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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느님] 09 - 사실, 우리는 모두가 서툴다.
1. S# 도입부
<Flash-back1> 7부 48씬.
은혜Na : 하나의 마음이 다가옵니다.
하루 : 웃을께.. 웃게 해줄께..
은혜 : (점점 더 가득 눈물이 고여오는 위로 계속)
하루 : 아무것도 안바라구 아무것도 기대안할께.. 너는 나한테.. 있어주는것만으로도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니까.
은혜 : (그대로 돌아선다. 동시에 툭..! 떨어지는 눈물위로)
은혜Na : 그 마음이 다칠까봐.. 두려웠습니다.
flash-back2> 7부 41씬.
은혜 : 해볼께요.
동재 : (본다)
은혜 : 동재씨가 말한대루 하루가 나 포기할때까지만, 나 포기하구 자기 갈길 갈때까지만 나는 동재씨를 좋아해주는 척..
동재씨는 내 애인인척.. (보며) 해보자구요 까짓거.
동재 : (본다)
은혜 : 대신, 동재씨도 내 진심같은건 바라지 말아요. 우리 사이에 진심같은거 생기는 순간.. 그 땐 이 거래도 끝이예요.
은혜Na :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또 하나의 마음이 다가옵니다.
Flash-back3> 8부 마지막씬.
커피전문점으로 들어서는 동재의 모습,
은혜, 빤히 쳐다보는 위로
동재 : 우리 거래하기로 했던거.. 여기서 그만 끝냅시다.
은혜 : (? 보면)
동재 : 내가.. 진심이 돼버렸어.
은혜 : ...? (본다)
동재 : 내 마음이 자꾸.. 당신 때문에 움직이려고 해.
은혜 : ...! (동재를 빤히 쳐다본다. 시선에서)
꽃처럼 내리는 함박눈..
카페 유리창문 안으로 마주보고 있는 그 두 사람위로.
하루Na : 너무 멀리만 가지 마.
2. S# 연구원 사무실 한켠. N.
불이 다 꺼진 연구실 한켠. 한쪽에서는 소리를 죽여놓은채 영상만 돌아가고 있는 TV.
그 한쪽으로 스탠드 불빛밑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하루의 모습위로.
하루Na : 나, 열심히 클테니까.. 열심히 남자답게 될테니까.
이것저것 자료를 들척여보기도 하고 열중해있다가 문득 고개들어 TV로 시선을 준다.
마침 화면에는 개그맨의 코믹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루, 그걸 보다가 피식 웃는다. 그러더니 누가 있는것도 아닌데 주위를 한번 살핀뒤 자리에서 일어선다.
TV화면에 나오는 그 코믹춤을 따라해본다. 처음엔 아주아주 어설프게.. 그러다 점점 재미가 붙어간다.
어? 춤 좀 되주는데? 하루 점점 신이 나서 따라하는 모습위로.
하루Na : 그래서 날 믿을수 있게, 사랑할수 있게 할테니까.. 너무 멀리만 가지 마 은혜야.
창문밖으로 눈이 내리고,
그 창문안으로 TV화면을 따라는 하루의 모습에서 화이트-아웃 되면서.
타이틀, “안녕하세요, 하느님! 제 9부”
3. S# 병원 숙직실. N
어두컴컴한 실내안으로 삐비, 삐비, 요란하게 울리는 삐삐소리.
잠들어 있던 주인턴, 재빨리 일어나 비퍼에 찍힌 번호를 확인한다. 아..! 하면서 피곤한 듯 한번더 풀썩 이불에 얼굴을 박는데서.
4. S# 간호사데스크. N
부시시한 머리모양새 그대로 뛰어오는 주인턴,
간호사1 : 1208호실 넬라톤 환자예요.
(자막> 넬라톤 : 소변을 자의로 볼수 없는 환자의 요도로 관을 삽입하여 소변을 보게 해주는 시술)
주인턴 : 알겠습니다. (그 쪽으로 뛰어가면)
5. S# 1208호실. N
문을 열고 들어서는 주인턴, 입원해있는 환자앞으로 다가서며.
주인턴 : 참으시느라고 애쓰셨습니다. 금방 해드리겠습니다.. (하는데)
환자1 : 좀 전에 선생님 다녀가셨는데요?
주인턴 : 네?
환자1 : 어떤 젊은 선생님이 와줘서 벌써 소변 다 봤다구요.
주인턴 : (??? 본다. 시선에서)
6. S# 간호사데스크.
주인턴 : 김선생님이 하셨습니까?
수간호사 : 아뇨. 저는 좀 전에 1201호 환자 레빈 튜브 확인하구 온거밖에 없는데?
주인턴 : 이상하네.. 누가 와서 처치해놓구 간거지? (긁적긁적거리는 모습)
그 뒤로 쓱 청소수레를 밀고 지나가는 하루의 모습. 들릴듯 말듯 나즉히 휘파람(‘주먹쥐고, 손을 펴서..’)을 불며
바닥에 떨어진 작은 휴지조각을 집어든 뒤 다시 쭉 청소수레를 밀고 복도 저편으로 멀어진다.
(멀어지다가 코믹 춤 액션 한번 살짝 취해줘보기도 하면서) 그 위로,
주인턴E : 요 며칠새 병원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거 아십니까?
7. S# 저택, 거실.
식탁에 모여 아침을 먹고 있는 연구원들, 주인턴.
주인턴 : 헤드 인져리 환자마다 헤드업 30도는 기본이구요, 코마 환자들두 두세시간마다 저절로 자세가 바뀌어 있구요.
어젯밤엔 글쎄 넬라톤 환자 소변까지 받아놨더라니깐요.
연구원2 : 어떤 기특한 놈이야?
주인턴 : 글쎄 그걸 모른다는거 아닙니까. 그 정체모를 누군가가 벌써 며칠째 그러구 병원안을 돌아다닌다는거죠.
연구원1 : 뭐야? 우리 병원에 유령이라두 나타났다는거야?
연구원2 : 에이 설마요. (하는데)
동재 : 어떤 성실한 레지던트가 남몰래 열심히 실습이라도 하는 모양이지.
일제히 : (목소리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동재를 본다)
동재 : (한쪽으로 걸어나오며 유쾌하게) 누군지는 모르지만 암튼 훌륭한 의사가 되겠군, 그런 자세는 자네들도 배워두라구.
일제히 : 예.. 알겠습니다. (하면서 슬쩍 무안한 시선 교환하면)
동재 : 이거 오늘안으로 파워포인트 작업해놔. (들고 있던 자료 연구원1에게 넘기면서) 이따 병원에서들 보자구.
(밝은 기분으로 돌아서서 나간다)
주인턴 : 어? 아침식사두 안하시구 그냥 나가시네? 하늘이 두쪽나두 아침식사는 안거르시는 분인데?
연구원1 : 임마, 학회발표가 바로 낼모렌데 밥이 들어가시겠냐?
주인턴 : 밥맛없는분치고 기분은 상당히 좋아보이지 않아요?
연구원2 : 그러고보니 그러네?
주인턴 : (돌아보며) 연애하시나?
연구원들 : (일제히 ??? 돌아보는데서)
8. S# 달리는 동재의 차.
기분좋게 운전하고 있는 동재, 핸드폰과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은 위로
E. 띠리리 띠리리.. 신호가는 소리..
9. S# 염교장댁, 은혜의 방.
화장대 한쪽에 진동으로 울리는 은혜의 핸드폰. 화면위에 뜨는 글씨 “까칠한 놈”
그 핸드폰을 집어드는 손, 봉평댁이다.
봉평댁 : (글씨를 한번 보더니) 이이? 까칠한 놈? 뭔 이름이 이렇댜? (계속 번호가 울리자 슬쩍 바깥쪽 한번 살피더니 받아든다)
여보세요오~
동재 : (insert> 은혜의 몸소리가 아니자 멈칫.. 하더니) 서은혜씨 핸드폰 아닙니까?
봉평댁 : 네에~ 서은혜씨 핸드폰.. 맞는디유우~?
동재 : (insert>) 지금 잠깐 통화할수 있겠습니까?
봉평댁 : 미언허지만 은혜 지금 출근헐라고 씻는중인디유, 실례지만 워디신지.. (하는데)
동재 : (insert> 자르듯) 알겠습니다. 다시 전화드리죠. (끊는다 달칵!)
봉평댁 : (멈칫.. 끊어진 핸드폰을 쳐다보더니) 워메.. 싸가지 좀 봐라 이거, 뉘집 자식인가 참말로.. (탁! 접어버리는데)
그 때 방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은혜, 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닦아가면서 화장대앞으로 와서 앉으면.
봉평댁 : 야, 은혜야. 그 놈이냐? 까칠헌 놈이?
은혜 : 네? (화장품을 바르며 거울로 봉평댁을 본다)
봉평댁 : 금방 즌화왔어야, (목소리 흉내내며) 서은혜씨 핸드폰 아닙니까? 그래서 시방 씻는다구 혔드니,
다시 전화헌다고 툭 끊어버리드라? 요즘 너 좋다구 따라댕기는 놈이 그 놈이냐고.
은혜 : 아, 예에.. (그냥 웃으면)
봉평댁 : 여엉, 싸가지가 밥맛인거 같다 그 노옴, 워떻게 으른이 즌화를 받는디도 인사꽁대기 한마디 없다냐?
대개 있는 집안에, 저만 떠받들어주는 부모 밑이서 큰것들이 그렇키 안하무인으루다 싸가지가 없느니라.
은혜 : (짐짓 웃으며 얼굴에 화장품을 바른다. 톡톡톡 두드리면)
봉평댁 : 그려서. 진도는 워까지 나갔남? 뽀뽀는 해봤남?
은혜 : (피식 웃음, 짐짓 시선 떨구면)
봉평댁 : 워메! 했구먼! 해봤구먼. 하이고 기집애 으뭉시럽기는.. (하면서도 자기가 더 좋아하는데)
은혜 : 그래봤자 올라가지도 못할 나문데요 뭐.
봉평댁 : 아니, 왜?
은혜 : 너무 잘나서요. 똑똑하구, 능력있구.. 그냥 옆에서 올려다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날만큼.. 잘났거든요.
봉평댁 : 야가 야가, 아직 뭘 물러두 한참 물르는구머언. 자고로 남녀상열지사에는 말여, 상하가 있는겨.
마음은 이렇키 옆에서 옆으루 평등허게 움직이는것이지, 우아래로 움직이는게 아니란 말여.
그래서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러브스토리가 생긴거이고, 신데렐라허고 왕자님의 해피앤딩이 있는 것이다, 알어묵겄냐?
은혜 : (픽 웃더니, 일어나 외투 입으며) 장선생님하구는 요즘 잘 되가세요?
봉평댁 : 응? 뭐 나야 그렇지이.. (순간 쎄해지다가 한숨 푹) 그 인간이 워낙에 뚝뚝허잖냐,
뭔 씨알이 멕혀야 작업도 해보든가 말든가.
은혜 : 두 분 잘 어울리세요, 잘해보세요.
봉평댁 : 그려? 니가 보기에도 그렇지?
은혜 : 네. (웃더니) 다녀올께요. (나간다)
봉평댁 : 찬찬히 댕겨와라이? (하더니) 지집애 가끔 말하는건 이쁘단 말여.
(기분좋게 긁적거리다가 손에 들고 있는 은혜 핸드폰을 본다) 어려? 야가 핸드폰을 놓구 갔네? (돌아보면)
10. S# 염교장댁 집 앞.
계단을 내려오는 은혜, 다 내려와서 막 돌아서다가 멈칫.. 멈춰서서 보면
차를 세워놓은채 그 옆에 기대서서 기다리고 있던 동재, 은혜를 본다.
은혜, 왠지 갑작스러움에 빤히 쳐다보면,
동재 : 갑시다. 아침먹으러.
은혜 : 네?
동재 : 은혜씨랑 같이 아침 먹을려고 왔어요 나. 갑시다.
은혜 : 저, 아침 벌써 먹었는데요.
동재 : 난 아직 안먹었어요. 갑시다.
은혜 : 저 지금 출근하는 길이거든요?
동재 : 시간 많이 안뺏을께요. 가자구요 좀. (하더니 차 문 열어준다)
은혜 : (? 동재를 보면)
그 때 대문을 열고 뛰어내려오던 봉평댁, 막 내려서다가 멈칫! 은혜와 동재를 보더니 후다닥 돌아서서 벽뒤에 숨는다.
살짝 고개 내밀고 빠꼼히 쳐다본다.
봉평댁 : 아이고, 저 놈이 바로 고 까칠헌 놈이구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보면)
동재 : (은혜 보며) 뭐해요? 어서 타요.
은혜 : (본다. 보다가 낮은 한숨. 일단 차에 올라탄다)
동재 : (빙긋 미소. 탁! 차문을 닫아주고 돌아선다. 돌아서는 순간)
봉평댁 : ...! (순간 싸악! 얼굴에 핏기가 가신다)
동재, 봉평댁쪽을 보지 못한채 운전석에 올라탄다. 시동걸고 출발하는 동재의 차. 멀어지면...
봉평댁, 끝내 움직이지 못한채 멍하니 멀어지는 차를 본다. 시선에서.
11. S# 샐러드 바 같은 분위기의 신선한 장소.
아침 햇살이 비쳐드는 가운데 커다란 그릇에 신선한 샐러드 한가득,
그 옆으로 계란후라이와 베이컨, 빵과 우유, 쥬스까지 차려진 식탁.
동재, 학술지를 들여다보며 혼자 식사를 하고 있다.
그 맞은편에 벌쭘하게 앉아 있는 은혜,
동재, 계속 맛있게 먹어가며 시선은 학술지만 들여다보고 있는 중..
은혜, 조금은 어이없는 기분으로 본다. 보다가
은혜 : 사람 앞에다 앉혀놓구 지금 뭐하세요?
동재 : (여전히 책 시선에 둔 채) 밥먹구 있잖아요.
은혜 : (허.. 기막힌다 좀) 사람을 데려왔으면 무슨 말이라도 하든가.. 뭐예요? 책만 들여다보구 먹기만 하구?
동재 : 원래 내 습관인거 알잖아요. 밥먹을 때 책이든 신문이든 읽어야 하는거.
은혜 : 글쎄 책하구 같이 밥드시면 될걸, 왜 굳이 나를 데리고 와서 앉혀논거냐구요, 예?
동재 : 그러고 싶으니까.
은혜 : 뭐요?
동재 : 이렇게 안하면 또 하루종일 얼굴보기 힘들거 아니예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너무 바쁘지 않은 날은 이렇게 아침이라도 같이 먹어야겠다.. (보며) 안돼요?
은혜 : (본다. 보다가) 저기요 동재씨 나는 아직.. (하는데)
동재 : 십분만 더 같이 있어요,
은혜 : ? (보면)
동재 : 딱 십분만 더 거기서 날 쳐다봐주고 있어달라구요. 더 이상 안괴롭힐게요. 괜찮죠? (보면)
은혜 : (그 말에 잠시 머뭇.. 빤히 동재를 보면)
동재 : (짐짓 미소로 다시 학술지 들여다보며 식사를 계속한다)
은혜 : (맘 약해진 그녀, 젠장..! 앞머리 훅! 날리면서 고개 돌리는데서)
12. S# 염교장댁, 거실..
은혜의 핸드폰을 손에 쥔채 멍하니 앉아 있는 봉평댁, 나즈막히 숨을 내쉬는데 갑자기 뱃속이 따끔따끔해온다.
찡그리며 손으로 배를 만지는 봉평댁, 신경쓰이는 표정으로 다시 한숨 푹.. 내쉬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벌떡 일어나 옷을 갈아입는 모습에서.
13. S# 병원 일각. (MRI사진을 볼수 있는 장소)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면서 마대로 바닥을 닦고 있는 하루, 그 위로
의사1E : 이건 지난주에 입원한 종양환자의 MRI다.
하루 : (하품을 멈추고 ? 돌아보면)
대여섯명의 레지던트들이 모여있는 앞에서 MRI 사진 보여주며,
의사1 : 옵틱 너브(optic nerve, 시신경)가 컴프레션 (compression) 받아서 오른쪽 블라인드네스(blindness)가 왔는데..
이 환자의 옵틱 너브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지?
레지던트들 일제히 고개를 쭉 빼고 MRI사진을 들여다본다. 눈이 빠지게 열심히 들여다보고는 있지만 잘 찾지를 못한다.
의사1 : 못찾으면 늬들 다 뺑뺑이야!
레지던트 : (일제히 초긴장, 열심히 찾아보려고 한다)
의사1 : 몰라? 모르겠어? 한 눔도 없냐? (하는데)
그 때 레지던트들 뒤에서 삐질삐질 손 하나가 올라온다.
의사1 : 어! 그래 거기 너!
그 말에 레지던트들, 일제히 양쪽으로 갈라져서 돌아보면
한손엔 마대를 짚은채 벌쭘하게 손을 들고 서 있는 하루,
의사1, 순간 멈칫.. ‘하루 아냐?’ 쳐다보면.
하루, 양쪽으로 갈라져서 자기를 쳐다보는 레지던트들을 흘끔흘끔 보더니 들어올린 손으로 MRI 한곳을 가리킨다.
의사1, ? 쳐다보면
하루, 슬쩍 눈치 한번 본 다음 레지던트 사이를 지나와 정확히 MRI사진 한부분을 탁! 찍는다.
그러면서 흘끔 의사1의 눈치를 보면
순간 의사1, 조금은 놀란 듯 하루를 본다. 보다가 일순 자존심 팍! 상해 레지던트들을 홱! 째리더니,
의사1 : 어우우! 이 자식들을 그냥! 다 나가 죽어라! 나가 죽어!!
(레지던트들을 발로 차고 뒷통수 후려쳐가면서) 어이구 접시물에 코박구 죽어두 시원찮을 놈들아!!
하루 : 저기 그런데요...
의사1 : (흐트러진 자세 그대로 ? 돌아보면)
하루 : 이거 뒤집힌거 같은데요..
의사, 레지던트들 ??? 쳐다보면
하루 : (사진을 빼서 뒤집어서 다시 꽂아둔다, 돌아서서 한번 씩 웃더니)
의사1 : (순간 이 자식들 증말! 다시 레지던트들 홱! 째린다)
레지던트들 : (젠장....!!! 죽을맛으로 일제히 고개 푹 숙이면)
14. S# 병원 복도 일각.
하루, 기분좋게 청소수레를 밀며 주먹쥐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쭉 걸어오는데
그 때 저쪽으로 두리번거리면서 나타나는 봉평댁을 본다. 누군가를 찾는 듯 계속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면.
하루 : 어? (본다. 보더니) 봉평댁아주머니? (하더니 쪼르르 다가선다)
봉평댁 : (? 돌아본다, 순간 반가운 표정) 어! 그래! 너구나! 잘만났다..
하루 : 어쩐 일이세요, 병원까지?
봉평댁 : 저기 그게... (본다. 보며) 너, 은혜하구 잘 알지?
하루 : (? 본다. 시선에서)
15. S# 병원 일각1.
동재, 발걸음 가볍게 쭉 걸어들어오는데 저쪽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있는 레지던트들..
레지던트1 : 하룬지 이틀인지.. 신경쓰여 죽갔네 진짜.
동재 : (? 걸음을 멈추며 돌아보면)
한쪽에 모여 있는 레지던트들. 자기들끼리..
레지던트1 : 맨날 밤새고, 레포트에, 선생님들 눈치 보는것만해도 숨막혀 죽겠는데,
이젠 그런 놈한테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냐?
레지던트2 : 어쩌겠냐. 걔가 우리 병원 밥줄이라는데..
레지던트1 : 그래두 의국을 지 맘대루 휘젓구 다니는건 오버지!
레지던트2 : 어쨌든 원장선생님, 박동재선생님의 비호를 받고 있잖냐. 누가 건드려?
동재, 한쪽에 서서 그 얘기를 들은 듯,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16. S# 복도 한쪽.
하루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며 쭉 걸어오는 동재, 그러다 복도 한쪽에 세워져 있는 청소수레를 발견한다.
동재, 주위를 휘 둘러본다. 시선에서.
17. S# 휴게실 일각.
봉평댁앞으로 커피를 뽑아서 갖다주는 하루,
하루 : 마시세요. 뜨거우니까 조심하시구요.
봉평댁 : 으응, 고마워어. (하면서 한모금 마신다)
하루 : (보며) 그런데 은혜는 왜요? 무슨일인데요?
봉평댁 : (본다. 보다가) 은혜가 만나구 있는 남자 말여, 너는 누군지 알지?
하루 : (멈칫.. 봉평댁을 본다)
봉평댁 : 누구냐아? 설마 너 똑똑하게 맹글어준.. 그 의사선생은 아니지? 그자?
하루 : (본다. 보다가)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는데요?
봉평댁 : 오늘 집앞으로 은혜를 만나러 온 남자를 봤는디, 암만혀두 내 눈이 잘못되았지 싶어서..
절대루 그럴 리가 없을텐디 근디, 암만혀두 자꾸 그 의사선생같아서 말여.. 그려서.. (하는데)
동재E : 손님이 와 계셨구나.
하루 : (? 돌아본다)
봉평댁, 목소리에 무심코 돌아봤다가 멈칫.. 동재와 시선 마주친다. 순간 흠짓.. 하는 기분으로 재빨리 다시 고개 돌리면.
동재 : (그런 봉평댁을 한번 보더니 별 관심 없다는 듯 다시 하루를 보면) 혹시 너 병원내에서 문제 일으킨거 있어?
하루 : 문제요? 아뇨, 없는데요.
동재 : 레지던트들한테 말 들을만한 행동 한적두 없구?
하루 : 없습니다. (보며) 왜요? 무슨 일이신데요?
동재 : 아냐. 없으면 됐어. 오늘 일 오전중으로 끝내고 사무실로 와. 오늘 최종검진 있는 날인거 알지?
하루 : 네.
동재 : (돌아서려는데)
하루 : 오늘 아침에 은혜 만나셨어요?
동재 : (? 돌아본다)
하루 : 집까지 찾아가셨었다면서요. 그거.. 반칙 아니예요?
동재 : 너랑 게임같은거 시작한적두 없는데 반칙은 무슨 반칙. 나는 내가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가서 만날거야.
검사 시간이나 늦지마. (하더니 별 의미 없이 봉평댁을 한번 더 쳐다본 뒤 돌아서서 간다)
애써 외면하는 봉평댁 저 뒤로 멀어지는 동재의 뒷모습.
하루, 동재가 가는걸 보다가 봉평댁쪽으로 고개 돌린다. 순간 멈칫.. 보면
봉평댁, 얼굴을 외면한채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지갑을 꼭 쥐고 있다, 따끔따끔.. 또 배가 아파온다.
하루 : (씁쓸하게 픽 웃더니) 아침에 은혜 만난거 맞는 모양인데요? (하고 돌아보다가 멈칫..)
봉평댁 : (식은땀이 나고 있다)
하루 : 아주머니.. 어디 아프세요? (보며) 아주머니.
봉평댁 : (하루를 본다. 보더니) 아녀 아니구먼. (손등으로 식은땀 훔쳐내더니 황망히 일어서서 가버린다)
하루 : (? 본다. 시선에서)
18. S# 병원 로비 일각.
청소를 마친 듯 청소용구를 들고 나타나는 장필구와 자물통, 뭔가 잡담을 나누며 쭉 걸어오다가 멈칫.. 보면
저쪽으로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가는 봉평댁의 뒷모습이 보인다.
자물통 : 봉평댁아주머니 아닙니까?
장필구 : (? 그 쪽을 보는데)
봉평댁, 몇걸음 더 걸어오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두 눈시울에 붉게 물들어오는 봉평댁, 누가 볼새라 재빨리 소매끝으로 찍어낸다.
지갑에서 손수건을 찾는 손, 여전히 경미하게 덜덜덜 떨려오고 있고.
자물통 : 가볼까요?
장필구 : 아니. 그냥 모른척해주는게 나을 것 같구나.
자물통 : (그런가? 돌아보면)
봉평댁 : (손수건으로 코를 한번 팽! 풀더니 그대로 다시 걸음을 옮긴다)
장필구 : (본다. 시선에서)
19. S# 검사 몽타쥬. (짧게)
MRI, CT, 뇌파검사까지 다양하게 검사를 받고 있는 하루,
동재, 연구원들, 주인턴과 함께 최종적으로 하루의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에서.
하루E : 아는 분이세요?
20. S# 검사실 일각.
하루, 검사받는 복장을 입은채 침대에 걸터앉아 있고,
동재, 그 옆에서 챠트를 넘겨보며 무언가를 체크중이다.
동재 : (기록 체크하면서) 누구?
하루 : 아까 저랑 같이 있던 아주머니요.
동재 : (무심하게) 아니 몰라. 왜.
하루 : 은혜하구 동재선생님, 어떤 사이냐고 묻길래요.
동재 : (? 돌아본다)
하루 : (보며) 정말 모르는 분이세요?
동재 : 몰라. 모르는 사람이야.
하루 : 그렇구나. (살짝 갸웃하더니 일어나서 검사실 밖으로 나간다)
동재, 나가는 하루를 슬쩍 돌아본다. 한번 더 생각해보는 듯.. 역시 모르는 아주머니다. 시선에서.
21. S# 염교장댁 전경. N
수정E : 아줌마! 아줌마! 저녁식사 하세요!!!
22. S# 염교장댁, 은혜의 방. N.
봉평댁, 침대에 돌아누운채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그 뒤로 문을 드륵 열고 들여다보는 수정,
수정 : 아줌마, 내 말 안들려요? 저녁 드시라니깐요?
봉평댁 : 안먹을란다.
수정 : (? 보더니) 아줌마 어디 아퍼요?
봉평댁 : 아니다..
수정 : (본다. 보다가 안으로 들어와 봉평댁 이마를 한번 만져본다)
봉평댁 : 아이구, 귀찮어어.. (수정의 손 걷어내면)
수정 : 열은 없는데? (보며) 정말 저녁 안드실거예요? 자물통 삼촌이 돼지고기 넣구 김치찌개 끓였어요.
아줌마 그거 되게 좋아하잖아요.
봉평댁 : 생각없다니께. 그만 귀찮게 하구 나가. (힘도 없다)
수정 : (? 꿈뻑꿈뻑 눈을 꿈뻑이며 본다. 시선에서)
23. S# 염교장댁, 주방. N
염교장 : 저녁을 안드시겠대?
수정 : 네에, 진짜 별일을 다 보겠네. 맨날 숟가락도 차려놓기전에 내려와서 반찬부터 집어먹더니..
장필구 : (조용히 듣는 위로)
염교장 : 어디 아프시다 그러든?
수정 : 아니예요. 내가 이마두 짚어봤는데.. 열두 없었어요.
자물통 : (슬쩍 장필구를 한번 보면)
장필구 : 진짜로 생각이 없어 그러나보죠. 먼저 잡수시죠 교장선생님.
염교장 : (보더니) 물통아, 혹시 모르니까 니가 수고스럽더라두 이따 죽이라도 끓여줘라. 아무리 밥생각이 없어도 굶으면 못쓴다.
자물통 : 예, 알겠습니다 교장선생님. (베식 웃으면)
장필구 : (의자에 앉은채 이층쪽을 한번 올려다보는 시선에서)
24. S# 다시 은혜의 방. N
한숨을 길게 내쉬는 봉평댁위로 울리는 은혜의 전화벨 소리.
봉평댁, 멈칫.. 얼른 일어나 은혜의 핸드폰을 집어들어 본다. “까칠한 놈..”
봉평댁, 잠시 망설이다가 끝내 받지 않다. 끊어지는 벨소리. 곧이어 문자가 들어온다.
<지금 거기로 가는 길이예요, 퇴근하지 말고 기다려요>
봉평댁, 들여다본다. 순간 뭔지 모를 속상함이 확 스치는 표정에서.
25. S# 커피전문점. N
수돗물에 커피잔을 씻고 있는 은혜의 손, 그 위로
동재E : 내가.. 진심이 돼버렸어.
은혜 : (표정없이 커피잔을 씻는 위로)
동재E : 십분만 거기서 날 쳐다봐주고 있어달라구요.
은혜 : (순간 미끌하고 커피잔을 떨어뜨린다)
순간 턱! 받아드는 곽점장의 손.
은혜, 깜짝 놀라서 돌아보다가 곽점장을 보면
곽점장 : (그 커피잔 턱! 한쪽에 올려놓으며) 또 딴 생각, 또 딴 생각!
은혜 : 그러게요. (헤헤.. 미안한 듯 웃으면)
곽점장 : 2번 테이블이나 가서 치워요.
은혜 : 네. (본다. 보다가 얼른 행주와 쟁반 집어들고 간다)
곽점장 : (쯧쯧쯔... 본다. 시선에서)
창가쪽 테이블앞으로 다가서는 은혜, 쟁반에 빈잔을 담으며 행주로 테이블을 닦는다.
닦다가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던 은혜, 멈칫.. 하는 표정으로 보면
저 밖으로 서 있는 하루의 모습.
하루, 추운 듯 손을 후~ 불다가 이쪽을 돌아본다. 보다가 아! 은혜와 시선 마주치자 반가운 표정 짓는다.
그러더니 얼른 가방속에서 준비해 온 커다란 도화지를 꺼내 은혜앞에 보이도록 펼쳐보인다. <보고싶어서 왔어!>
은혜, 창가 테이블을 닦다말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하루를 보면
하루, 도화지를 넘긴다. 그 다음장에 써진 글씨, <웃게 해줄게 1탄!>
은혜, ? 쳐다보면
하루, 은혜를 보더니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앞씬에서 하루가 TV보고 연습했던 그 춤.. 귀엽게, 사랑스럽게)
은혜, 순간 놀라서 얼른 주위를 돌아본다. 쟤가 왜 저러나.
하루, 전혀 개의치 않고 춤을 춘다.
그 옆으로 지나쳐가는 길거리의 사람들, 하나 둘 하루를 돌아본다. (어떤 이들은 멈춰서서 아예 구경을 하기도 하고)
하루, 그들의 시선 전혀 개의치 않고 막춤을 춰댄다. 짜란! 마무리하면
은혜, 기가막힌 듯 어이없게 픽 웃어버린다.
구경하던 사람들까지도 하루에게 박수를 쳐준다.
하루, 그들에게도 슬쩍 인사한뒤 얼른 도화지의 그 다음장을 펼쳐든다. <2탄도 기대해!>
그러면서 다시 고개들어 은혜를 바라보면.
은혜 : (짜식.. 짠한 미소로 하루를 쳐다보는데 그 위로)
곽점장E : 뭐해요? 서은혜씨!
은혜 : 네? (돌아보면)
곽점장 : 뭘 그렇게 넋을 잃고 쳐다보냐구.
은혜 : 그게.. (하면서 다시 창밖을 돌아보는데. 없다. 하루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거지?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은혜, 갑자기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곽점장, 어? 쳐다보면.
26. S# 커피전문점 앞, 거리. N
밖으로 뛰어나오는 은혜, 길 양쪽을 돌아보는데 오가는 사람들만 보일뿐, 하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헛걸 본건가?
은혜, 아쉬운 표정으로 보다가 천천히 돌아서서 들어가면
한쪽에서 빠꼼히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는 하루, 은혜가 사라진걸 확인한뒤에서야 베식 웃은뒤 돌아서서 간다.
가면서 아까 춘 춤들의 동작하나를 살짝 다시 한번 해보는 듯..
잠시 뒤, 다시 빠꼼히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는 은혜의 얼굴,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멀어지는 하루의 뒷모습을 본다.
은혜, 짐짓 미소로 바라본다. 왠지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표정인데,
동재E : 뭐하구 있어요?
은혜 : (멈칫.. 돌아보면)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내려서는 동재, 은혜쪽으로 다가서더니 은혜가 쳐다보던곳을 같이 쳐다본다.
이미 인파에 묻혀 하루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은혜 : 또 어쩐 일이세요?
동재 : 내가 보낸 문자 못받았어요?
은혜 :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는데.
동재 : (그래서 전화를 안받았군, 은혜를 보며) 퇴근 언제해요?
은혜 : 아직 삼십분정도 남았는데..
동재 : 끝나고 다른 약속없죠?
은혜 : 네. 왜요?
동재 : 같이 갈데가 있어서. 기다릴께요. 끝내고 나와요. (그러더니 돌아서서 다시 차쪽으로 간다)
은혜 : (보며) 어딜 가는데요?
동재 : 가보면 알아요. (하면서 차에 올라탄다)
은혜 : (? 본다. 진짜 제멋대로네.. 쳐다보는 시선에서)
27. S# 여자 옷가게. N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오는 동재와 그 뒤로 따라들어서는 은혜, 여자 옷가게?
은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동재를 보면 그 앞으로 다가서는 여점원.
점원 : 어서오십쇼, 손님.. 무얼 도와드릴까요?
동재 : 이 여자분한테 옷 하나만 골라주세요. 정숙해보이며서 품위있어보이는걸루.
은혜 : (왠지 이건 좀.. 하는 표정으로) 동재씨..
동재 : 오늘 춘천 병원에 있는 대학동기들끼리 만나기로 했어요. 학술준비 때문에 나도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예요.
같이 가서 얼굴 도장만 찍고 나오자구요. 괜찮죠? (하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한쪽으로 들어간다)
은혜 : (본다. 진짜 제멋대로네..?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데서)
28. S# 바 안. N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동재와 은혜(품격 있는 원피스 차림),
바쪽에 무리지어 있는 동재의 동기들로 보이는 남녀들.. 손을 들어 동재를 반긴다.
동기1 : 어! 박선생!
동재 : (그들을 본다. 한번 손을 흔들어 보인 뒤 성큼성큼 간다)
은혜 : (? 본다. 보다가 벌쭘한 기분으로 동재의 뒤를 따라간다)
동재, 자기의 동기들과 차례차례 인사한다. 그런데 왠일인지 동기들에게 은혜를 소개시켜줄 생각을 안한다.
그런 동재옆에 벌쭘히 서 있는 은혜, 동재와 인사하는 동기들과 시선 마주치면 그저 어색하게 웃을뿐.
젠장.. 이건 또 뭐지? 하고 동재를 한번 본다. 그러면서도 애써 미소를 유지하면서 동재옆에 서 있는 모습에서.
29. S# 병원 복도 일각. N
쭉 걸어들어오는 하루, 가방에서 노트 한권을 꺼내 뭔가 하나씩 확인하고 있는 모습, 혼잣말로 중얼중얼..
“1203호 환자, 레빈튜브확인.. 1219호 오늘 드레싱 새로 한날..”
그 때 마침 지나쳐가던 수간호사와 마주친다.
수간호사 : 하루씨! 아까 퇴근한거 아니었어요?
하루 : 아, 예에.. 할 일이 좀 있어서요. 수고하세요. (인사한 뒤 지나쳐간다, 다시 노트 들여다보며 중얼중얼, 멀어진다)
수간호사 : (? 돌아본다. 시선에서)
30. S# 바 일각. N
대여섯명 모여앉아 있는 동기들, 그 한쪽으로 동재와 그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은혜의 모습도 보인다.
동재와 의사들, 자기들만 아는 의학용어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하이퍼텐션 메디케이션(hypertension medication)중인 할머니가 어떻구’ ‘Brain CT 상이 어떻구..’
은혜, 불편하고 지루하다.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는 외계인들의 대화같다. 말없이 술 한잔 들이키려는데
동재 : (흘끗 보더니 가볍게) 너무 마시지 말아요. 이런 자리에서 취하는거 보기 안좋으니까.
은혜 : (마시려다 말고 ? 동재를 보면)
동재 : (은혜를 향해 짐짓 미소를 지어준 뒤 다시 동기들쪽 대화에 끼어든다)
은혜, 본다. 보다가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팔짱을 탁! 낀채 완전 기분 상한 그녀, 앞머리 훅! 불어제끼는데서.
31. S# 병원복도. N
쭉 걸어오는 수간호사, 한쪽에 세워진 청소수레를 본다.
수간호사, 왜 이런게 여깄나? 주위를 한번 돌아본다. 다시 청소수레를 보는데 거기에 하루가 들여다보던 노트가 보인다.
수간호사, 집어들어서 본다. 쭉 넘기다가 멈칫..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그 때 한쪽에서 쿵! 문이 열리면서 병실에서 뛰어나오는 하루.
수간호사 : (? 보면)
하루 : (뛰어나오다가 수간호사를 보더니) 1206호 환자분이 이상해요. 카바마제핀 복용 환잔데 계속 구토증세를 보이고 있어요.
수간호사 : (노트를 든채 ??? 하루를 빤히 쳐다본다. 시선에서)
32. S# 병실 안. N
드륵! 문을 열고 나타나는 의사1과 레지던트 두어명, 그 뒤로 수간호사와 하루의 모습도 보인다.
환자1, 계속해서 구토를 하며 경련증세를 보이고 있다.
의사1 : 어떻게 된거야.
레지1 : 카바마제핀 1200mg까지 써보라구 하셔서..
의사1 : 야 임마, 200, 400, 600, 이런식으로 양을 늘려가야지, 첨부터 1200을 썼단 말야?
레지1 : 아.. (그런뜻이었구나. 젠장..!)
하루 : (그들의 대화를 다 알아들어버렸다. 내키지 않는 시선으로 쳐다보는데서)
33. S# 바 앞, 거리 N
쿵! 바문을 밀어제끼고 밖으로 걸어나오는 은혜, 그 뒤로 쫓아나오는 동재.
동재 : 은혜씨! 갑자기 어디 가는거예요? 얘기 중간에.
은혜 : 집에 갈려구요. (길가로 나와서 택시를 잡는다. 안잡힌다)
동재 : (본다. 보다가 은혜의 팔을 잡더니 자기쪽으로 당기며) 나도 오래있을 생각 아니라고 했잖아요,
논문발표 준비 때문에 일찍 들어가봐야 한다구..
은혜 : (그 팔 탁! 뿌리친다, 다시 택시를 잡으려는 노력, 잘 안잡히고)
동재 : (본다. 다시 은혜의 팔을 잡으며) 이삼십분정도만 더 있다 일어날 생각이예요. 그 때 같이 갑시다. 데려다줄테니까. (하는데)
은혜 : (탁! 뿌리치며 돌아보더니) 이런거였어요?
동재 : (? 본다)
은혜 : 이렇게 제멋대로 구는게 박동재씨 진심이었어요?
동재 : (본다) 무슨 소리예요 그건 또.
은혜 : 자기 멋대루 아침부터 찾아와 출근을 방해하질 않나, 사전에 한마디도 없이 이런 모임에 자기멋대로 데려오질 않나,
그래놓구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소개 한마디도 없구,
동재 : 은혜씨.
은혜 : 동반모임이라 같이 갈 사람 필요해서 데려오긴 했는데, 막상 소개시키자니 챙피하든가요? (숨도 쉬지 않고 쏴붙힐것!)
동재 : 은혜씨!
은혜 : 내가 동재씨한테 그렇게 챙피한 사람이예요? 그래서 이런 옷까지 사입혀주면서
사람들한테 정숙해보이고 품위있어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화가 나서 숨도 쉬지 말고 단숨에 몰아부칠것!)
동재 : (버럭) 서은혜!
은혜 : (같이 버럭) 대체 이게 뭐하는짓이예요!! 내가 언제 동재씨더러 이런데 데려와달랬어요?
왜 이런데 맘대로 데려와 사람 기분 이상하게 만들어요, 왜요!
동재 : ! (본다)
은혜 :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동재를 쳐다보면)
동재 : (본다. 잠시 그런 은혜를 보더니 화를 꾹 누르고) 불쾌했다면 미안해요, 내가 사과하지. 나는 그냥..
은혜 : (본다)
동재 : (보며) 이렇게라도 같이 있고 싶었어.
은혜 : ...!
동재 : 오늘 모임은 나 역시 갑자기 연락받은거라 미리 말할틈이 없었구. 옷을 사준건.. 당신한테 준비할 시간을 못줘서..
나름대로는 배려한거였어. 굳이 사람들한테 소개하지 않았던건, 설명하지 않아도 당신이 나한테 어떤 여잔지 알테니까.
은혜 : (본다)
동재 : (보며) 오늘같은 모임에 여잘 데리고 나간건 서은혜 당신이 처음이니까.. 일일이 설명하고 소개하지 않아도
당신이 내 여잘거다 사람들이 다 알테니까.. 그래서 그랬어. 그게 그렇게 서운하고 불쾌했다면 미안해요., 다신 안그러지.
은혜 : (순간 허탈한 기분으로 동재를 본다. 보더니) 당신.. 사랑같은거 받아본적 없지?
동재 : (본다)
은혜 : 그렇겠지. 그러니 할줄도 모르겠지. 그치?
동재 : (본다. 보더니) 나두 알아. 삼십년을 넘게 그렇게 살아왔구, 쉽게 변하지 않을거야.
그래두.. 당신이 이해하고 받아줬으면 좋겠는데..
은혜 : (본다)
동재 : (보며) 안될까?
은혜 : (본다)
동재 : 안되겠니?
은혜 : (당신을.. 어떡하면 좋을까? 그저 빤히 쳐다보는데)
그 때 진동으로 울리는 핸드폰,
순간 동재, 귀찮아지는 표정, 받아들며.
동재 : 박동잽니다. (듣는다. 듣다가 멈칫..) 알았어요, 곧 가지.. (핸드폰 끊더니) 병원에 일이 생겨서 가봐야겠어요.
차에 타요, 집근처까지라도 바래다 줄테니까.
은혜 : 됐어요, 가세요. 혼자 갈래요. (돌아서려는데)
동재 : (잡으며) 그러면 내 맘이 불편하잖아! 어서 타요.
은혜 : 지금 난 혼자 있구 싶다구요, 좀 내버려달라구요! (뿌리치면)
동재 : ! (본다. 보더니 나즉히) 맘대로 해 그럼!
은혜 : (멈칫..! 보면)
동재 : (그대로 돌아서서 차에 올라타나더니 부릉! 시동걸고 가버린다)
은혜 : (허! 진짜 가냐? 쳐다본다. 보다가 순간) 어? 내 가방.. 내 옷! (멀어지는 동재차를 본다)
34. S# 달리는 동재의 차안. N
화난 듯 운전하고 있는 동재,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두고 온 그녀가 맘에 걸리는 듯.. 착찹한 시선.
그 뒷좌석으로 은혜가 입던 옷이랑 가방이 놓여져 있다.
35. S# 바 앞 거리. N.
망연자실.. 멀어지는 동재차를 보다가.
은혜 : 아.. 젠장! 집까지 꼼짝없이 걸어가게 생겼네.. (아아아!!! 괴로운 듯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먼길 돌아보는데서)
36. S# 로비 일각.
거칠게 로비 문을 열고 들어서는 동재,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간호사, 동재를 본다.
수간호사 : (다가서며) 오셨어요?
동재 : (걸음을 멈추지 않고 쭉 걸어오며) 하루는요.
수간호사 : (따라오며) 사무실에요. 원장선생님두 같이 계십니다.
동재 : 원장선생님은 또 왜요?
수간호사 : 퇴근하시다가 하루하구 조과장님이 언성높히시는걸 보시구..
동재 : (OL) 대체 하루 그 녀석은 이 시간까지 병원에서 뭘하고 있었답니까.
수간호사 : (본다. 보더니 들고 있던 노트를 한권 내민다)
동재 : (? 받는다. 펼쳐본다. 순간 걸음속도가 뚝! 떨어지더니 걸음을 멈춘다)
그 모습에서.
37. S# 연구원 사무실 안. N.
마주 서 있는 의사1과 레지던트 서너명, 그리고 연구원들과 주인턴, 거기에 허원장까지.
허원장 : 대체 지금 이게 무슨 소란인가.
의사1 : 죄송합니다 원장선생님. 그게 글쎄..
하루 : 원장선생님한테 죄송한게 아니라 환자한테 죄송하다 그래야죠.
허원장 : (? 하루를 보며) 그게 무슨 소린가 조선생.
의사1 : 그게.. 제가 오더내린걸 이 친구가 잘못알아듣고 카바마제핀을 1200부터 써버렸습니다.
레지1 : (면목이 없는 듯 고개를 숙인다)
하루 : 그래서 환자가 어지러워하고 심한 구토증세까지 일으켰잖아요. 안 겪어도 될 고통을 의사의 부주의한 실수로 겪게 했으면
죄송하다 사과부터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의사1 : 레지던트들이 실습을 하다보면 이런 실수는 간혹 일어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환자들에게 사과하고 잘못했다
그러기 시작하면 의사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우리 의사들을 불신하게 된다구.
그건 오히려 치료에 역효과라는걸 알아야지.
하루 : 환자는! 충분한 설명을 받은 뒤 치료를 받을 권리와 거부할 권리가 있다.
환자는! 성의있고 예의바른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리스본 선언문에 나온 말입니다.
허원장 : (? 보는 위로)
의사1 : (OL) 어디서 몇문장 주워들은 걸로 날 가르치겠단 뜻인가 지금?
하루 : 환자는 자기가 받고 있는 치료가 어떤 치룐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잘못됐으면 뭐가 잘못됐는지 설명을 들을 권리도 있구요. 환자는 치료해야하는 대상이지, 실습대상이 아니잖아요.
의사1 : 이것봐! 대체 니가 의료에 대해서 뭘 알아? 뭘 안다구 나한테 함부로 충고야! (하는데)
동재E : 뭘 얼마나 아는지는 직접 물어보면 알겠죠.
순간! 동재의 출현에 허원장, 의사1, 레지던트들 일제히 돌아본다.
연구원1.2.3. 주인턴은 다소 반가운 표정으로 동재를 본다.
동재, 하루를 본다. ‘이 골치거리 녀석..’하는 시선.
하루, 동재의 시선에 머슥하게 고개 돌리면,
의사1 : (버럭 화가 나서) 이봐요 박동재 선생, 당신 사람관리 어떻게 하는거야!
이 사람이 지금 의국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동재 : 청소일을 하고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의사1 : 그래 청소원이, 것도 정식 의학코스도 밟지 않은 주제에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권한밖의 행동을 하고 있어!
그런 짓은 환자들에게도 위험한 행동일뿐만 아니라, 병원내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행위예요.
그런데 이젠 전문의인 나한테까지 충고를 하겠답니다. 내 원 기가막혀..
동재 : (하루를 본다)
하루 : (고집스럽게 입을 꾹 다문채 시선 돌리면)
의사1 : 이 사람이 우리 병원에서 중요한 임상실험대상잔건 알지만, 그래도 이건 좀 도가 지나친거 아닙니까?
(하루를 보며) 신성한 의료행위를 뭘로 보구 주제넘게.. (하는데)
동재 : 그래서 직접 물어보자는거 아닙니까.
의사 : 뭐요? (동재를 본다)
허원장 : (? 동재를 본다)
하루 : (? 동재를 돌아보면)
38. S# 간호사 데스크 앞. N
데스크위로 환자의 챠트 수십개가 정열되어 있는 가운데 하나를 집어드는 동재의 손.
흘끗 병실번호만 확인한 뒤 의사1앞으로 내민다. 의사1, ?하는 표정으로 보더니 그 챠트를 받는 위로.
동재 : (하루에게) 1204호 환자에 대해 말해봐.
하루 : (? 동재를 본다)
한쪽에 서 있는 허원장, 레지던트들, 연구원들, 주인턴.. 갑작스런 동재의 질문에 다같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하루 : (동재를 빤히 보면)
동재 : 1204호실에 환자가 누구지?
하루 : 변춘호.. 42세 남자분이신데요.
동재 : 내원하게 된 이유는?
하루 : 2006년 1월 13일, 왼쪽 어깨랑 팔꿈치가 아프고 저려서 입원하셨습니다. 2005년 10월 26일 In car TA로
트라우마틱 SAH 히스토리(Traumatic SAH history)있으시구요,
허원장 : (흘끗 의사1을 본다)
의사1 : (멈칫.. 챠트의 내용과 일치한다. 고개들어 하루를 보면)
동재 : (또 하나의 챠트를 무작위로 골라 병실 확인한 뒤 의사1에게 내민다) 1216호 환자에 대해서 말해봐.
의사1 : (받아서 보는 위로)
하루 : 할머님 성함은 김민경님이시구요 62셉니다.
2005년 1월 6일 오전 11시 30분에 갑자기 의식이 흐릿해지셔서 내원하셨습니다.
동재 : GCS는?
하루 : 7점!
동재 : 입원할 당시 브레인 CT결과는?
하루 : 시스턴이랑 인트라 벤트리큘라 부분에 출혈이 확인되서 고혈압성 뇌출혈과 뇌심실출혈 진단 받으셨습니다.
2006년 1월 6일 혈종 제거 수술을 받으셨구요.
동재 : (또 하나의 챠트를 집어들어 병실 확인한뒤 의사1에게 넘기며) 1209호 환자,
하루 : 홍석구님, 45세 남자분인데 지주막하출혈로 내원하셨습니다.
의사1 : (믿을수 없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그 앞으로)
동재 : (또 하나의 챠트를 넘겨주며) 1222호 환자!
하루 : 박남준님, 52세 남자분으로 두통으로 내원하셨다가 동맥류로 확인돼 지난 17일 수술하셨습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챠트를 집어드는 동재와 대답하는 하루의 모습..
그 뒤로 서서 보던 의사들, 연구원들 레지던트들, 점점 믿을수 없다는 듯 놀라움으로
그 두사람이 주고맏는 질문과 대답을 듣고 있다.
허원장만 ‘재밌군..’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가운데.
동재 : (의사1을 보며) 직접 하나 골라보시겠습니까?
의사1 : (본다. 얼마 남지 않은 챠트 중 하나를 집어든다) 1201호 환자에 대해서 말해보겠어요?
하루 : 환자분 이름은 김인영님, 71세시구요, 5일전부터 발생한 헤드에이크(headache), 포스트 넥 페인(post neck pain)을
치프 컴플레인(chief complain)으로 1월 6일에 어드미션(admission)하신 분이세요.
의사1 : 내원했을 때 상태는?
하루 : 오른쪽 실비안 피셔에 경미한 출혈이 보이셨구요, Brain CT 앤지오그람 상 오른쪽 MCA 제누 포션에 로불레이트 쉐입의
동맥류가 관찰되었습니다. 1월 23일 동맥류 클립하는 수술 받으셨구요, 오른쪽 MCA 바이퍼케이션 수술 받으셨습니다.
의사1 : GCS는?
하루 : 13점이구요. 모터 센서리 정상이십니다.
의사1 : (허..! 믿을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본다)
다른 의사들도 연구진들도 레지던트들도 다들 멍한 표정으로 본다.
허원장도 감탄한 듯 바라보면
박동재, 그들을 향해 돌아선다.
동재 : 말씀하신대로 하루는 정식 의학코스도 밟지 않았습니다.
의사들 : (본다)
동재 :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권한밖의 행동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레지던트들 : (본다)
동재 :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채 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 (동재를 보면)
동재 : 여기 계신 어떤분보다도 환자들의 히스토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고, 어떻게 처방해야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소견은 지금 여러분도 들었다시피 한치의 오차도 없구요.
의사1 : 그래서 뭐요? 박동재선생은, 하루가 계속 병원안을 휘젓고 다니는걸 통제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겁니까?
동재 : 특별히 환자에게 위험이 된다거나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니라면 묵과할 생각입니다.
하루의 지능이 어디까지 발달할지, 그의 능력이 어디까지 향상될지 지켜보는것도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한 논점이니까요.
의사1 : (노려보면)
동재 : 물론, 조선생님께 주제넘은 짓을 한것에 대해서는 하루가 사과를 드릴겁니다.
(그러면서 하루쪽을 쳐다본다. 어서 사과해! 무언의 압력!)
하루 : (동재를 본다. 보다가 하기 싫지만) 주제넘게 행동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동재 : (다시 의사1을 보며) 이제 환자한테 가서 제대로 설명하고 사과를 하는 문제는 조선생님한테 맡겨드리죠.
하루 : (멈칫.. 고개들어 동재를 본다)
의사1 : (노려본다. 보더니 그대로 홱! 돌아서서 가버린다)
레지던트들 : (슬쩍 눈치를 보더니 그대로 우르르 의사1을 따라간다)
동재 : (조용히 서서 보면)
허원장 : (뚜벅뚜벅 동재앞으로 다가선다. 다가서더니) 박동재선생한테 이런 쇼맨쉽까지 있는줄 몰랐는걸?
(보며) 아주 제대로 의국을 분열시켜놨구만.
동재 : (허원장을 보면)
허원장 : 하지만 이번 한번뿐이야. 내가 아무리 박동재선생을 좋아해두 병원내에서 분열이 일어나는건 싫거든.
동재 : (본다. 보더니 말없이 살짝 고개를 숙여 목례한다. 알아들었다)
허원장 : (흘끗 하루를 본다. 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씩 지으며 지나쳐간다)
동재 : (허원장까지 가고 나서야, 표 안나게 낮은 한숨 내쉰다)
하루 : (동재를 본다. 시선에서)
39. S# 병원 휴게실 일각. N
약간의 거리를 둔채 나란히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두 남자, 하루와 동재.
두 사람 그렇게 한동안 아무말도 안하고 있더니.
동재 : 헤드 업 삼십도.. 너였냐?
하루 : 네.
동재 : 밤마다 나타나서 코마환자 자세 바꿔논것두?
하루 : 네.
동재 : 어제 저녁 넬라톤 환자두?
하루 : 네.
동재 : (힘없이 피식 웃는다) 유령은 아니었군.
하루 : (그 말에 ? 동재를 보면)
동재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야.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라는 것이 있어.
특히 병원은 그 보이지 않는 질서와 권위가 막강한곳이지. 하루 너는 오늘.. 그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한거야.
하루 : 아픈 사람을 고치는 일에 권위와 힘이 왜 필요한거죠? 병을 낫게해주겠다는 신념과 노력만 있으면 되는거 아닌가요?
동재 : 책에는 분명, 그렇게 써 있긴 하지.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니까.
하루 : (보면)
동재 : (코트주머니에서 하루의 노트를 꺼내 하루앞에 툭 던지며 일어선다) 니 수준이 높아졌다는건 인정하지.
하지만 환자를 대하는건 차원이 다른 문제야. 한번만 더 니가 의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땐 나도 니 편이 돼줄수 없어. (시선 한번 주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하루 : (말없이 노트를 집어든다. 멀어지는 동재를 본다. 순간 벌떡 일어서서)
나는 그저 환자들한테 도움이 되주고 싶었을뿐이예요!
동재 : (멈칫.. 걸음을 멈추면)
하루 : 나보다 아프구, 힘들구, 불편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보잘것없지만 힘이 되주고 싶었을뿐이라구요.
근데, 그것도 자격이 필요합니까? 대체 이 놈에 세상은 뭐가 이렇게 복잡한겁니까!!
동재 : (그 말에 돌아본다. 보더니 냉정하게) 징징거리지 마. 넌 이제 겨우 세상의 아주 작은 한부분을 봤을뿐이야.
하루 : ! (보면)
동재 : (돌아서서 가버린다. 모습에서)
40. S# 동재의 사무실. N
안으로 들어와 털썩 의자에 앉는 동재, 길게 한숨을 내쉰다. 시선에서.
41. S# 거리. N.
힐을 신고 너무 오래 걸었는지 절뚝,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은혜,
걸어오다가 전봇대에 손을 짚고 잠시 한쪽을 발을 들어 주무른다. 너무나 아픈 듯...
다시 구두를 신고 절뚝절뚝 걸어오는 모습에서.
42. S# 염교장댁, 주방. N
힘없이 식탁앞에 앉아 있는 봉평댁, 그 앞으로 흰죽과 간장종지 놔주는 자물통.
장필구 : (맞은편에 앉아서) 좀 들어봐요.
봉평댁 : (흘끗 죽그릇을 보더니) 잣이라두 좀 넣든가, 깨라두 빻서 넣든가..이게 뭐랴, 허옇게 쌀만 풀어가지구..풀죽두 아니구..
자물통 : (찌릿! 짐짓 불쾌한 시선으로 한번 보면)
장필구 : 속이 안좋다면서요. 그럴땐 그냥 가벼운 미음이 최고예요. 어서 좀 들어요.
봉평댁 : (흘끗 한번 보더니 힘없이 떠먹는데)
염교장 : (거실에서 건너보며) 필구야, 은혜양은 오늘 많이 늦는가보다?
장필구 :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 쪽으로 가면서) 글쎄요. 늦는다는 연락은 없었는데요.
봉평댁 : (왠지 신경이 쓰이는 듯.. 한데)
그 때 드륵 문이 열리면서 “다녀왔습니다!”하고 들어오는 은혜,
봉평댁 : (멈칫.. 돌아보면)
은혜 : (들어서서 주방쪽에 있는 봉평댁을 본다) 다녀왔습니다.
봉평댁 : (슬쩍 시선 외면한다)
자물통 : (보며 반갑게 맞으며) 어서와요, 은혜씨. 늦었네요.
은혜 : 네에.. (하하 웃는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거실쪽으로 가며) 다녀왔습니다.
43. S# 염교장댁, 거실. N
한쪽에서 책보고 있던 수정, 제일 먼저 반기며,
수정 : 어? 은혜언니 지금와?
염교장 : (보며) 오늘은 많이 늦었구먼, 은혜양.
장필구 : 그렇잖아두 선생님이 막 걱정하시던 참이었어요.
은혜 : 아, 예에.. (많이 지치고, 많이 피곤하고, 머리도 산발이 된채..)
수정 : (보며) 와! 언니 옷 이뿌다! 새로 샀어?
봉평댁 : (insert> 멈칫.. 하는 표정 그 위로)
은혜 : 어? 어어..
수정 : 에이 맨날 돈 없다면서, 옷은 어떻게 샀어? (웃으면)
은혜 : 내 돈으로 산거 아냐.
봉평댁 : (insert> 짐짓 고개를 반쯤 돌려 거실쪽을 돌아보면)
수정 : 그럼 누가 사준거야? 와! 남자친구 생겼어 언니?
은혜 : 어? 어어.. 그게.
염교장 : 남자친구 생겼어요, 은혜양?
은혜 : 아뇨.. 그냥 뭐 봉이라고나 할까.. (하하.. 어설프게 무마하듯 웃으면)
수정 : 그럼 언니 봉잡은거네?
은혜 : 뭐.. (어설프게 다시 웃어넘긴다. 봉은 무슨.. 피곤해죽겠는데)
장필구 : 저녁은요?
은혜 : 먹었어요..
수정 : 저녁두 그 봉한테 얻어먹었어? 어디서? 비싼데서 먹었어? 분위기 좋은데서?
은혜 : 그러엄, 죽여주는데서 얻어먹었지이, (다시 어설프게 웃는데)
봉평댁 : (insert> 갑자기 탁! 숟가락을 놓더니 벌떡 일어난다)
순식간에 거실로 뛰어넘어오더니 다짜고짜 은혜앞으로 다가서서 따귀를 철썩! 때린다.
순간 너무나 놀라서 봉평댁을 빤히 쳐다보는 은혜.
염교장, 수정, 장필구, 자물통까지 방금 벌어진 사태에 경악해서 보면
은혜 : (너무나 놀라서 빤히 쳐다보며) 아줌마... (하는데)
봉평댁 : 이 나쁜년! 뭐여? 보옹? 봉이라구? (하더니 그대로 머리채를 휘어잡고, 때리고, 발길질해가며)
그 돈이 어떤돈인데 너한테 쳐발러! 어떻게 번 돈인데 함부로 너 같은년 몸뚱이에다 쳐발러!!!
수정 : 할아버지이!!! (놀라서 얼른 품속으로 뛰어들면)
염교장 : (얼른 수정의 눈을 가린다) 필구야! 물통아! 뭐허냐! 어서 말리지 않구!!
장필구 : 봉평댁 왜 이래요! 이거 놔요 어서! 놓지 못해요!!!
자물통 : (있는 힘껏 봉평댁을 말리는데)
봉평댁 : (끝까지 은혜의 머리채를 잡고 한손으로 때리고 발길질해가면서) 이런 양심두 없는 년! 이년!
니가 감히 누굴 넘봐! 누구울!! 사기전과자주제에 가당치두 않게시리..! 누구 신세 망칠라구 이 녀어언!!!
은혜 : (머리채 잡힌채 때리는대로 그냥 고스란히 맞기만 한다)
수정 : (무서워서 훌쩍훌쩍거리며 흘끔거린다)
염교장 : (그저 당혹스러운 기분으로 쳐다보면)
봉평댁 : (때리다 힘이 부치는지 이리저리 쥐흔들며) 안뒤여!!! 절대루 너는 안뒤여!!!
내 눈이 흙이 들어가두 너같은건 안된다구 이년아아아아!!! (하고 부르짖다가 순간 헉..! 숨을 들이킨다, 아! 진짜 아프다)
장필구 : 봉평댁! (재빨리 부축하면)
봉평댁 : (찌르는듯한 통증으로 숨도 못쉰채 그대로 주저앉는다)
장필구 : 봉평대액!!!
놀라는 염교장, 훌쩍거리는 수정, 충격받은 자물통 일제히 쳐다본다.
은혜도 잔뜩 웅크리고 있던 고개를 들어 봉평댁을 본다. (흐트러진 머리에, 코피에, 입술이 터지고, 한쪽볼에 상처까지..)
은혜 : 아줌마..? (쳐다보면)
봉평댁 : (두 눈에 글썽..! 눈물이 고인채 은혜를 본다. 정신을 잃어가면서까지) 너는 안된다고 이년아...
(하더니 힘없이 장필구 품속에서 정신을 잃고만다)
은혜 : ...! (역시 두 눈에 눈물 가득한채 바라보는 시선에서)
44. S# 병원복도. N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잔뜩 구부리고 있는 은혜. 그 옆으로 다가서는 장필구, 옆자리에 앉는다.
장필구 : 위궤양이랍니다.
은혜 : ...
장필구 : 위내부에 출혈이 좀 있는 모양인데.. 내일 내시경으로 수술받으면 괜찮을거래요.
은혜 : ...
장필구 : 진통제 맞고 지금은 어느 정도 괜찮아진거 같은데.. (보며) 어떻게.. 들어가볼래요?
은혜 : (잠시 간격을 두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돌아본다. 시선에서)
45. S# 병실 안. N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은혜, 핼쓱한 얼굴로 누워있는 봉평댁을 본다.
은혜, 그 옆으로 다가선다. 본다. 보다가
은혜 : 괜찮아요?
봉평댁 : ...
은혜 : 무슨 속을 썩었길래 위속에 빵꾸가 다 났대?
봉평댁 : ...
은혜 : (본다. 보더니) 왜 그랬어요? 나한테.. 왜 그랬냐구 아줌마.
봉평댁 : 너 만나는 사람.. 하루 똑똑하게 맹글어준 의사라메.
은혜 : (? 본다)
봉평댁 : 자고로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질 말랬다. 내가 니 인생을 뻔히 아는디.. 니가 워찌 살아왔고, 워찌 살아갈지
훤히 내다보이는디.. 그라믄 안되지.. 절대 안되는 일이여.
은혜 : (허.. 힘없이 한번 웃더니) 남녀상열지사엔 상하가 없다며? 마음은 옆에서 옆으루 평등하게 움직이는거라며.
아줌마가 그랬잖아요, 나한테. 좋다 그러는 남자 있을때 얼른 붙잡으라구.. 안그러면 나 같은 인생 팔자 고치기 힘들다구..
아줌마가 그랬었잖어.
봉평댁 : (순간 복장터지는 듯 벌떡 일어나 보더니) 에미복 없는 놈! 지집복까지 없을까봐 속터져서 그런다 왜!
그 눔 생각만 하믄 내 속이 뭉그러지구 짖터지는거 같아서, 그래서 그런다구 내가아..! (하는데 울컥! 가슴이 미어터진다)
은혜 : ...! (보면)
봉평댁 : 안그래두 슬프구 고된 인생이여. 너까정 들러붙어서 갸 인생.. 시궁창 맹글지 말란 말여! 뭔 말인지 알겄냐?
은혜 : (빤히 본다)
봉평댁 : 뭔 말인지 알겄냐고 기집애야아!! (하는데 툭..! 눈물 떨어지더니 그대로 고개를 숙인채 소리없이 흐느낀다)
은혜 : (글썽..! 눈물이 고여온다. 믿을수 없다는 듯 한참을 빤히 쳐다보는데서)
46. S# 병실 앞. N
병실문을 잡으려다 천천히 손을 놓는 장필구, 다소 충격받은 듯.. 멍하니 닫힌 병실문을 쳐다보는데서.
47. S# 염교장댁, 은혜의 방. N
불꺼진 방에 드드드드 진동으로 울리는 은혜의 핸드폰.
“까칠한 놈“이라고 뜨는 화면창과 그 옆으로 보이는 봉평댁의 어린 아들 사진에서,
48. S# 염교장댁 집앞. N
핸드폰을 접는 동재, 불꺼진 염교장댁을 올려다보다가 시선 돌려 옆자리에 놓여진 은혜의 옷과 가방을 본다.
나즉히 한숨 내쉬며 시선 돌리다가 다시 번호를 누르면.
49. S# 병원, 연구원 사무실 안. N
울리는 하루의 핸드폰,
하루 : (? 돌아본다. 핸드폰을 받아든다) 여보세요? (순간 표정 환해지며) 은혜야!
50. S# 병원 로비 일각. N
한쪽에 서서 공중전화수화기를 든채 창밖을 내다보는 은혜, 계속 눈물이 흘러내린다.
은혜 : 너 지금 뭐해?
하루 : (insert> 얼른 책덮고, 정리하면서) 어.. 그냥 책 좀 보다가.. 근데 어쩐일이야? 니가 전화를 다 하구? 서쪽에서 해떴냐?
은혜 : (계속 뚝뚝 눈물이 떨어진다 훌쩍거린다)
하루 : (insert> 순간 멈칫..) 은혜야.. 너 지금 우니?
은혜 : (순간 목구멍 가득 뜨거움이 솟구쳐 오르는걸 누르더니 겨우) 아니.. 감기야. 코두 막히구.. 목이 잠기네 자꾸..
하루 : (insert>) 너 지금 어디야?
은혜 : 병원.
하루 : (insert> 멈칫..) 병원?
은혜 : 봉평댁 아줌마가 위에 빵꾸가 났대. 그래서 실려왔거든. 난 지금 로비에 잠깐 나와있어.
하루 : (insert> 순간 벌떡 일어나 후다닥 외투 입고, 가방 챙겨든다)
은혜 : 사실은 궁금한게 있어서..
51. S# 복도.
허겁지겁 나오는 하루, 설레임으로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하루 : 궁금한거? 뭔데?
52. S# 병원 로비. N
은혜 : 웃게 해줄게 그거.. 2탄은 뭐야?
하루 : (insert> 마음이 급해 계속 걸음 빨라지면서) 웃게 해줄게 2탄? 아.. 아직 생각 못했는데..
(오다가 들고 있던 책 하나 떨어뜨린다. 허겁지겁 주워드는데)
은혜 : 그럼 노래 불러봐.
하루 : (insert> 주워든채 벌떡 일어선다) 노래?
은혜 : 어. 불러봐.
하루 : (insert>) 아는 노래 없는데,
은혜 : 아무거나 불러봐.
하루 : (insert> 다시 바쁘게 쭉 걸어오면서 생각하다가) 주먹 쥐고, 손을 펴서어 손뼉치고, 주머억 쥐고..
은혜 : (순간 얼굴위로 픽.. 어이없는 웃음 터진다)
하루F : 어? 웃었다! 웃게 해줄게 2탄도 성공이다 그치?
은혜 : (웃는다. 고개를 끄덕이는데 눈물이 계속 떨어진다)
하루F : 주머억 쥐고, 손을 펴서어, 손뼉 치고, 주머억 쥐고, (계속 부르는데)
은혜 : (띠띠띠띠.. 동전이 끝났다는 신호음, 은혜 얼른 공중전화 보더니) 어? 하루야.. 동전 다 떨어졌다. 끊길거 같애..
하루F : 근데 은혜야.. 너 정말 우는거 아냐?
은혜 : 우는거 아니야.
하루F : 정말 아니야?
은혜 : 아니야. 노래 고마워. 끊을게. 끊긴다. (하더니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러움이 밀려올까.. 훌쩍훌쩍..거리며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돌아서는 은혜, 순간 멈칫..
저 앞으로 핸드폰을 귀에 댄채 은혜를 보며 서 있는 하루..
순간 눈속에 고여 있던 눈물이 한방울.. 다시 툭..! 떨어진다.
하루, 핸드폰을 접고 은혜를 본다. 보더니
하루 : 우는거.. 맞네 뭐.
은혜 : (본다. 바라보다가 얼른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면)
하루 : 대체 얼굴은 또 왜 그래, 어쩌다가..
은혜 : 그러게.. (하는데 점점 더 얼굴이 일그러진다. 밀려오는 눈물)
하루 : (본다. 가만히 보더니) 웃게 해주기 3탄.
은혜 : (? 눈물 가득한 표정으로 본다. 3탄?)
하루 : (다가선다. 다가서서 꼭 안아준다) 안아주기.
은혜 : ...!
하루 : 괜찮아. 내 옷에 눈물도 닦구, 콧물도 닦구.. 너 속상하게 했던것까지 다 닦아버려.. 괜찮아.
은혜 : (순간 다시 울컥! 해지더니 그대로 하루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하루야.. 사는게 왜 이렇게 엿같지?
왜 이렇게 자꾸 어긋나구, 상처주구, 아프게 되지?
하루 : 서툴러서 그럴거야. 다들.. 마음이 서툴러서.
은혜 : (툭.. 눈물이 떨어진다)
하루 : (더 꼭 안아준다)
은혜Na : 사실은 그 때 처음 알았어. 니 가슴이 세상보다 넓고 따뜻하다는거..
이제껏 은혜를 안았던것과는 달리, 남자답게 은혜를 보듬듯 꼭 안아주는 하루, 조용히 흥얼거린다.
“주먹쥐고 손을 펴서 손뼉치고 주먹쥐고..” 그 위로
하루Na : 그래서 더 미안해. 우리한테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걸 알았더라면,
그 때 나는 좀 더 자주.., 좀 더 오랫동안 너를 안아줬을걸..
그렇게 서로 안아주고, 안긴채 위로받고 위안받는 은혜와 하루의 사람의 모습에서..
52-1. S# 염교장댁 집 앞. N.
나란히 걸어오는 하루와 은혜.
은혜 : 오늘 고마워.
하루 : (빙긋 웃음. 보며) 내일 서울에 갈거야.
은혜 : (? 본다)
하루 : 내일부터 학회발표가 있거든. 그래서.
은혜 : 그렇구나.
하루 : 그것만 끝나면.. 더 이상 연구소에 남아있지 않아두 돼.
은혜 : (? 본다)
하루 : 그렇게 되면 나..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올까 하는데.. (보며) 그래두 될까?
은혜 : (본다)
하루 : (보며) 그래두.. 돼?
은혜 : (본다. 보다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이 집이 대문은 언제나 누구한테나 열려있다는거 몰라? 이 집은.. 그런 집이잖아.
하루 : (보면)
은혜 : (본다. 보며) 잘가. 잘.. 갔다와.
하루 : (본다. 순간 빙긋..! 미소 짓는 얼굴로) 응! (하는데서)
53. S# 커피 전문점. (아침)
문을 열고 출근하는 은혜, (봉평댁한테 얻어맞아 생긴 입술의 상처, 볼언저리의 상처자국 그대로)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들어서는데 벌써 한쪽에 출근해 있는 표사장과 사내1.2.
표사장 : 어따 은혜야! 아침부터 누구랑 한판 떴냐? 얼굴이 왜 그 모냥이냐아?
은혜 : 몸챙기세요. 수틀리면 아저씨들두 확 받아버리는수가 있어요.
표사장 : 어따, 니가 돈만 갚으면 우리지간에 서로 수틀릴 일은 없제에..
은혜, 베식 웃으며 곽점장앞으로 다가선다.
곽점장, 카운터에 있던 가방과 옷가방을 쭉 은혜앞으로 내민다.
곽점장 : 어떤 점잖은 남자가 와서 놓구 갔어요. 그리구 이것두 전해달래요. (쪽지를 내밀더니)
근데 저 인간들, 우리 가게에 그만 오게좀 할수 없어요?
은혜 : (흘끗 돌아보더니) 글쎄요, 제가 돈 다 갚기전에는 좀 힘들걸요?
곽점장 : 그 돈이 얼만데?
은혜 : 이억이요.
곽점장 : (썰렁해져서 보면)
은혜 : (가방을 들고 한쪽으로 간다. 가면서 쪽지를 펼쳐보면)
<학술세미나 때문에 3박4일간 서울에 가요. 전화할께요>
은혜, 조용히 그 쪽지를 바라보는 위로,
하루Na : 사실, 우리는.. 모두가 서툴다.
54. S# 컨벤션 센터 앞.
도착하는 동재의 차와 연구원들의 차.
줄줄이 차를 멈추고 내려서는 동재와 하루. (둘다 빼입은 양복차림)
그 뒤로 연구원1.2.3. 주인턴, 각자 브리핑케이스와 자료가 들어있는 가방들을 들고 한번 쳐다보면,
한쪽에 걸린 현수막 <제 37 차 대한민국 신경외과 학술세미나 >
하루, 고개 돌려 동재를 보면
동재,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얼굴에서.
하루Na : 그래서 마음에 거리를 두기도 하고,
55. S# 수술실.
마취한채 침대에 누워있는 봉평댁, 내시경시술을 받는 모습, 창백하고 핼쓱한 얼굴위로
하루Na : 그래서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56. S# 수술실 앞.
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장필구와 자물통의 모습.
그 때 저쪽에서부터 또각또각 걸어오는 허원장, 그 뒤로 따라오는 민주의 모습도 보인다.
수술앞 의자에 앉아 있던 자물통, 어? 민주를 알아보고 반갑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순간 민주, 자물통을 알아본 듯.. 그러나 이내 시선 돌린다.
자물통, 멈칫.. ?해서 그런 민주를 쳐다보면.
장필구도 자물통이 쳐다보는쪽 돌아보다가 허원장과 시선 마주친다.
허원장 : (장필구를 본다) 여긴.. 왠일이세요?
장필구 : 봉평댁이 위내시경수술을 받고 있는중이라서요.
허원장 : 이젠 그 여자 보호자 노릇까지 하나보죠?
장필구 : 달리 보호자도 없으니까.
허원장 : (수술실쪽을 한번 본 뒤 장필구를 보더니) 참, 오늘 박동재선생하고 하루.. 학술세미나에 갔어요.
공식적으로 하루프로젝트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날이죠. (시계 한번 보며) 시작했겠네요 지금쯤.
장필구 : 그렇군요. 축하해요 허원장.
허원장 : 말로만 그러지 말구, 술이라도 한잔 사세요.
장필구 : (? 보면)
허원장 : 제가 스케쥴 비는 날 연락드리죠. 괜찮죠?
장필구 : (짐짓 웃음으로 대답 대신하면)
허원장 : (대답인줄 아는 듯 미소. 그러다 흘끗 자물통쪽으로 시선이 간다)
자물통 : (하염없이 민주를 보고 있다)
허원장 : (? 민주쪽을 돌아보면)
민주 : (슬쩍 모르는척 고개를 돌리고 있다)
허원장 : (짜식.. 감히 누굴 쳐다봐? 하는 눈빛으로 본 뒤) 가자 민주야. (앞서 가면)
민주 : 네.. 엄마. (하고 따라간다)
자물통 : (엄마? 놀란 표정으로 앞을 스쳐지나가는 민주를 돌아본다) 저 분이... 엄마? (쳐다보면)
민주, 그대로 자물통의 시선을 피한채 허원장을 따라간다.
가면서 반즘 고개돌려 자물통쪽 한번 돌아보다가 다시 앞을 향해 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허원장을 따라간다.
자물통, 하염없이 바라보는 위로,
하루Na : 때로는 서로에게 마음의 짐이 될까봐 두려워한다.
장필구, 돌아서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면,
57. S# 컨벤션 센터 세미나 실.
화면에 나타나는 동재의 손목시계, 정확히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그 위로,
사회자E : 오늘 첫 번째 논문발표자는 춘천시 하늘병원의 박동재신경외과팀장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내용은.. (주저리주저리 소개하는 위로)
동재 : (하루를 돌아본다) 긴장돼?
하루 : (동재를 돌아본다) 긴장되세요?
동재 : (픽 웃더니) 아니.
하루 : 나두 아니예요.
동재 : (짐짓 미소)
하루 : (고개돌려 앞을 본다, 그 위로)
사회자E : 박동재신경외과팀장님 올라오십쇼!
동재, 맨앞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나간다.
하루, 맨앞자리에 앉은채 동재를 바라보고 있다.
다른 한쪽으로는 교수1.2.(2부에 동재를 반대했었던)의 얼굴도 보인다.
동재 : (그들을 한번 본 뒤) 안녕하십까. 하늘병원 신경외과의 박동잽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발표할 논문은
정신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뇌에 전기자극시술을 함으로서 지능을 높이는, 이른바 하루 프로젝트입니다.
동재의 설명과 논문 발표하는 스케치, 빠르게 넘어간다. 중간중간 나오는 하루의 이미지 사진들,
지능지수가 낮았을 때 보여줬던 바보같은 행동들.. 도표, 하루의 아이큐 상승그래프 등등등,
참석한 의사들, 박사들, 진지하게 듣고 있는 모습들이 지나가는위로,
하루Na :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58. S# 병실.
휠체어에 봉평댁을 태우고 안으로 들어오는 장필구. 천천히 부축해서 침대에 눕는걸 도와준다.
봉평댁 : (힘없이 누우면)
장필구 : (그 위로 이불을 덮어주며) 힘들었을텐데 잘 견뎠어요. 내일이면 퇴원해두 된답디다.
봉평댁 : ...
장필구 : 박동재 그 친구.. 오늘 서울에서 학회발표가 있다네요. 그 논문.. 발표만 되면 아마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해질거예요.
봉평댁 : (왠지 그 말에 시큰..해져온다. 그러더니 한숨과 함께 눈을 감는다)
장필구 : (본다. 시선에서)
하루Na : 그래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59. S# 커피 전문점.
열심히 마대로 바닥을 닦고 있는 은혜,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후유!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편다.
하얀 유리항아리안에 가득 꽂힌 바람개비가 눈에 들어온다.
하루Na : 그래서 서로에게 의미가 되기도 하니까.
은혜, 그 바람개비 하나를 꺼내 후우~! 불어본다 휘리리리 돌아가는 바람개비위로,
동재E : 마지막으로 이번 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끌게 해준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하겠습니다.
60. S# 컨벤션 센터 세미나 실.
동재 : (맨앞자리에 앉은 하루를 본다) 정신지체3급의 장애인이었다가 저희 전기자극시술을 받은 뒤
지금은 아이큐 169의 천재가 된 하룹니다.
안에 있던 사람들, 일제히 고개를 쭉 빼고 맨앞에 앉아 있는 하루를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본다.
하루, 잠시 감격을 둔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 표정위로
하루Na : 이제 다 왔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나는 너한테로 돌아갈수 있어.
그러더니 동재가 있는 단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동재, 하루를 본다.
하루, 동재앞으로 다가서면
동재, 하루를 잠시 보더니 천천히 옆으로 물러나준다.
하루 서서 잠시 동재를 본다. 보다가 단상앞에 서서 천천히 좌중을 향해 돌아선다.
그에게 쏟아지는 시선과 관심, 그리고 그를 향해 쏟아지는 조명등이 따갑게 눈을 찌른다.
하루 순간 귓속에서 우웅...! 하는 공명음이 스친다.
하루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하는데 다시 우웅...! 하는 공명음이 귓속에 번진다)
동재 : (? 하루를 본다)
하루 : ...
동재 : (? 본다)
좌중 : (다들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하루를 쳐다본다)
동재 : (왜 이러지? 나즉히) 하루야.
하루 : ... (마치 전원이 끊긴 인형처럼 멍한 표정)
동재 : 하루야? (보다가 멈칫..! 순간 하루의 손가락에 시선이 멈춘다)
하루 : (검지와 가운데 손가락이 건반 두드리듯 덜덜덜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동재 : (순간 멈칫.. 고개들어 다시 하루를 본다)
하루 : (표정없이 멍한 얼굴위로 순간 흐릿한게 바보같은 미소가 살짝 스친다)
동재 : ...! (동시에 쿵! 무언가 머리위로 떨어지는듯한 기분에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