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장. 착오와 인해 그리고 우연에 의한 유기합성
데릭 H.R.바톤 경은 1969년도의 노벨화학상을 노르웨이의 오드 핫셀과 공동으로 수상했다. 런던의 임페리얼 대학의 유기화학자 바톤과 오슬로대학의 교수를 퇴임한 물리학자 핫셀은 분자의 3차원구조의 연구인 입체배좌해석의 업적에 대하여 상을 받았다. 입체배 좌(conformation)는 유기분자의 구조를 표시하는 '제4의 C'라고 불료지지도 하는데, 나머지 세 개는 조성(composition), 화학구조(constitution), 입체배치(configuration)이다. 그리고 제 3과 제4의 C가 분자구조의 3차원적 표현에 관계하고 있는 것이다(유기분자의 입체배치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는 제12장을 참조할 것). 오드 핫셀은 1897년 오슬로에서 태어났다. 1915년에서 1920년까지 오슬로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1922년에서 1924년까지 베를린대학에서 헤르만 마르크 교수와 함께 연구하여 박사학위 를 받은 후, 오슬로대학으로 돌아왔다. 마르크로부터 배운 X선 결정해석의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으나, 처름 무렵에 오슬로대학에서는 X선 기기를 입수하지 못했던 탓으로 쌍극자모멘트 의 측정으로 만족해야 했다. 쌍극자모멘트의 연구는 보다 간단한 장치로 가능했기 때문에 핫셀도 이용할 수가 있었다. 이 쌍극자모멘트의 연구는 6탄소고리 화합물(시클로핵산류)의 측정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노벨상에 의해서 인정받은 연구로 바로 연결된 것은 만 큼 행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1885년의 아돌프 폰 바이어의 시대부터 1920년까지 많은 화학자는 시클로핵산의 6탄소고리 가 그림 35-1의 (a)에 그려진 것과 같이 평면인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1918년 사이에 입체적으로 꺾여 휘어진 두 개의 구조가 옳은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것들은 보트형〔그림 35-1(b)〕과 의자형〔그림 35-1(c)〕이며 보트형에서는 어떤 반발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의 자형 쭉이 더 안정되어 있다. 핫셀은 1943년까지 그의 실험결과 시클로헥산의 6원소 고리를 가진 화합물은 사실상 모두 의자형이라는 결론을 찾아냈다. 그러나, 그는 이 결론을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노르웨이의 연구잡지에 노르웨이어로 발표했기 때문에 거의 눈에 띄지 않았 다. 그로부터 얼마 후 독일군이 노르웨이를 침공하여 핫셀은 나치스에 의해 2년간 강제수용소 에 수용되었다. 전후에 그는 오슬로대학의 교수로 돌아왔으며 1964년에 퇴임하였다. 그러나 1981년 사망할 때까지 그 대학에 적을 두었었다.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로써 수용소에서 핫 셀은 라그너 프리시와 같은 방에 있었는데 핫셀이 바톤과 함께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던 같은 1969년에 프리시도 노벨상(경제학)을 수상했다. 독일에서 있었던 어느 학회에서 바톤은 자신과 핫셀이 화학에 공헌해 온 사연 등에 관해서 흥미로운 강연을 했다. 그의 강연 제목은 바로 '노벨상 획득법- 입체배좌해석 초기 스토리 '였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의 일부와 앞으로 설명하게 될 핫셀과 바톤 자신의 이야기 자료 는 이 강연에서 발췌한 것이다. 데릭 H.R. 바톤은 1918년 영국 그레이브즈젠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과 조부는 목수였 다. 그의 부친이 제재업을 시작하였는데 그것이 성공하여 그는 명문학교(톤브릿지)를 다닐 수있게 되었으나, 부친이 1935년에 갑자기 사망했기 때문에 '아무런 자격도 얻지 못한 채' 중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2년간 제재업에 종사했으나 인생에 있어서 좀더 흥미있는 일을 해야 하겠다는 신념이 싸텄으며, 수년 후에는 런던대학의 부설인 임페리얼대학의 유기 화학분야에서 학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쟁 중에는 2년 동안 군의 첩보기관에서 근무하 다가 그 후 회사에서 1년간 근무한 뒤에 임페리얼대학으로 돌아와서 교직에 취임하는 기회 를 얻었다. 1949년 봄, 하버드대학의 루이스 피져 교수이 초청으로 R.B. 우드워드 교수의 연구 휴가로 일시적으로 공석이 된 그 자리에 대신 취임했다. 하버드대학에서의 그 1년 동안에 노벨상 수상의 밑거름이 되는 혁명적인 논문을 썼다(논문은 짤막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자기 혼자서 타이핑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논문은 어떤 세미나에서 피져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해 답이며, 피져의 실험결과를 몇 개의 6탄소 고리를 포함한 스테로이드분자의 안정된 입체배 좌로 해석한 것이었다. 이 논문은 많은 분자에 관한 유기화학자의 사고방식을 바꾸었다. 바 톤은 핫셀이 이 입체배좌 해석의 기초를 쌓은 것이라고 칭찬했다. 바톤은 런던대학교의 버크벡대학에서 직장을 얻기 위해 영국으로 갔으며, 이어서 그라스고 대학 그리고 1957년에는 임페리얼대학으로 돌아가서 그 후 22년간 유기화학강좌를 담당했었 다. 1978년에는 그 곳을 시작하여 파리 교외의 C.N.R.S.(국립과학연구소) 천연물리화학연구 소의 소장이 되었다. 1987년에는 이 연구소를 떠나 텍사스 주 대학 광장에 있는 텍사스 A&M대학으로 옮겼다. 바톤은 자신의 연구를 그 과정에 따라 착상, 오해, 우연의 셋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오해와 우연은 세렌디피티의 최적의 예이며, 착상은 계획된 연구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우연에 의해 중요한 발견으로 진전되는 예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어떤 경유에도 우연을 만난 사람들에게 '기다리는 마음가짐'(파스퇴르)과 '통찰력'(월풀)이 없었다면 발견 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획된 연구의 예로써 쉽게 얻을 수 있는 화합물인 코르티코스테론-아세테이트가 인체에 있어서 염류의 정상적인 균형을 유지하면서 주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는 호르몬인 알도스테 론(aldosterone)으로 변환하는 것을 들고 있다. 바톤이 광화학 반응의 계획을 세웠을 때에는 전세계에 있는 순수한 알도스테론의 양을 미리그램단위로 계량할 수 있었다(작은 물방울의 무게가 50밀리그램이다). 1년 후 바톤과 그의 공동연구자들은 순수한 이 호르몬을 60그램이 나 입수했으며, 처음으로 이것의 생물학적 활성작용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천연물의 합성에 있어서 유용했던 과정 중 하나는 오해가 낳은 것이었다. 원래 이 방 법은 복잡한 분자 속에 감마 락톤(감마-lactone)이라는 환상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고안되었 다. 그러나 감마 락톤은 얻어지지 않았고 전혀 예상 못한 결과를 얻었다. 반응이 실제 과정 을 주의깊게 분석한 후, 바톤과 그이 연구자들은 이 새로운 반응을 다른 유용한 합성에 이 용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을 맛보았으나 바톤은 출발물질과 반응물을 수정하여 재차 감마 락톤 합성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성공하였으며, 수 년 후에는 현재 옥스포드대학의 교수인 잭 볼드윈과 공동으로 에스트론〔그림 35-2(a)〕을 18-히드록시에스트론〔그림 35-2(b)〕으로 변환하는 데에 이 개량법을 이용했다. 이 화합물 은 여성의 요중에 존재하는 물질인데 너무 미량이기 때문에 알도스테론과 마찬가지로 그 생 물학적 활성작용은 합성에 의해서 얻어질 때까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었다. 이와 같이 바 톤의 오해로부터 시작된 연구는 생물유기화학에 있어서 가치가 매우 높은 두 가지의 새로운 착상으로 나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앞의 강연에서는 우연의 예를 몇 가지 들었다. 그리고 바톤은 1984년 가을,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학의 세미나 떄에 다른 예에 관해서 설명했다(바톤은 이 세미나를 "여러분께서 아 시다시피 유기화학의 중요한 반응 중 많은 것이 우연히 발견되었던 것입니다"라는 말로 시 작하여 몇 가지 예에 관해서 말한 다음 자기 자신이 최근에 만난 세렌디피티에 대한 이야기 를 하기 시작하였다. 세렌디피티와 그것이 과학에 대한 기여에 관햐여 필자는 훨씬 이전부 터 흥미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것을 주제로 책을 만들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이 세미나 직후부터이다). 그 전년도에 바톤과 천연물화학연구소의 그의 공동연구자들은 연 구 중에 생산된 복잡한 천연물과 비교하기 위해 몇 가지 모델화합물은 합성하기로 했다. 원하던 화합물의 하나는 그림 35-3(b)와 같은 구조였다. 이것은 그림 35-3(a)의 화합물을 수 소화 트리부틸주석과 같은 환원제와 반응시키면, 두 개의 염소원자를 두 개의 수소원자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a)의 CHCI2기가 CH3기로 변환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바톤이 정말 놀란 것은 예상하였던 화합물〔그림 35-3(b)〕은 미량도 생기지 않고, 반면 6탄소고리가 7탄소고 리의 물질〔그림 35-3(c)〕로 거의 정량적으로 변했던 것이었다. 그들은 실제의 생성물이 유기화학자나 생화학자의 커다란 관심의 표적이었던 트로폰 (tropone)이라고 하는 화합물군 중 하나인 것을 확인했다. 트로폰과 이것과 관계가 깊은 화 홥물인 트로폴론(tropolone) 분자구조의 일부에 진귀한 7원자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론적 관점과 귀중한 생리학적 특성을 보이는 천연물질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예를 들자면 콜 히친(colchicine)은 통풍에 유효한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으며, 식물이 세포분열을 할 때 염색 체의 수를 늘리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식물종의 생산에도 실용적으로 사용되어 왔 다. 트로폰과 트로폴론의 합성은 이전에는 쉽지 않았다. 그림 35-3의 출발물질(a)와 유사한 화합물은 간단한 출발재료로 용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바톤과 그의 공동연구자들은 이 우연한 발견이 인반적이고 유용한 합성법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다른 목적으로 이루어진 반응의 생성물이 예상하지 못했던 트로폰과 동일한 것임을 확인하 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이 반응의 기계작용을 설명하는 것은 유기화학의 이 론에 있어서 훌륭한 과제였다. 이 예상 밖의 결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중요한 결과를 낳 았으며, 이것은 바로 세렌디피티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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