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긴 파리가 아닙니다.
에펠탑은 파리에만 있는건 아니더라구요
드디어 라스베가스 입성하는 날이다
가는 길에 들른 바스토우 아울렛
그야말로 사막을 달리고 달려 왔다.
사막 한가운데 마치 쬐꼬만 소인국처럼 나타난
아울렛 매장
드넓은 사막에선
거인같은 큰 건물도 그냥 스머프집으로 보인다
달리고 달려도 차창 풍경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듯 단조롭다
오직
황량한 사막 뿐



세계 최대의 풍력발전기 시설이 있는 곳이다
사막에 바람이 많은지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하얀 풍력발전기가
너무 아름답다.
제주 월정리 바닷가에 있는 풍력발전기 보고도
와아~~~ 하며 좋아했는데
여기 미쿡이란 나라는
도대체 크기나 갯수나 규모
어느 한가지도 비교할 수가 없구나

애들한테
아울렛에서 아빠 가방 사셨다.
아 그러셨어요.
엄마의 농담은 이제 애들도 시큰둥

로비 천정이 좀 그로테스크하다.
나무뿌리가 우리 천정으로 뻗어나온 것 같은 ...
파크 MGM 호텔에서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족히 삼사십분을 기다렸는데도
키를 받아내지 못한다.
중국인들이 대거 인해전술로 침략(?)해 오고
마더스day 라서
많은 내국인들이 쏟아져나왔단다
우린 양성평등에 입각해 어버이날인데
여긴 아직 어머니날이다.
평소에 못한 효도를 하루에 몰아서 하는 건
우리나 미국이나 똑같은가보다.
우린 인솔자 한사람이 전투적으로 방 키를 받아내기로 하고
캐리어를 맏겨놓고
라스베가스 투어에 나섰다.

하이롤러는 패스하고
골목을 구경하기로 한다.


갑자기 꺅꺅 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위를 올려다보니
건물과 건물사이 짚라인이 있다
하이롤러를 배경으로 참 멋지고도 재미있는 풍경이다.
별로 무섭지도 않아보여 해보고 싶지만....






요건 골프멤버들
마커로 사용하면 좋을 듯 하다는
남편의 아이디어어
아 괜찮은 생각인데

요건 마그넷인데
라스베가스 다운 기념품인군

재미있는 기념품도 사고
앙증맞은 기념품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먹어가며
촌뜨기처럼 둘레둘레
그렇지만 잘도 돌아다닌다.

자유시간 초반에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어떤부부 2쌍이 우리를 따라다니겠단다.
여기 한바퀴 돌아볼 생각이에요 했더니
암튼 우릴 따라오겠단다
부담스러웠는데
사진 찍다보니 우릴 따라다니던 부부들이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다.
별볼일 없는 사람들인걸 알아챘는지
일찌감치 독립만세 불러준게 고맙다.
홀가분하게 다시 촐랑거리며 골목을 누빈다.

야경투어를 신청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왕복 10킬로미터가 넘는 메인스트립을
우리끼리 찾아다니며 즐기기엔 무리가 있어보였다
긴 리무진을 타고
시간에 맞추어 불꽃쇼, 분수쇼, 다른 호텔의 볼거리 등을
데려다주는 투어를 신청했다.
겉으론 대단한 리무진인데
차 안엔 태국의 툭툭이를 연상케한다고
남편이 웃는다
이거 툭툭이 아냐?
그렇지만 이 긴 리무진이 내 앞에서 기다릴 때
폼 나잖아?
내릴 때
문을 열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매너있는 운전기사 덕에
툭툭이보다는 낫네.

우린 베네시안 호텔 투어에 나섰다.
호텔투어 하니까 좀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여긴 호텔이 모두 볼거리다
베네치아를 옮겨오고
맨하탄을 옮겨오고
파리의 에펠탑, 스핑크스 등등
세계 각 나라의 유적지와 명소를 모두 옮겨다 놓은 느낌이 든다.
'있을 것은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이 노래가 절로 생각나는 도시다
이 라스베가스라는 도시 뭐야~~~
하는 느낌.


일행에서 떨어지면
다시 데릴러 오기도 어려운 미로같은 곳이니
꼭 붙어서 따라오라는 가이드 말에
얌전한 학생들처럼
모범적인 태도로 졸랑졸랑 따라가니
멋진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이 나온다
여긴 베네치아 호텔 안의 모습이다.
베네치아 미니어처같은 광경에
놀라웁고 신기하다.
곤돌라가 다니는 수로도 있으니......


리알토다리에서 추억을 떠올리며
사진 한장
호호호 리알토에 또 왔네

황금사자상까지 선명하다
각종 브랜드 간판이 분위기를 깨긴 하지만
볼 수록 대단해요~~~


요런 조형물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 보면
촌스러워 보였는데
어느새 다가가 앉아있는 이 여인.
나 찍어줘 하는 말을 안해도
울 남편 찰칵찰칵.
근데 눈감았네.

이제 어둑어둑 해졌다
밤이되어야 진정한 빛을 발하는 라스베가스
우린 베네시안 호텔을 나와 이제 올드타운으로 향한다
여전히 겉은 리무진, 속은 툭툭이인 교통수단으로.

잠시 전구쇼를 감상하시겠습니다.
환호성을 지르는 것은 자유랍니다.
전구쇼가 열리는 하늘에도 여전히
꺅꺅거리는 짚라인이 움직인다.
전구쇼의 화려한 불꽃 속을 나르는 기분은 어떨까




천정엔 우리기업 LG로고가 있다
전구쇼가 진행되는 동안엔
거리의 상점 네온사인이 올 스톱한 기분이다.
쇼가 끝나면 거리의 쇼가 여기저기 다시 시작된다.
메인스트립이 아닌 올드타운이 확 살아난다
화려함의 극치다.

스턴트 느낌의 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안보면 후회할 거라는 말에
신청한 KA 쇼
태양의 서커스 사에서 하는 쇼라는데
어마어마한 무대장치 때문에
외국공연 때는 소규모로 파견할 수 밖에 없다한다.
한마디로 여기 라스베가스 아니면
진정한 태양의 서커스를 볼 수 없단 뜻이겠다.
그래 한번 보자

MGM 그랜드호텔 쇼장 입구에선
아름다운 하프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대형 하프를 연주하는 천사들이 보인다.
하~~
소리도 모습도 정말 아름답다.

무대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는 곡예사들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들의 땀으로 이루어진 곡예와
변화무쌍한 무대장치에
경의를 표한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를 보러간다.
호텔 앞의 호수도 어마어마
분수쇼 규모도 입이 딱 벌어진다.






화려한 분수쇼를 끝으로 오늘 일정은 끝이다
아니다 끝이 아니구나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시간이구나.
여긴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 아닌가
엘리베이터의 모든 1층은 아예 C 층으로 표시한다
왜 C 라고 표시하지?
곰곰생각해보니
'CASINO 층'





라스베가스의 밤문화를 즐기고
호텔로 가는 길
번쩍번쩍 환락의 도시답게 화려하다
그냥 흥청흥청 모두가 나를 내려놓고 즐기는 듯 하다.
초롱초롱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둘러보는 사람은
우리같은 패키지 여행객 뿐이다.

이 건물은
문의 유리 장식까지도
카지노스럽다.

룸으로 들어와
카지노 구경가겠다는 남편 내보내고
씻고났는데 눈이 말똥거린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인데도.
홀로 맥주나 마셔볼까 하는데
장미희 안성기 주연의
영화 '깊고 푸른밤' 이 생각난다.
"첫번째 남편도
두번째 남편도
신혼여행때, 카지노에서 밤을 새웠죠"
라는 장미희의 대사가...
나도 그 대사를 외로운 듯 읊어야하나 하고 있는데
남편이 금방 돌아온다
다행이다
우리 집을 통째로 날리진 못했을 짧은 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