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사업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3월 2일. 서울벤처인큐베이터에 입주가 승인되어 상담을 위해 갔다가 순서를 기다리면서 앉아 있는데, 정말 행복했다.
눈 감고 충분히 그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자금을 받아 법인을 세우는 게 되겠다. 그리고, 그 다음은
시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되겠지.’
‘4월 16일. 내가 박박 긁으면 3000만원 될 것 같고, 2000만원 추가해서 5000만원짜리 법인을 만들어 놓으면 무리 없이
6~7월까지 운영해 가고 그때 신용보증기금에서 개발 완료와 마케팅에 쓸 수 있는 돈을 받으면 그런대로 굴러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2000만원이 어디서 나타나는가인데, 일단 포기하지 않고 다방면으로 궁리해보고 알아보는 중이다.’
‘5월 21일. 개발 중인 제품도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약간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금 갖고 있는 돈을 6월까지 개발하는 데 다 쓰게 될 테니까 그 전에 필요한 돈이 들어와야 한다. 제품의 경쟁력에 있어서
다소간 염려되는 건 해외 시장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음질에 있어 우위를 유지하는지 확실히 확인되지 않은 점이 찜찜하다.’
‘6월 25일. 시제품 들고 국내 유통업자 1명과 해외 바이어 3명을 만나보았다. 그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다.
국내 유통업자의 의견은 유니크한 제품이니까 월 1000개 정도 팔린다고 보고 개선에 주력하기보다는 지금 컨셉트로 바로
생산에 들어가는 게 어떠냐는 것이다.
아이팟 전문 바이어의 경우 워낙 새로운 제품을 찾고자 하는 니즈가 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은 있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8월 12일. 사업이 2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기술보증에서 1억원을 대출받고, 벤처인증도 받게 됐다. 제품 개발도 팔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7월 들어 돈이 꽤 부족했는데, 어떤 걸 원해서 이루는 힘은 간절함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좀 더 잘 쓸 수 있게 됐다.’(정 대표는 베스트셀러 『시크릿』 매니어 같았다)
‘10월 26일. 9월 말에 이르러서 아이덱을 팔아야 하는 것에 겁내고 있다는 걸 알아채게 됐다. 이 마음은 한 단계 성장해야
할 때 맞게 되는 보통의 기분이라고 하겠다.
이런 과정에서 몇 가지를 깨달았다. 성공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다만, 그 사이에 내가 어떤 마음가짐과 결정과 실행을
해나가느냐의 문제다.’
‘12월 7일. 힘들다 싶은 순간에는 이순신 장군이 올돌목에서 전투하거나 카이사르가 알레시아에서 7만 군단병으로 30만 명을
맞아 어떤 마음가짐으로 전투에 임했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그것에 비하면 사업한다는 건 매우 제한적이며 작은 위험에 불과한데도 마음이 어수선하니 말이다. 제품 개발이 막바지다.’
‘2009년 1월 10일. 보유한 현금을 다 쓰게 될 것이라는 걸, 이미 10월에 예상했고 11월 말에 구체적으로 드러났으며
12월에 현실로 맞닥뜨리게 됐다.
꽤 어려운 상황일 수 있지만, 사업을 하면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잘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오히려 사업이
커지기 전에 능력을 키울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중진공(중소기업진흥공단)과 지인의 도움으로 설날이면 개발 완료와 초기 생산 수량만큼의 자금이 확보된다.
두려움에 허둥대지 않고 나름대로 흐름을 타면서 자신을 가지면 이젠 웬만한 일들은 헤쳐나갈 것 같은 기분이다.’
‘1월 17일. CES에 참가하느라 비용은 대략 1250만원 정도와 1주일간의 시간이 투입됐다. 적지 않은 자원이 투입되었다고
하겠지만 나는 매우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나 자신이 생각하는 시장의 반응과 실제의 반응 사이의 갭을 알고 수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벤처는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역량이 확보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제 국내와
국외 팔 곳을 어느 정도 갖게 되었다. 이제 발굴은 거래처와 좋은 관계를 발전시켜가도록 하면서 상품을 완성도 있게 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지난 1월 19일 찾아간 신지모루 사무실엔 빌 게이츠의 몸통에 정찬호 대표의 얼굴을 오려 붙인 사진이 붙어있었다.
‘2009년 매출 10억원, 신제품 개발’이라는 ‘비전 모드’도 적혀있었다. 책장엔 『The Goal』『간절함이 답이다』
『자수성가로 성공하는 법』 등의 책이 꽂혀있었다.
정찬호 대표가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가 간절히 성공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의 다음 사업일기가 정말 궁금하다.
첫댓글 좋은글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