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일하기 싫다.
일하지는 않지만 성산초등학교 100주년 기념행사에 나오랜다.
안 나갈수도 있지만 여러 분위기에 나간다.
교육감이나 국회의원 군수 교장 준비위원장 등
앞세워야 할 이들의 의전문제가 구설에 오를 듯하다.
나무들이 커 오래 된 학교임은 알겠다.
장성댐 아래 마을의 마지막 벚꽃잎이 날아와
매운탕 밥그릇에 떨어지는 정자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교육감과 정 과장님은 어느 새 옷을 바꿔입으셨고
우리 팀들도 모두 옷 갈아 입으러 청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난 그대로 따로 운전하여 백양사 쪽으로 간다.
못 오르는 줄 알았던 불태산으로 갈까 하다가
무등을 건너다 보기도 흐릿할 듯하여
역시 안 가본 백암산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12시 30분 점심시간의 호객하는 식당들을 무시하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니 여성이 달려와 주차비를 달란다.
각오한지라 선뜻 오천원을 주지만 참 못마땅하다.
별궁식당에 아는 척 하고 뭉개볼까 하다가
그만 두자고 한다.
옷을 갈아입고 오른다.
입장료 2천5백원을 주기 아깝다.
나 혼자 가는 길에 돈을 내다니,(물론 백양사 구경을 하겠지만)
다행이 몇 년 전 영광팀들이랑 자고 아침 산책했던 길이
떠올라 매표소를 들르지 않고 방향을 튼다.
덥다.
26,7도 되려나
누군가 봄나물인지 약초인지를 캐러 지난 흔적이 보이는 길은
금방 사라진다.
물이 없는 계곡을 따라 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 올라 20분도 못 걸어 쉰다.
그러고 보니 전화기도 안가져 왔다.
간식도 없는데 다행이 소주는 있다.
가로막은 나무는 넘고, 계곡이 끝나는 곳에서 능선을 찾아오르는
비탈에서는 미끄러진다. 미끄러진 김에 배낭을 또 벗고
물을 마신다. 10분 걷기도 힘들어 또 쉰다. 사진을 찍으며 쉰다.
'어이, 거기 잘난채 하는 친구, 오늘은 왜 그리 허덕이나?'
'글쎄, 술병인 듯 합니다.'
'뻐기지나 말던지'
'그래서 이렇게 당신에게 굴복하고 있잖아요.'
'넌 정신이 글러 먹었어. 임마, 말로만 하면 뭣해? 뭐 굴복?'
'----'
'네가 뭘 하고 있는지 봐. 공짜 술이 그리 좋더냐?
넥타이 매고 폼 잡으니 그리 좋더냐? 니가 좋아하는 기 따위들이
널 꽁꽁 묶을거야. 이 바보야.'












드디어 능선에 오르니 붓꽃이 반겨준다.
그를 본다고 하면서 배낭을 던지고 앉아 숨을 고른다.
산복숭아 꽃이 보이고 산벚도 하얀 꽃이 말물이다.
진달래도 멀대처럼 키가 큰 채 바람에 흔들린다.
암벽을 손 안 잡고 오르다가 겁이 나 잡는다.
장성호를 내려다보며 또 숨을 쉰다.
소주 몇 모금을 아껴 마신다.
가인봉 봉우리에 올라 또 쉰다.
언제는 50분 걷고 10분도 안 쉬었는데
오늘은 10분도 못 걷고 쉬고 또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