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오면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바람이 세고 가끔씩 눈보라가 세게
몰아친다. 어제 저것을 찍을 때만 해도 해가 구름에 가리고 바람이 꽤 세찼는데도
저 정도의 색과 윤곽을 얻을 수 있었는데, 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십중팔구
잎이 다 떨어져 버렸을 것이다. 옛 광양 물통 동네 소공원인데 나무가 꽤 컸다.
플라타너스는 버즘나무과의 단일 속인 플라타누스속(Platanus)에 속하는 10종의
식물로,이들은 키 큰 교목으로 북아메리카, 유럽 동부, 아시아가 원산지이며 비늘
모양의 수피, 크고 낙엽성이며 대개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 잎, 둥근 두상(頭狀)
꽃차례와 씨를 갖는 점이 특징이다. 같은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피지만 서로 다른
꽃차례를 이룬다. (브리태니커)
오늘도 중앙축제의 연속이어서 학생들은 오전 수업을 끝내고 제주학생문화원으로
옮겨 체험마당에 들어갔다. 칵테일 만드는 체험이 있는가 하면, 도자기 만들기,
연 만들어 날리기, 과학 체험, 크로키, 교복 물려주기 운동, 금연 예방 캠페인,
먹거리 장터까지 다양하다. 농구 프리드로, 패트병 볼링대회, 스타크래프드 게임 등
다양한 종목을 즐겼다.
♧ 플라타너스는 울지 않았다 - 김경윤
하늘 청명한 오후 창밖에는 톱질소리가 요란했다
야외 변소 옆 학교의 역사만큼이나 나이를 먹었을
키 큰 플라타너스가 흰 몸둥이만 남은 채 온통 잘리어 나갔다
일하던 김 씨는 눈병이나 옮기는 아무 쓸모도 없는 나무는
아예 밑동부터 잘라버려야 한다며
담배를 입에 물고 톱날에 낀 나무의 살점을 뜯어냈다
그 날 나는 지난해에 자퇴한 제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 친구들도 보고 싶고 선생님도 보고 싶어요……
앙상하게 몸통을 드러내고 서 있는 플라타너스 곁에서
나는 편지를 읽으며 생각했다 가르친다는 것이
내가 천직으로 삼고 살아온 교육이라는 것이
저와 같이 쓸모없는 나뭇가지를 전지하는 일은 아니었을까
바람에 손사래치며 반짝이던 잎사귀들은 땅바닥에 뒹굴고
새들도 날아 가버린 우울한 오후
나무를 자르던 서슬 푸른 톱날이 가슴에 와 박혔다
이제 바람은 어디에 머물며 이슬은 어디로 내릴까
내 푸른 꿈을 잘라낸 톱날이여, 쫓겨난 새들이여
그래도 몸통만 남은 플라타너스는 울지 않았다
다만 그날은 서편 하늘에 노을이 더욱 붉었을 뿐.
♧ 한 플라타너스가 다른 플라타너스에게 - 박윤규
무엇을 했는가가 문제가 아니다
그대를 향하여 손을 흔든다 이렇게 손을 흔드는 것은
나를 위해서다 그대를 위해서가 아니다
이 짊어진 무거운 상처는 밤의 하늘가에 흩어버리면 된다 오오 자연스럽게
누가 버렸는지도 모르게
가을은 위험하다
어차피!
♧ 플라타너스 잎사귀에 내리는 겨울비 - 김영자
겨울비가 일어선다.
벽돌빛 보도 위에 죽은 자처럼 눈을 감은 플라타너
스 잎사귀 하나 그 잎사귀 한 쪽 끝을 밟고 일어서는
겨울비가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갈색 우산 속에서 너
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작은 몸을 숨기며 어둠
의 창을 하늘처럼 열면 시간의 어깨 너머로 눈부신 빛
줄기 몰려올까
광화문 골목 한쪽 낙서로 덮인 카페의 사방 벽면을
바라보다가 돌아오는 길 떨어진 잎사귀 끝에 내려앉는
젊은이의 기타 소리가 카페의 문을 밀고 따라 나왔을까
아직은 먼 풀빛 내며 겨울비 속에서 솟아오르니.
♧ 플라타너스 1 - 홍수희
어디서 들려오는가
오랜 숙고(熟考)의 침묵 끝에서
파르라니 떨고 있는
휘-파-람 소리여
때늦은 회한의 회오리같이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떠날 줄을 모르는
허무와 피나는 실존의 사이
도시의 태양은 이미 중천,
당신 오신다는 소식은 까마득한데
......
♧ 플라타너스, 낮술 그리운 - 서정우
--그날 1
간밤 참 많은 비가 내리고 아침부터 어두운 하늘
등교하는 아이들 오돌오돌 떨며 각 교실마다 박혀들자
어디로 날려갈 퇴학생인가
교무실 창문에 달라붙은 플라타너스 잎새 한 장
미처 제 색으로도 물들 지 못한 낙엽 푸른색 창백하게
밤새 비바람에 시달려 온 몸 탈진되었어도
떨어져나가지 않으리라. 아직은.
비바람 몰아칠수록 유리창 바짝 몸 밀착시키지만
절절한 눈물자국 밀리면서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가는 플라타너스.
암울한 몸짓에 마음 졸이다가
이제 추워지는 모양이야. 선생님들 흘리는 목소리 멀어지고
수업 종소리마저 아득해지더니
뒤늦은 입실, 엉뚱하게도
불 꺼놓고 귀신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 초롱한 눈망울에
화를 냈던 것이다.
머릿속 가득 퇴학생 한 명 고개 떨구고 서 있는
오늘같이 하염없이 낮술 그리웠던 그날.
♬ 분위기 있는 올드 팝송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