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 귀의 하옵고()()()
안녕하세요!
우한 폐렴으로 2년여 뒤숭숭한 시간을 보내던 차에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주는 글이 있어 옮깁니다.
"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이하며 오늘은 숭산 큰스님의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지금도 화계사 국제 선원에는 큰스님의 제자인 외국인 스님들이 수행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스님들은 국적도 다 다르고 모두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문장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How may I help you?(당신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본래 '나'와 '남'의 경계가 없는 것이라 '나'라고 할 것이 없으므로,
남을 위한다는 말조차 틀린 말이며 그 길에는 생각도 없고 고통도 없다고 큰스님께서는 강조하셨습니다.
그렇게 되면 순간순간의 할 일이 명확해지며, 순간 순간의 행동은 완벽하게 다른 중생들의 고통과 닿아 있어서
망설임 없이 이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당신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이것이 진정한 인간의 길인 대자대비심이자 절대의 길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이 똑같이 우주의 실체이며 공(空)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에,
'나'라는 것이 본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부처님과 같은 무애(無碍)의 마음으로 우주적 본질에 닿지 못한 채
나와 세상을 분별하고 차별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언어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한 제자가 큰스님께 여쭈었습니다.
"모든 것이 공한데, 공하다는 게 어떻게 진리가 될 수 있는지요?"
이에 큰스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거울을 한 번 보라고 답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거울 속엔 아무것도 없으므로 공하다. 거울 앞에 붉은 공을 갖다 대면 붉은 공이 나타나고,
하얀 공을 갖다 대면 하얀 공이 나타난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비출 뿐이다.
붉은 공을 치우면 거울에는 더 이상 붉은 공이 없고, 오로지 그것을 비출 때만 상(像)이 나타나는 것이다.
맑은 거울은 공해서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아무런 장애 없이 비추어 준다.
모든 것은 이 공한 우주라는 거울 앞에서 비추어지는 것이다. 아무것도 덧붙이거나 빼지 않는다.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이지만 거울에 비친 상 역시 공하므로,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진리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마음은 이렇지 못하기에 마음의 거울에 붉은 것을 갖다 대면 역시 붉은 것을 비출지 몰라도, 붉은 것을
치운 뒤 하얀 것을 갖다 대면 우리 마음의 거울은 여전히 붉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큰스님께서는 설명하셨지요.
'붉은 것보다는 하얀 것이 낫지 않을까?'
혹은 '다음에 붉은 것이 다시 나타날까?'
혹은 '지금 앞에 있는 하얀 것은 좋지 않아, 붉은 것이 더 좋아 아니야, 아니야, 하얀 것이 더 좋아..... 아, 잘 모르겠다.'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얀 것이 앞에 있지만 우리 마음은 있는 그대로 비추지 못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거울과는 달리 다른 것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탐욕과 집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을 위해 행동하는 대신 좋고 나쁨에 집착합니다.
이것들은 모두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입니다. 집착을 버리고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이 곧 중생을 위해서 사는 삶이며, 그것이 바로 부처의 삶인 것입니다.
반대로 '나'를 앞세우면 욕심이 생기고 '나'와 '남'이라는 분별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나'라는 것이 사라질 때 장애가 없어지고, 장애가 없으므로 이렇게 물을 뿐입니다.
"당신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큰스님의 이러한 말씀이 지금에 와서 더욱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코로나라는 힘들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한 해에는 큰스님의 말씀처럼 경계와 집착을 버리고 장애를 넘어, 서로 돕는 마음으로 오직 이렇게 물을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불기 2566년 임인년새날아침
화계사 주지 수암 합장"
임인년 탐욕과 집착을 버리고 '나'와 '남'이라는 분별을 넘어,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수행 정진하는 해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