 날카롭게 외쳤다. "만약 너의 무공이 나를 이길 수 있다면 손을 쓰겠다는 것이겠지? 너는 청나라 오랑캐의 궁중에서 삶을 탐하고 또한 죽기가 두려워서, 머리를 자른다는 말을 듣고는 황망히 용서를 빌었으며 조금이라도 늦을세라 자 기의 이름을 댔다. 나는 유사형의 체면을 봐서 그 일을 들먹이지 않으 려고 했다. 네가 나의 제자가 되지 않았던 것은 네가 운이 좋았다고 해 두기로 하자." 그 뜻은 만약 네가 나의 제자라면 벌써 한 칼에 죽였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유일주는 자기가 청궁에서 비겁하게시리 용서를 빈 추태를 들먹이고 나 오자 그만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안색이 창백해서는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위소보는 자기가 완전히 우세를 차지하게 된 마당이라 웃으며 말했다. "됐습니다. 됐어요. 오나리, 유형은 나와 그저 장난삼아 한 짓이니 심 각하게 여길 필요는 없소이다. 제가 부탁 드리겠소이다. 유형에게 과거 의 일은 들먹이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오립신이 말했다. "위향주가 그와 같이 분부를 하신다면 물론 받들어야죠." 그리고는 그는 고개를 돌려 유일주에게 말했다. "저것 봐라. 위향주께서는 역시 큰일을 하는 분이라 아량이 얼마나 넓 으신가 말이다." 위소보는 방이와 목검병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대들은 어떻게 이곳까지 오셨소?" 방이는 말했다. "이리 좀 와요. 내 그대에게 할말이 있어요." 위소보는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갔다. 유일주는 방이가 여러 사람들 앞 에서 위소보에게 친절하게 구는지라 손을 칼자루에 가져갔으며 그저 칼 을 뽑아서는 앞으로 달려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 히게 되었다. 그런데 철썩 하는 소리가 났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몇 걸음 물러서며 자기의 뺨을 손으로 비비며 노해 부르짖었다. "그대는 왜 남의 뺨을 때리지?" 방이는 버들 같은 눈썹을 곤두세우고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노해 부르짖 었다. "당신은 저를 어떤 사람으로 보시는거예요? 당신은 유사형에게 무슨 말 을 했지요? 사람을 등뒤에서 그토록 업신여기고 경박하고 천한 계집애 로 만들어도 된단 말이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별로...... 좋지 못한 말을 한 적이 없소." 방이는 말했다. "그래도 없다고 하시기에요? 나는 한마디 한마디 모두 똑똑히 들었어 요. 당신들 두 사람은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만 화가 나고 다급한 나머지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서천천은 젊은 남녀끼리 잘못되어 소란이 빗게 된 것은 큰일이 아니라 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서 천지회와 목왕부의 교분에 먹칠을 하 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즉시 껄껄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위향주와 유사형께서는 모두 조금 손해를 본 셈이니 서로 비 긴 것으로 하지요. 이 서가는 매우 배가 고프답니다. 우리 빨리 반점을 찾아서 실컷 먹기나 합시다." 별안간 한 차례 동북풍이 휙 불고 지나가더니 허공에서 콩알 같은 빗방 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천천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시월의 날씨에 이와 같은 소나기가 내리다니 그거 정말 희한한 날씨 군." 그러고 보니 한 무더기의 검은 구름이 동북쪽에서 몰려 오고 있었다. 그는 다시 말했다. "아무래도 이 비가 쉬 끝날 것 같지 않구려. 우리 빨리 비를 피할 곳을 찾도록 합시다." 일곱 사람은 큰길을 따라 서쪽을 향해 갔다. 방이와 목검병은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은 몸이라 빨리 걸음을 옮겨 놓지 못했다. 빗방울은 점점 더 굵어지기 시작하는데 하필 길가에는 한 채의 농가도 없었고 정 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얼마 후 일곱 사람은 모조리 비에 흠쩍 젖게 되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모두들 천천히 걷도록 합시다. 빨리 걸어 봐야 역시 물에 빠진 생쥐 꼴이고 늦게 걷는다 해도 꼴은 마찬가지이니 오히려 천천히 걷는 것이 낫겠소이다." 그러나 일곱 사람은 한동안 재차 달렸다. 그러다 보니 물소리가 들려 왔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냇물가에 이르게 되었다. 냇물을 거슬러 약 반 마장 가량 되는 곳에 한 채의 조그만 집이 보였 다. 일곱 사람은 크게 기뻐서 발걸음을 빨리 하여 가까이 다가갔다. 그 조그만 집은 이곳저곳 무너져 내려앉은 황량한 조그만 절간이었다. 그 러나 어쨌든 비를 피할 곳을 만난 셈이라 다 허물어졌어도 없는 것보다 는 나은 셈이었다. 그리고 절간의 문은 이미 썩어 문드러져 없는 상태 였다. 절간 안으로 들어가자 코에 와닿는 것은 곰팡이 냄새였다. 방이는 한동안 걷자 가슴팍의 상처가 매우 아파와 그만 눈살을 찌푸리 며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서천천은 다 깨진 탁자와 의자를 모아서는 불을 피워 여러 사람의 옷자락을 말리도록 했다. 그런데 하늘의 검은 구름은 점점 더 몰려들었고 빗방울은 더욱더 거세 졌다. 서천천은 보따리 안에서 건량을 꺼내어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유일주는 자기의 잘려 나간 머리를 모자 속에 끼워넣어 억지로 땋은 머 리를 내려뜨려 놓고 있었다. 위소보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그의 그런 꼴 을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목검병은 웃으면서 위소보에게 물었다. "조금 전 그대는 유사형의 박병에 어떤 수작을 부렸지요?" 위소보는 눈을 크게 떴다. "아무 짓도 안 했어. 내가 무슨 수작을 부려?" 목검병은 말했다. "흥, 그래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데 어째서 유사형이 몽혼약 에 중독되었을까?" 위소보는 되물었다. "그가 몽혼약에 중독되었던가? 언제? 내가 왜 몰랐을까? 내가 볼 때 그 렇지는 않은걸. 그는 지금 멀쩡히 앉아서 불을 쬐이고 있지 않소?" 목검병은 짐짓 뾰로통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저 시치미를 떼는데 능하시군. 그대와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겠어 요." 방이는 옆에 앉아 역시 가슴 가득히 치솟아오르는 의혹을 금할 수 없었 다. 처음 유일주가 위소보를 잡을 때의 상황을 그들은 멀리서 보았으나 확실히 알아볼 수는 없었다. 그 후 유일주와 위소보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무 밑에 앉아서 이야기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이미 발걸 음을 죽이고 가까이 다가가 숲속에 몸을 숨긴 상태로 그들의 하는 양을 지켜보고 또 엿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 하나 하나의 박병은 모두 유일 주가 보따리에서 꺼낸 것이었다. 그리고 유일주는 줄곧 눈 한번 떼지 않고 위소보를 바라보며 그가 도망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눈깜짝할 사이에 유일주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되었 는가 하는 것이 문제였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유사형에게는 간질병이 있어서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서는 인사 불성이 되었는지도 모르지." 유일주는 크게 노해 벌떡 몸을 일으키고는 그를 손가락질하며 호통을 내질렀다. "너...... 네 녀석은......" 방이는 위소보를 한번 노려보더니 말했다. "이리 와요." 위소보는 말했다. "또 사람을 때리려구? 나는 이제 가지 않겠어." 방이는 말했다. "당신은 유사형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말은 하지 말아요. 어린애가 되가 지고서는 좀 입을 싹 닫도록 해요." 위소보는 혀를 낼름 내밀어 보였을 뿐 더 말하지 않았다. 유일주는 방이가 두 번이나 자기를 도와 주는 것을 보고 속으로 흐뭇하 게 생각했다. (이 꼬마는 음흉하고 고약하다. 그러나 방사매는 역시 나에게 잘 대해 주는구나.)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일곱 사람들은 한 무더기의 불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런데 황량한 절간 안에는 곳곳에 빗물이 새어 깨끗한 땅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별안간 위소보의 머리위에 빗방울이 떨어 졌다. 빗방울은 한 방울 두 방울 그의 어깻죽지로 떨어졌다. 이때 방이가 말했다. "이리 와요. 이곳에는 빗물이 새지 않아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어요. 내 그대를 때리지 않을께요." 위소보는 웃으면서 그녀의 곁에 가 앉았다. 방이는 목검병의 귀에 대고 나직이 뭐라고 몇 마디 했다. 목검병은 킥 하고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입을 위소보의 귓가에 대고는 나직이 속삭였다. "방사저는 그대가 한집안 사람과 다름없기 때문에 때리고 간섭하려는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그대보고 유사형의 비위를 거스리지 말라고 한 거라구요. 따라서 그대에게 자기의 뜻을 알겠는가 물어 보네요." 위소보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한집안 사람이라니? 나는 그 뜻을 모르겠는데." 목검병은 그 말을 전했다. 방이는 한번 흘겨보더니 목검병에게 말했다. "내가 맹세를 하고 저주 한 말은 영원히 지킬테니 안심하라고 전해요." 목검병은 다시 그 말을 전했다. 위소보는 목검병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방소저와 내가 한집안 사람이라면 그대와 어떻게 되는 거지?" 목검병은 얼굴이 붉어져서는 쳇 하고 손을 뻗쳐 그를 때리려고 했다. 위소보는 웃으면서 몸을 옆으로 기울여서 피했다. 그리고는 방이에게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방이는 웃는 듯 마는 듯 화가 난 듯 나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모닥불에 비친 그 모습은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더군다나 위소보는 두 소녀의 몸에서 풍기는 담담한 향기를 맡게 되자 속으로 크게 즐거웠다. 유일주가 앉아 있는 자리는 그들 세 사람이 앉아 있는 자리와는 퍽이나 먼 편이었다. 고개를 아무리 쑥 내밀고 들어도 그저 어렴풋이 유사형이 니 한집안 사람이니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그 밖의 많은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 세 사람이 희희덕거리고 매우 친밀한 태도를 보이자 틀림없이 자기를 남처럼 여기는 꼴인지라 다시 질투와 미운 정이 얽혀서 솟아나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방이는 다시 목검병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그에게 물어 봐요.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유사형의 정신을 잃게 했는 지." 위소보는 방이가 얼굴 가득히 호기심 어린 빛을 띠우고 있는 것을 보고 끝내 살그머니 목검병에게 말했다. "내가 소변을 보려고 등을 돌렸을 때 왼손에 한 웅큼의 몽혼약을 쥐고 있다가 돌아가서는 박병을 살피는 척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자 박병에 자연 약가루가 묻게 되었지. 그리고 내가 먹은 박병은 오른손으로 쥔 것이고 왼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오. 이제는 알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알고 보니 그랬었군요." 말을 전해 들은 방이는 다시 물었다. "그것은 어디서 난 몽혼약이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궁안 시위가 준 것이요. 유사형을 구할 때 사용한 것이 그 약가루들이 지." 이때 큰비가 억세게 쏟아지고 있었고 빗줄기가 후두둑 하는 소리와 함 께 지붕을 때리는 바람에 지붕 위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 렇기 때문에 위소보가 입술을 목검병의 귀밑뿌리에 갖다대야만이 말하 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유일주는 마음속으로 여간 초조하지 않아 벌떡 몸을 일으켜서는 등을 무겁게 기둥에다 기대었다. 별안간 와지끈 뚝 하는 소리가 몇 번 나면 서 머리 위로부터 몇 장의 깨어진 기왓장이 떨어졌다. 이때 황량해진 절간 안은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거기다가 큰비 를 맞게 되고 북풍이 휘몰아치게 되자 그만 지탱할 수 없게 된 듯했다. 곧이어 한 대 한 대의 석가래 조각들과 기왓장, 그리고 벽돌들이 다투 어 떨어졌다. 서천천은 부르짖었다. "야단 났소. 절간이 무너지려 하니 우리 빨리 나갑시다." 일곱 사람은 재빨리 절간 밖으로 달려 나갔다. 몇 걸음 달려나가지 않 았을 때 와르르 꽝 하는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바로 절간의 지붕이 우 르르 내려앉는 소리였다. 곧이어 반쯤 허물어진 담장이 앞으로 쓰러졌 다. 바로 이때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가운데 십여필의 말이 동남 방에서 질풍처럼 달려왔다. 삽시간에 가까이 이르게 되었다. 그림자가 우중충한 것이 모두가 말을 탄 사람들이었다. 한 늙수그레한 음성이 말했다. "아이구, 이곳에 본래 조그만 절간이 있어서 비를 피할까 했는데 또 쓰 러지고 말았군." 다른 한 사람이 큰 소리로 물었다. "이것 보시오. 당신네들은 이곳에서 무엇하고 있소?" 서천천은 말했다. "우리는 절간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는데 그만 절간이 무너져 내려앉는 바람에 하마터면 깔려 죽을 뻔 했소이다." 마상의 한 사람이 욕을 했다. "제기랄, 이렇게 큰 비가 내리다니, 하느님이 미쳐 돌아가는 것이 아닌 지 모르겠군."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조노삼(趙老三), 이 조그만 절간 외에 이 부근에는 다른 집은 없는가? 그리고 동굴 같은 것도 없는가?" 그는 멍청히 말했다. "있긴...... 있지요. 하지만 없는 것과 거의 마찬가지랍니다." 그러자 또 한명의 사내가 욕을 했다. "빌어먹을, 도대체 있는거야, 없는거야?" 그 늙은이는 말했다. "이곳에서 서북쪽으로 가면 산골짜기에 한 채의 도깨비집이 있는데 고 약한 도깨비가 나타나서 장난을 치기 때문에 그 누구도 감히 가지 못한 다오. 그러니 없는 것이나 있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지 않겠소?" 마상의 여러 사람들은 큰 소리로 웃으며 소리쳤다. "나는 도깨비집을 두려워 하지 않소. 악귀(惡鬼)가 있다면 더잘되었지. 끌어내서 요기를 해야겠군." 또 한 사람이 호통을 내질렀다. "빨리 앞장을 서시오. 목욕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 큰 비를 맞고 있다 니 맛이 좋은 줄 아시오?" 조노삼은 말했다. "여러 나리들, 이 늙은이는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몸이라 감히 갈 수가 없소이다. 내 권고하건데 여러분들도 가지 않도록 하시 오. 이곳에서 북쪽으로 다시 삼십 리 길을 나가면 고을이 있소이다." 마상의 뭇사람들은 모두 말했다. "요귀나 도깨비들을 두려워 할 것이 뭐가 있소?" "이같이 큰비가 쏟아지는데 어찌 또 삼십 리 길을 간단 말이오? 빨리 여러 소리 하지 말고 가기나 합시다. 우리가 이토록 많은 수인데 무슨 도깨비 따위를 두려워한단 말이오?" 조노삼도 말했다. "좋소이다. 모두들 서북쪽으로 나가다가 모퉁이를 돌도록 하시오. 그러 면 산길을 따라 골짜기로 들어가게 되는데 길은 하나뿐이니 잘못 걸어 들어갈 리 없을 것이오." 뭇사람들은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말을 다그쳐서는 서북쪽으로 달려갔다. 조노삼이 타고 온 것은 말이 아니라 노새였다. 잠시 망설이 더니 그는 노새의 머리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서는 동남쪽을 향해 달 려갔다. 서천천은 물었다. "오 둘째형, 위향주, 우리들은 어떻게 하죠?" 우립신은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러다가 그는 곧 위소보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곧 말을 바꾸었다. "위향주께서는 분부하시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위소보는 도깨비가 두려웠으나 도저히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오나리께서 말씀을 하십시오.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립신은 말했다. "도깨비니 하는 것은 모두 시골사람들이 터무니없이 지어낸 말이외다. 설사 도깨비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들 일랑은 도깨비와 한바탕 싸워 보 도록 합시다." 위소보는 말했다. "어떤 도깨비들은 볼 수도 없답니다. 나중에 보게 되었을 때는 때가 늦 은 감이 있죠." 그 말은 역시 도깨비가 두렵다는 뜻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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