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라 한국] 선진기업서 배우는 신뢰경영 (7)UPS / 트럭운..
[속보, 경제, 산업/기업, 사설/칼럼] 2003년 05월 05일 (월) 15:12
24시간 뉴스채널로 유명한 CNN 그리고 코카콜라와 함께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기업이자 세계 최대 화물 배송ㆍ탁송업체인 UPS의 전세계 사업장 직원은 36만명에 이른다. 직원들이 일일이 고객을 찾아 나서 야 하는 업무 특성상 UPS에서 성공적인 노사관계는 기업 성패가 달린 절박한 문제다. 실패한 노사관리는 곧 회사 업무의 전면 중단으로 이 어지기 때문에 UPS는 설립 초기부터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경 영을 기업목표의 핵심으로 삼았다.
■배달 운전자도 임원이 될 수 있는 기업문화■
UPS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말단 직원과 최고경영진간의 관계 에 격의가 없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UPS를 방문한 사람들은 청소부까지 회장을 부 를 때 성을 빼고 이름만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러나 UPS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UPS에서는 직위 고하를 막 론하고 모두 이름을 부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장님 사장님이 아니라 그냥 '마이크' '데이브'라고 부르는 식이다.
구내식당에도 임원진이 따로 앉는 자리는 없다. 평직원과 임원직이 앉고 싶은 데 앉아 서로 관심사를 이야기한다. UPS는 이를 통해 공동 체 의식을 키우는 한편 모두 UPS 가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당 연히 노사간 신뢰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자를 안내한 UPS 투자자관리팀(IR) 크리스티 윌슨 매니저는 "UPS에 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직원 대부분은 가족적인 기업문화에 흠뻑 빠져들어 다른 직장으로 옮길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UPS를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한 번 UPS맨은 영원한 UPS 맨이 된다는 것이 윌슨매니저의 설명이다.
윌슨 매니저도 UPS에 입사한 지 벌써 6년이지만 아직도 사내에서 신 입 직원 정도로밖에 대접받지 못한단다. UPS에서만 30년 넘게 일한 직원이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UPS 기업문화 중 두드러진 특징은 내부 승진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물건을 배송하는 배달 운전자로 입사했더라도 회사를 위해 열 심히 일하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경영진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다고 직원을 독려하는 곳이 UPS다. 직원들도 열심히 일하면 당연한 보상을 받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일하게 되고 이는 결국 업무 효율성으로 연결돼 기업 수익개선으로까지 이어 진다.
커트 쿠엔 IR팀 부사장은 "내 자신도 배달 운전자로 입사해 25년이 지난 현재 임원진 자리까지 올랐다"며 "운전자가 임원진이 될 수 있 는 것은 UPS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직원에게 동종 업체 최고 임금을 지급하고 공평무사하게 대우한 다는 점도 직원 신뢰를 높이는 요인이다.
쿠엔 부사장은 독일을 예로 들었다.
"독일시장에 진출했을 때 독일 배송업체 트럭 운전자 직업만족도는 거의 최하 수준이었다. 월급도 많지 않을 뿐더러 단순 노무직이라는 피해의식이 커 열심히 일하겠다는 분위기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독일 현지법인 UPS 배달 운전자 월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임원진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점 을 강조했다. 결국 고임금과 승진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좋은 인재가 모여들었고 생산성도 급속히 높아졌다."
■빈 수레가 요란할 뿐이다■
UPS는 고객들에게 많은 것을 약속하지 않는다. 꼭 할 수 있는 것만 약속할 뿐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실제 행동에 옮 김으로써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할 수 없는 것까지 약속하고 실제로 배달 약속을 지 키지 못하는 빈 수레가 되면 장기적으로 택배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UPS는 '약속은 적게, 배달은 많이(Under Promise, Over Deliv ery)'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업무철칙으로 삼고 있다.
쿠엔 부사장은 "고객에게 엄청나게 많은 것을 약속하지만 실제로 하 지 못하는 기업이 태반"이라며 "우리는 정반대로 약속은 조심스럽게 조금만 하고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기업 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