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회를 드리기 위해 오전 5시 30분 집에서 나왔다.
여명의 빛을 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잠시 뜰에 앉아 바람부는 시원한 새벽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본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다.새벽에도 숨이 턱턱 막혔다.그래도 요즘엔 새벽엔 시원하니 감사하다.
바람에 꽃향기가 은은하게 실려온다.마치, 어느해 12월 제주도 종달리 종달교회 새벽기도회를 위해 뜰에 나섯을 때 풍겨오던 수선화향기같다.꽃향기를 내뽐는 존재는 올해 작은 화분에 심은 오렌지자스민이다.환경이 제법 살만한지, 꽃을 피우고 또 피우고를 반복한다.아직은 아주 작은 나무인데 꽃은 귤꽃만큼이나 크게 피어난다.좀 작았으면 더 예뻤을 것을...그런 아쉬움이 솔직하니 있었다.나는 작은 꽃을 좋아하니 말이다.그런데 오렌지자스민의 달콤한 향기는 그 모든 아쉬움을 다 씻어낸다.
주님,
꽃향기를 맡으며 하루를 열어갈 수 있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시원한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여리지만 강인한 꽃들,
때를 따라 피어난 추명국과
때를 따라 피어날 준비를 하며 맺히는 감국의 꽃망울을 봅니다.
이파리에 송글송글 이슬처럼 맺힌 아스파라거스의 하얀 꽃망울은 신비합니다.
주님,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시입니다.
이렇게 꽃향기로 하루를 열어가는 이들이 이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내가 꽃향기로 하루를 열어가는 사람이라서 감사하는 것은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렌지자스민의 향기로 시작한 하루는 이미 충분히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