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은 동네' '인구는 많지만 식당이 모자라는 동네'. 부산 중구와 북구를 일컫는 말이다.
부산 중구가 인구 25명당 음식점 1곳꼴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드러났다. 반면 북구는 거주자에 비해 음식점 수가 가장 적은 곳으로 집계됐다. 또 신시가지가 조성된 부산 북구 및 해운대구는 다른 곳보다 호프집 위주의 양식당이 성행했지만 논밭과 공장이 많은 강서구는 배달이 쉬운 중식당의 숫자가 많았다.
7일 한국음식업중앙회 부산시지회에 따르면 부산 중구지역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인구 5만1468명에 2060곳(공부상 허가업소)의 음식점이 있어 24.9명당 1곳의 식당이 장사를 하고 있다. 이는 부산지역 음식점 최저 밀집지역인 북구의 142.1명당 1곳(인구 33만2591명에 2340곳), 부산시 전체 평균인 94.4명당 1곳(인구 362만5422명에 3만8370곳)에 비해 '밀집도'가 각각 5.7배, 3.8배 높은 것이다.
중구의 경우 식당 60%가 과거 부산시청 경찰청 등의 관공서와 언론사 극장 등이 있던 중앙동 부평동 남포동 3개 동에 집중돼 있다. 특히 중구는 이들 기관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면서 상권이 약화돼 5년 전(5만8789명)에 비해 인구는 12% 줄었지만 음식점 수는 오히려 당시(1589곳)보다 30%나 증가, '창업 위험지역'으로 지적됐다.
남포동 피프존 인근에서 10년째 생선정식을 판매하고 있는 M식당의 박모 씨는 "4, 5년 전만 해도 이 골목에는 옷가게 레코드점 등 다양한 업종이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음식점"이라며 "워낙 식당이 많아 중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하루 두 끼 외식을 한다고 해도 이 식당을 모두 먹여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산지역에는 한식 분식 중식 양식의 순으로 음식점 수가 많았다. 지난 5월 현재 부산시에 등록된 음식점 3만8370곳 가운데 한식이 전체의 53%인 2만349곳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분식 9.9%(3821곳), 중식 5.8%(2261곳), 양식 4.0%(1566곳)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신시가지 조성으로 젊은 층의 인구유입이 많은 북구는 전체 음식점(2340곳) 중 양식이 296곳으로 분식보다 많았고 논밭과 공장 등의 비율이 높은 강서구는 중식이 전체 음식점(685곳)의 8%인 49곳으로 한식의 뒤를 이었다. 강서구지회 최준호 과장은 "강서구는 김해공항 주변, 구청인근, 녹산산단 주변을 제외하고는 음식점이 들어설 곳이 없다"며 "야외에서 쉽게 배달시킬 수 있는 중국집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창업 1년 후 생존율 10%
음식업은 창업 수요가 많은 자영업종으로 지난달 현재 전국적으로 인구 78명당 1곳꼴인 60여만 곳의 업소가 영업 중이다. 하지만 부산지역은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인구감소 등의 여파로 지난 2002년을 고비로 창업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5월 현재 부산지역의 공부상 허가업소는 3만8370곳으로 이 가운데 폐업 및 휴업을 신고한 업소는 각각 203곳과 784곳이다. 이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전체 허가업소는 0.2%(76곳) 소폭 감소한 반면, 폐업(248곳)과 휴업(1409곳)은 대폭 줄어든 것이다. 한식은 업소가 많은 만큼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아 107곳과 364곳이 각각 휴·폐업을 했다. 전체 업소 숫자도 지난해 말 3만9325곳에 비해 5개월 만에 955곳이 감소했다.
남부소상공인 지원센터 관계자는 "실제로 갓 창업한 뒤 1년 후에 살아남을 확률은 10% 남짓하며 연륜이 있는 업소도 장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음식업계"라며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음식업 이외의 레저 유통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영업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