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장철문
말라깽이 전봇대는 꼿꼿이 서서
혼자다
골목 귀퉁이에 서서
혼자다
혼자라서
팔을 길게 늘여
다른 전봇대와 손을 잡았다
팔을 너무 늘여서
줄넘기 줄처럼 가늘어졌다
밤에는 보이지 않아서
불을 켜
서로 여기라고 손을 든다
서로 붙잡은 손과 손으로
따뜻한 기운이 번져서
사람의 집에도 불이 켜진다
- 출처 『전봇대는 혼자다』 장철문, 사계절 (2015)
----------------------------------------
감상글 정현정
‘전봇대에 올라가지 마세요. 고압 전기가 흐릅니다.’ 나에게는 경고 문구가 먼저 다가왔던 전봇대였다. 그런데 시를 읽으며 저절로 내 마음도 함께 외로웠다가 따뜻한 위로를 받고 누군가에게 그 마음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을 길게 늘이고 늘여 다른 전봇대와 닿으려고 엄청 노력하는 전봇대를 상상하며 얼마나 외로웠을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깜깜한 밤에는 서로에게 보이지 않을까 불을 켜서 여기라고 손을 들어 주는 친구들이 생겼다.
나아가 개개인의 전봇대에서 서로가 의지가 되고 또 그 따뜻한 기운을 모아서 집집마다 따뜻한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
초개인화시대라고 하지만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전보다 훨씬 더 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진짜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짜 공감이 필요한 때이다.
이제는 거미줄보다 더 가느다란 줄이 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마음의 줄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 전봇대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