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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홍의 아동문학 통신 140 / 서평>
외로움, 상실감, 소외를 마법으로 풀다
한정기의 판타지소설『사거리 문구점의 마녀 할머니』
김 문 홍
아이들의 결핍을 사랑으로 품고 치유하다
동화작가 한정기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했지만 한국 동화문학계에서는 의미 있는 봉우리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된 이후 그 여세를 몰아 『플루토 비밀결사대』로 비룡소 황금도깨비 문학상을, 아동소설 『큰아버지의 봄』으로 5.18문학상을 연거푸 수상하여 그 문학적 위상과 저력을 널리 검증받은 바가 있다. 특히 황금도깨비 문학상을 수상한 『플루토 비밀결사대』는 그 이후 시리즈로 5권까지 발간되어 장안의 지가를 올렸고, 또한 EBS 교육방송에서 16부작 텔레비전드라마로 각색, 방영되어 어린이 시청자의 열화 같은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한국 동화문학의 지형도에서 추리 탐정문학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확립하여 한국아동문학사에서 새로운 분수령을 이룩했다. 그 외에도 청소년소설인 『나는 브라질로 간다』 와 『깡깡이』, 그리고 남극과 북극, 적도의 열대 바다 체험을 바탕으로 한 그림책인 『안녕, 여긴 열대 바다야』 와 『남극에서 온 편지』, 단편동화집 등을 상재하기도 했다.
한정기는 이번에 『사거리 문구점의 마녀 할머니』 (한정기 글, 국지승 그림, 도서출판 봄볕, 116쪽, 12,000, 2021.8)라는 독특한 제명의 판타지 아동소설을 출간하여, 판타지 동화의 중흥에 한 발을 내딛고 있다. 이 작품은 모두 네 꼭지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데, 각 꼭지마다 서사를 이끌어가는 인물이 다르고, 주제가 각기 차별화되어 있다. 세 꼭지는 각각 독립된 서사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마지막 한 꼭지는 일종의 후일담 형식으로 앞의 독립된 서사에 등장한 주동인물들이 한데 모여 마법의 인형을 자신들에게 제공한 문구점 아주머니의 행방을 좇는 이야기이다.
이 마지막 꼭지는 앞의 세 이야기에 대한 일종의 에필로그로 서사의 후일담을 기록하고 있지만, 서사의 종결점인 동시에 작가와 세 이야기 속의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형식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주제는 일하는 엄마 때문에 겪는 주인공 의 외로움(첫째 이야기), 엄마를 잃고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의 상실감(둘째 이야기),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늘 따돌림 당하고 있다는 상실감(셋째 이야기)을 느끼는 인물들이 사거리 문구점의 마법 인형으로 인해 마음이 치유되는 서사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마법 인형은 곧 작가의 분신이나 다름이 없다. 외로움에 부대끼거나, 상실감에 헛헛하거나, 혹은 외톨이의 소외감이라는 결핍을 치유해주는 것은 마법 인형이지만, 결국 그 마법 인형은 결핍에 시달리는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연민과 사랑이 결집되어 형상화된 것이다. 외로움을 느끼거나 상실감에 무기력하거나, 혹은 따돌림으로 소외된 감정을 느끼는 아이들의 결핍을 보듬고 어루만져 주어야 하는 것이 곧 동화문학의 사명이다. 작가는 스스로 이 작품 속의 사거리 문구점의 아주머니로 자처하며 그들의 결핍을 사랑으로 품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와 소통, 넘나들기에 대한 판타지 소설의 기법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간절한 마음이 치유의 마법을 부른다
이 작품은 앞에서 밝혔듯이 모두 네 꼭지로 되어 있다. 그 중 마지막 꼭지는 일종의 후일담으로 이렇다 할 만 한 서사가 없이 아주 짧다. 앞의 세 꼭지인 「생각보다 재밌는 일」 (9〜38쪽), 「엄마를 딱 한번만」(43〜75쪽), 「마법 같은 딱 그런 순간」 (79〜109쪽) 등은 그 분량이나 서사가 엇비슷한 플롯 진행으로 진행되고 있는 등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세 꼭지 모두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공통의 특징이다. 그 첫 꼭지인 「생각보다 재밌는 일」 (9〜38쪽)은 해성이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번째 꼭지의 주인공은 정우이고, 세 번째 꼭지의 주인공은 은지이다.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모두 같은 학교 같은 반 친구로 설정되어 있는 점도 특이하다. 이처럼 세 꼭지는 모두 주제만 다를 뿐 서사 진행의 형태는 엇비슷하다.
첫 꼭지인 「생각보다 재밌는 일」은 정우의 이야기로, 그는 직장 생활로 바쁜 엄마 때문에 늘 불만투성이이다. 엄마가 서랍 속에 넣어둔 돈으로 음식을 시켜 먹기 때문에 엄마가 해주는 집 밥이 늘 그립다. 한때는 외할머니가 엄마 대신 말 상대가 되어 주고 금방 지은 고슬고슬한 밥과 구수한 찌개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외할머니도 외삼촌 일 때문에 시골로 내려가 버려 정우의 그리움은 더욱 더 목마르고 깊어진다.
①
자연스럽고 당당한 대답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맛있는 밥을 먹자 경계심도 흐물흐물 풀리고 말았다.
“어떻게 오셨는데요?”
네가 불러서 왔지.“
“네? 제가 언제요? 그런 적 없는데요.”
“아까 네가 잠들기 전에 나를 불렀잖아. 외할머니가 해준 찌개랑 밥 먹고 싶다고.”
내가 그랬던가? 그러고 보니 아까 혼자 중얼거린 것 같기도 했다.
“호, 혹시 우리 외할머니가 마녀 할머니를 보낸 거예요?”
“응! 자기 대신 너에게 맛난 밥 해 주리고 부탁했지.”
-한정기, 『사거리 문구점의 마법 할머니』 ,「생각보다 재밌는 일」, 22쪽
②
흐뭇하게 웃던 마녀 할머니는 내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건 요리를 잘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이야기야.”
무슨 말을 하실까 침을 꼴깍 심키며 마녀 할머니를 바라봤다.
“살다 보면 마법 같은 일이 수시로 벌어진단다. 건강한 음식은 건강한 사람을 만들어 주고 건강한 사람은 누구나 마법을 부릴 수 있단다. 사람들은 그걸 잘 몰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다야. 자! 이제 우리가 작별할 시간이구나.”
마녀 할머니는 손을 내밀어 나와ㅣ 악수를 한 다음 냉장고 곁에 세워 뛌던 빗자루에 올라탔다.
- 한정기, 위의 책, 30쪽
위 인용문 ①과 ②는 판타지 속의 장면이다. 인용문 ①은 판타지가 생긴 원인을 말하고, ②는 판타지가 어떻게 해야 생기는가를 밝히고 있다. 해성이를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게 해 준 매개체는 현관문 앞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은 행운의 마녀 인행이다. 이 인형은 해성이가 학교 앞 사거리 문구점에 네임 펜을 사러 갔다가 눈에 띄고, 주인 아주머니가 권하는 바람에 사사 현관문 앞에 걸어놓은 것이다.
인용문 ①은 마녀 할머니가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가를 밝혀준다. 해성이는 ‘외할머니가 만든 찌개랑 고슬고슬한 밥 한 숟갈만 먹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중얼거린 다음 잠이 들어 버린다. 해성이의 그 간절한 소원이 무생물인 마녀 할머니 인형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다. 살아있는 마녀 할머니로 변신한 행운의 인형은 해성이의 간절한 소원대로 맛있는 찌개와 밥을 만들어 주게 된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있듯이 엄마를 그리워하는 해성이의 간절한 소원이 그 앞에 믿을 수 없는 판타지를 펼쳐주게 된 것이다.
이 꼭지의 서사 전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요리법을 익힌 해성이는 스스로 늦게 오는 엄마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하게 되고, 이를 본 엄마는 아들에게 소홀하게 대한 자신을 깨닫고, 본래의ㅐ 모성으로 돌아가 해성이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엄마와 해성이의 따뜻한 포옹으로 이야기는 해피엔딩을 맞게 되는 것이다.
판타지는 별다른 것이 아니다. 간절한 소원이 판타지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평론가 츠베탕 토도로프는 판타지는 그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허상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공상인지를 독자들을 시종일관 헷갈리게 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마녀 인형이라는 존재가 환상인지 현실인지, 그리고 마녀 할머니의 행동이 사실인지 공상인지를 시종일관 헷갈려 하기 때문에 판타지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엄마에 대한 해성이의 간절한 그리움이 그의 가슴 속을 뒤흔들게 되면, 엄마의 존재나 다른 없는 마녀 할머니가 엄마의 온기를 품은 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 꼭지의 이야기를 통해 직장 일로 바쁜 엄마 때문에 집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얼마나 외로움을 겪고 있으며, 주인공의 간절한 소원이 마녀 인형의 마법을 통해 현실 앞에 펼쳐지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핍을 겪고 있는 외로운 아이를 작가의 분신인 마녀 할머니를 통해 끌어안으며 보듬어 준다.
두 번째 꼭지인 「엄마를 딱 한 번만」 역시 행운의 인형이 주인공인 정우의 간절한 소원을 이루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정우가 행운의 마녀 인형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가에 대한 습득 과정이 다르고, 주인공 정우의 간절한 소망이 어떤 것인가만 다른 꼭지와 다를 뿐이다. 그리고 주인공 정우의 간절한 소망이 다르고, 행운의 마녀 인형이 주인공의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판타지를 펼치는 방법 역시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①
누군가 내 이마를 짚는 게 느껴졌다. 엄마 손길이었다! 안 봐도 다 알 수 있었다. 살그머니 눈을 떴다. 마녀 할머니였다. 그런데 내 이마를 짚고 있는 손 느낌은 엄마 손이랑 똑같았다. 내가 간절히 그리워한 엄마 손길, 엄마한테서 나던 냄새랑 똑같은 향기. 나는 눈을 감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게 찰랑찰랑 차올라 와 감은 눈을 통해 흘러내렸다.
“그래, 울고 싶을 땐 실컸 울려무나.”
목소리도 엄마 목소리였다.
“어, 엄마! 으흐윽!”
나는 그 품에 안겨 실컷 울었다. 아무 말 않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등을 두드려 주는 손길은 엄마와 똑같았다. 눈물과 함께 그리운 마음도 다 빠져나간 걸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 한정기, 앞의 책, 「엄마를 딱 한 번만」, 65쪽
②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실수하고 바보짓하고 살더라도 엄마가 널 사랑했던 걸 잊지 않으면 돼. 그 사랑이 널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마법이니까.”
마녀 할머니가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엄마가 나를 바라보던 그 는빛이었다. 나도 마주보며 싱긋 웃었다.
뽀오옹〜!
마녀 할머니는 방귀 소리를 내며 작아지더니 빗자루를 타고 내 방으로 휙 날아갔다. 뒤따라갔을 때는 이미 행운의 마녀 인형으로 변해 있었다. 눈을 맞춰도 아무런 빛도 나지 않았다. 그냥 인형이었다.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행운의 마녀 인형을 책장 한가운데 엄마 서진 옆에 나란히 앉혀 두었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느낌이 가득 차올라 마음이 든든해졌다. - 한정기, 위의 책, 74쪽
정우는 어떻게 행운의 미녀 인형을 얻게 되었을까? 같은 반 은지의 생일 파티에 가져갈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정우는 사거리 문구점에 들렸다. 은지의 생일 선물을 고르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마녀 인형이 정우에게 맞을 것 같다고 권하기에 구입한 것이다. 차기 방 책상 위 돌아가신 엄마 사진 옆에 세워 둔 마녀 인형이 그의 앞에 나타나 기적 같은 판타지를 펼쳐 보인다. 정우는 감기에 걸려 누워 있으면서 생전에 자신의 이마를 짚어주던 엄마의 손길을 그리워한다. 엄마의 그 손길을 간절하게 소망하는 마음이 행운의 마녀 인형에 숨결을 불어넣어 판타지가 펼치게 된 것이다.
위 인용문 ①은 정우가 행운의 마녀 인형을 만나게 되는 대목이다. 마녀 인형은 마치 그의 엄마처럼 이마를 짚어 준다. 정우는 그 손길에서 엄마의 냄새와 똑같은 향기를 느끼게 된다. 마녀 인형은 울고 싶을 때 실컷 울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등을 두드려 준다. 비로소 정우는 자신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끼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 제1권인 비극론에서 비극의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관객을 비극을 관극하게 되면서 극 속의 주인공과 동질감을 느끼고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 한다, 그러면서 관객은 연민의 감정으로 눈물을 쏟아낸다. 눈물을 쏟아내고 난 뒤의 마음이 개운한 상태를 아리스토텔레스는 ‘정화’라고 명명한다. 눈물을 쏟아내고 난 뒤 개운함을 느끼는 정우의 경우가 바로 정화(카타르시스)를 의미하는 것이다. 정우의 간절한 소망이 마녀 인형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인용문 ②는 마법이 별다른 것이 아니라고 마녀 인형이 정우를 깨우치는 대목이다. 엄마를 사랑했던 것을 잊지 않는다면, 엄마에 대한 사랑이 간절하면 마법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임을 일러준다. 그리고 정우의 간절한 소망에 답해 엄마 노릇을 하던 사람은 다름이 아닌 책상 위 엄마 사진 옆에 세워 둔 행운의 마녀 인형임을 확인시켜 준다. 즉, 정우 앞에 펼쳐진 판타지는 그의 간절한 소망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을 독자 앞에 다시 확인시킨다. 또한 그런 마법 같은 기적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만 지니고 있다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일러준다. 결국 이 두 번째 꼭지 역시 상실감을 겪고 있는 아이를 위해 작가는 자신의 분신인 마녀 인형을 통해 결핍의 아이를 보듬어 주고 다독이고 있다.
세 번째 꼭지인 「마법 같은 딱 그런 순간」 역시 해성, 정우와 같은 반인 은지의 경우를 통해 마녀 인형의 기적 같은 판타지를 펼쳐 보인다. 앞의 두 이야기 꼭지처럼 주인공 은지의 간절한 소망만 그들과 다를 뿐, 마녀 인형이 그 간절한 소망에 답해 마법을 펼쳐준다는 서사 진행은 거의 유사하다. 주제와 소재만 다를 뿐 플롯 전개 방식은 꺼의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위 세 꼭지 이야기는 주제와 소재, 그리고 주인공의 간절한 소망만 다를 뿐, 플롯의 전개 방식은 거의 유사하다.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행운의 마녀 인형이 그들의 간절한 소망에 답하듯 그들 앞에 나타나 기적 같은 판타지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세 번째 꼭지인 은지의 이야기 역시 앞의 두 꼭지의 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주제만 다를 뿐이다. 은지는 엄마가 오빠와 남동생민 두둔하고 자신은 빼돌린다며 소외감의 결핍에 시달린다. 마녀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머니는 은지가 가족들과 잘 지내야 행복할 것이라고 일러준다. 은지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자신을 단단하게 가꾸겠다고 다짐하며 비로소 소외감의 결핍에서 벗어나게 된다.
동화의 본질적 속성을 따르다
한정기의 아동소설 『사거리 문구점의 마녀 할머니』는 생활에 밀착된 판타지를 통해, 외롭고, 상실감을 느끼고, 소외된 아이들의 결핍을 공감하고, 작가가 그들을 연민과 사랑으로 품어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마녀 인형을 팔고 있는 사거리 문구점 주인아주머니의 존재이다. 아이들 스스로가 마녀 인형이 좋아서 산 것이 아니라, 주인아주머니가 그들에게 어울릴 것이라며 인형을 살 것을 권유한 것이다.
후일담 형식으로 소개된 마지막 꼭지인 「우리 셋만 아는 비밀」은 비교적 짧은 꼭지이지만, 문구점 주인아주머니의 비밀을 밝히지 않고 끝내 신비하고 신묘한 존재로 숨기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아주머니가 다른 건 다 넘기면서도 그 인형은 자기가 가져가겠다며 하나도 남김없이 다 가져갔어. 왜? 너희들, 그 인형 사러 온 거니? 인형이 재밌게 생겨서 잘 팔릴 것 같았는데 그 아주머니가 절대 안 넘긴다잖아. 어디서 사 왔는지 알려 달래도 그것도 안 가르쳐 주고 말이야. 인형 말고도 새 상품이 많이 있단다. 내가 예쁘고 멋진 문구를 새로 많이 들여놨어. 모두 신상이야. 한번 구경해 보지 않을래?저 노트로 말하자면...”
- 한정기, 앞의 책, 「우리 셋만 아는 비밀」, 112〜113쪽
위 인용문은 마지막 꼭지의 한 대목으로, 문구점을 찾아간 세 아이들(해성, 정우, 은지)에게 세 주인아저씨가 그 전 주인이었던 아주머니의 존재에 대해 은근하게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이 작품에서 앞의 세 꼭지는 그 주제와 주인공은 모두 다르지만, 행운의 인형이 변한 마녀 할머니가 아이들이 겪고 있는 결핍을 보듬어주고 치유해 준다는 서사 진행의 콘셉트는 엇비슷하다. 그래서 첫 꼭지를 읽을 때 눈 밝은 독자라면 앞에서와 같은 형식으로 플롯이 전개될 것으로 짐작할 것이다. 그래서 더러는 그 엇비슷한 플롯 전개에 식상해 할지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도 마지막 꼭지에서 문구점 그 전 주인아주머니의 존재를 이처럼 신비하고 신묘하게 처리한 작가의 의도 때문에 다소 마음이 놓일지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세 꼭지 모두 세 아이들이 목마르게 그리워하고, 또는 서운해 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엄마라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문구점 주인아주머니를 신비한 존재로 숨기고 있는 점은 판타지의 신묘한 점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그리고 세 아이들로 하여금 목마른 그리움을 느끼게 해주고, 끝내는 치유의 존재로 엄마로 설정한 것 역시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여성, 그 불멸의 존재가 우리를 영원으로 이끈다는 말처럼, 모성의 아늑한 힘이 결핍과 치유의 존재로 설정한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마지막 꼭지를 후일담 형식으로 설정하기보다는, 앞의 꼭지와 비슷한 분량으로 세 아이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사라진 마녀 할머니(문구점 주인아주머니)를 찾아나서는 서사로 진행시켰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그렇지 못하고 서둘러 끝낸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2021. 9.8)
첫댓글 <세 아이들로 하여금 목마른 그리움을 느끼게 해주고,
끝내는 치유의 존재로 엄마로 설정한 것 역시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여성, 그 불멸의 존재가 우리를 영원으로 이끈다는 말처럼,
모성의 아늑한 힘이 결핍과 치유의 존재로 설정한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김문홍 선생님의 평을 듣는 작가는
복 많은 작가입니다.
읽기도 벅찬데 이걸 다 읽으시고
비유에 상징에 꼬투리까지 골라내시니 말입니다.^^
서평을 쓰면서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