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7월15일 ‘우란분절’,
즉 백중일로써 ‘영가를 천도하기에 가장 좋은 날’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백중일이 영가 천도하기에 가장 좋은 날로 여겨지는가?
『저희들의 지나온 모든생중에 / 보시공덕 지었거나 정계를갖되 /
축생에게 먹이한입 준일로부터 / 청정범행 닦고익힌 정행공덕과 /
중생들을 성취시킨 선근공덕도 / 무상보리 수행하온 수행공덕도 /
위없는 큰지혜의 모든공덕도 / 일체를 함께모아 요량하여서 /
남김없이 보리도에 회향하옵되 / 과거미래 현재의 부처님께서 /
지으신바 온갖공덕 회향하듯이 / 저도또한 그와같이 회향합니다.
제가이제 모든죄장 참회하옵고 / 모든복덕 남김없이 수희하오며 /
부처님을 청하온 공덕으로써 / 무상지혜 이뤄지길 원하옵니다.』
<108 '예불대참회문' 중에서>
안거(安居)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수행해온 모든 공덕을
모두 다 회향하는 날이 안거해제일인 오늘입니다.
내가 추구하는 참회와 깨달음.
이 두 가지를 모두 남김없이 보리도(菩提道;진리의 길)에 회향하여
결국 자신과 타인이 모두 무상(無上) 지혜를 성취하길 축원하는 날이
안거 해제일인 7월 보름, 오늘입니다.
그래서 죽은 분들 뿐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좋은 날이 오늘입니다.
<그렇기에 ‘날’에 의미를 두지 말고, ‘의지’와 ‘행위’에 의미를 두는 날로 보아야 합니다.>
공부수행의 목적은 ‘괴로움의 종식’입니다.
괴로움은 왜 일어납니까? 애착, 즉 갈애(渴愛)와 집착(執着) 때문입니다.
애착은 없애야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행(修行)을 하라는 것입니다. 마음이 일으키는 행위를 닦으라는 것입니다.
지금 일으키는 마음에 애(愛),착(着)이 있습니다.
그걸 관찰하여 찾아내서 바로 잡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쉽게 되지 않습니다.
쉽게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바로 잡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바탕이 되는 것은 ‘의지’입니다.
그래서 ‘믿음’ 즉 신심(信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바른 신심 속에는 ‘하면 된다’는 의지가 들어 있습니다.
이 의지가 바래지지 않고 오히려 굳건해지고 커지도록 마음단련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해지려는 습성을 거슬려서
때론 고행(苦行)을 인내하는 수행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비라기도처럼.
평상시 마음보다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놓치지 않고
선명하게 유지하며 더 깊은 집중의 상태로 들어가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제어할 수 있다면 평상시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알아야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한다고 해서 성취되는 건 아닙니다.
마음먹는다는 건, 시작입니다. 마음먹지 않는다면 될 수도 없겠지요.
아비라기도를 하면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하는 마음이 일어나기도 할겁니다.
힘든 건 하지 않고 피해가고 싶은 거, 그게 ‘에고’의 습성입니다.
자꾸 자신에게 하지 말도록 부추기죠.
‘점잖게 마음을 모아서, 정성을 모아서 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게 합니다.
군인들이 훈련을 실전에 가깝게 빡세게 하면 할수록
전장에서 생존 가능성이 높고, 목표성취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합니다.
감(堪),인(忍),대(待). ‘견디고, 참고, 기다려라.’
견디고 참지 못하면 기다려도 소용없습니다.
수행. 마음의 행위를 닦는다는 건 온몸으로 견디고 참으면서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한 단계 성숙된 자신이 느껴질 겁니다.
고생하셨습니다.
2023년 백중날, 여름 아비라기도를 회향하며
정림사 비구 일행(日行)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