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추석날 새벽 찢어지는 가슴의 통증으로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타는 듯한 가슴으로 방바닥에 땀이 흥건 하도록 딩굴었다. 그 암흑의 깊은 고통 속에 찬란히 비치는 빛도 없었고 세미한 위로의 음성도 없었다. 그 동안 익히고 쌓아 온 것들이 그 큰 절박한 고통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난생 처음 당하는 통증이라 문득 이렇게 죽는거구나 생각이 드니 아득하다. 언뜩 든 생각이 단종도 이렇게 몸부림치다 죽었겠구나. 그래도 좀 정신이 들어 더듬더듬 식도염 약병에서 한알을 꺼내 침으로 삼켰다. 그래 물을 마시면 좀 낫겠지. 물을 두어잔 마시니 좀 낫다. 방에 들어와 불을 켜니 벽에 세워둔 선풍기가 박살이 나 있다. 몸부림 칠때 일어서다 넘어지며 부딪힌 걸게다. 밝은데 보니 엉뚱한 비염 약병이 열려있고 식도염 약병은 그대로 있다. 그때서야 여보 나 죽겠어 물 좀 떠다줘. 아내가 보더니 혼비백산 이런 난리가 없으니 왜그래? 왜그래? 나 죽겠어 물좀 떠와! 아내가 떠다준 물로 두알을 삼켰다. 위약효과 였을까 아니면 물을 마셔서 그랬을까 조금 진정이 되는 듯했다. 아내가 방바닥에 흥건한 땀을 닦고 부서진 선풍기를 치우며 별일이네 왜 이제사 불렀데? 생각하니 한 이십분 정도 어둠속에서 몸부림 치며 왜 안불렀지? 안부른 것이 아니라 못부른거다. 그 큰 고통이 나를 삼켜버린 거다. 시간이 지나 그 와중에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조금 있다 손자랑 며느리가 와 밥 차려 주고 병원 소화기내과에 접수하고 의사를 만나 얘기하고 빨리 식도가 타는 것 같이 아프니 진통제 처방 좀 해 달라고...의사 말이 그거 아니라고 빨리 심전도실로 가라고...왠 심전도? 어리둥절한 채 심전도를 하고 의사한테 가니 심장관상동맥 하나가 막혀 응급상황 이라고. 이렇게 오해해서 시기 놓쳐 많이 죽는다고. 응급실로 데려가 베드에 눕히고 심장내과 선생님을 응급으로 호출한다. 어어! 추석 아침인데 수술할 의사가 있을까 걱정하는 중에 이것 저것 수술 준비를 한다. 그 중에도 가슴은 아프다. 삼십분도 채 안돼 수술할 선생님이와 수술실로 끌고 간다. 끌려가며 전신 마취 하나요? 했더니 아니요. 수술 아니고 시술이라 삽관하는 부위만 부분마취 해요. 그렇게 한시간 가량 팔에서 삽관해 스탠트 시술을 마쳤다. 언제 그랬냐는 듯 오목가슴이 아프지 않고 멀쩡하다. 그 후로 병실에서 오늘 밤이 일주일째다. 시술 끝내고 중환자 실에 누워 다시 어둡고 깊은 새벽 그 고통의 시간을 보았다. 그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내게 침묵하던 그 시간. 왜 그러셨어요? 라고 기도 하는 중에 '어떤 치유의 빛도 세미한 음성도 없었지만 그 침묵속에 그 분은 너를 살리셨다'라는 말이 올라 왔다. 눈물을 흘리며 다시 그 분을 불렀다. 이건 순전히 나의 해석일 뿐이라고 해도 좋다. 일주일이 지난 이 시간에도 침묵속에 일하시는 하늘 아버지께 눈물로 감사를 드린다.
첫댓글 "그 침묵 속에 그 분은 너를 살리셨다'", 장로님의 병상일기를 통해서 인간적이고 또 신성 속에 계신 사람의 흔들림과 하느님의 돌보심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