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회복시키는 "감마-델타 T 세포"
피부와 장에 주로 존재하며 상처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의 새로운 기능이 미국 스크립스연구소(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 ; TSRI)의 과학자들에 의해 동정됐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Science)", 4월 26일자에 발표됐다.
이번에 동정된 면역세포는 '감마-델타 T 세포(gamma-delta T cell)'라 불린다. 지금까지는 감마-델타 T
세포의 기능에 대한 뚜렷한 규명이 거의 없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천식(asthma)을 비롯해서 암과 건선(psoriasis),
염증성 장 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같은 내피세포 장애(epithelial cell
disorders)로 인해 발병하는 질병들에 대한 새로운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감마-델타 T 세포에 대한 연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 세포 기능에 대해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어 왔고 감마-델타
T 세포가 질병의 발생 과정에 관여하는 기작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도 여러 번에 걸쳐 시도된바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감마-델타
T 세포의 기능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진 내용이 없었다. 거의 20년 전에 처음으로 발견된 이 세포의 기능 가운데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태아 발달 초기에 흉선(thymus)에서 감마-델타 T 세포가 생성된 다음 내피세포로 이동한다는 것이 고작이었다.
백혈구와 같은 전형적인 T 세포들은 혈액을 통해 이동하는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감마-델타 T 세포는 이 같은
특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에 내피세포가 존재하는 피부와 폐, 장 같은 기관의 세포조직에 존재하면서 핵심 T 세포 구성원으로
작용한다. 이 곳에 위치하면서 내피세포에 발생한 손상이나 질병을 감시하는 것이다.
또한 감마-델타 T 세포는 흉선에서 생성되는 최초의 T 세포이기도 하다. 그러나 발달 말기에 이르면 흉선으로부터 감마-델타
T 세포가 더 이상 생성되지 않는다. 이전에 생성된 감마-델타 T 세포가 해당 내피세포에 존재하면서 필요한 경우 분열을 통해
적절한 수준을 유지할 뿐 계속적으로 흉선으로부터 감마-델타 T 세포가 생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감마-델타 T 세포가 가장
집적되어 있는 표피(epidermis)의 경우 제곱센티미터당 약 500개의 세포가 존재하며 마치 가지와 가시가 밖으로 내뻗친
상태의 손가락 모양을 띠면서 가능한 많은 피부 세포와 접촉해 있는 상태를 보인다.
체내에 존재하는 다른 T 세포들은 다양한 유형의 항원(antigens)을 인지할 수 있는 다양한 수용체(receptor)를
갖고 있다. 그러나 피부에 존재하는 감마-델타 T 세포는 이 같은 수용체들을 거의 갖고 있지 않으며 있더라도 단지 하나의
항원만을 인지할 수 있는 똑같은 수용체만이 존재한다.
피부에 생긴 상처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피부에 존재하는 내피세포가 분열해 상처를 메우는 과정이 동반해야만 한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부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표피에 존재하는 내피세포 가운데 하나인 각질세포(keratinocytes)로부터
감마-델타 T 세포가 인지할 수 있는 항원이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원 방출로 인해 감마-델타 T 세포가 활성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 활성을 나타내기 시작한
감마-델타 T 세포는 각질세포와 다른 내피세포를 서로 연결시키는 성장 인자(growth factor)를 생성함으로써 내피세포의 증식과 상처가 아무는 과정을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활성을 나타낸 감마-델타 T 세포는 형태학적인 변화 과정을 보여서 앞서 밝힌 모양과 달리 둥근 형태를 띠게 된다. 항원을
인지하기 위한 상태에서는 가지가 내뻗친 상태를 보이다가 일단 항원을 인지하고 나면 둥근 형태로 변하면서 성장 인자를 생산하는데만
주력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상처에 대한 반응으로 감마-델타 T 세포가 분열해 증식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과 백혈병·림프종학회(Leukemia and Lymphoma Society) 등으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