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모아놓고 "당신이 여기 모인 사람들중 머리가 좋은 순서대로 상위 1/3와 중간 1/3 그리고 바닥 1/3 중 어디에 속하는가?" 라고 물으면 대략 절반정도가 상위 1/3을, 그리고 나머지 절반 정도가 중간 1/3을 고른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답변또한 세 그룹에 골고르게 분포해야 할텐데, 바닥 1/3 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사안이라면 냉정한 판단을 하기 힘들기 때문 아닐까?
오늘 한 의뢰인과 대화를 나눴다. 다운타운 호텔에 장기투숙하는 극빈자중 한사람인데, 그는 적어도 두번 이상 누군가가 호텔 열쇄를 이용해 본인의 방에 들어왔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그가 장애자이기 때문에 받는 정부보조 수표를 누군가가 현금화 했으며, 그의 옷 주머니에서 그의 소유가 아닌 물건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도 했고, 호텔 운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하고싶어한다.
그가 나를 찾은 이유는 호텔측을 상대로 소송을 할때 무료 변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의 요청대로 변호사들에게 이 사건을 정리해서 보고했지만, 이 사건을 맏겠다는 변호사는 없었다. 애초에 이런 사건은 개인적인 피해이고, 개인 피해 분야는 사설 변호사들이 널리고 널렸기 때문에 비영리단체의 변호사가 나서는 일이 별로 없다.
그에게 이 사건을 수임할 변호사가 우리 단체내에 없으니 소액청구 재판을 이용하라고 권했다. 그랬더이 이 의뢰인은 이 사건은 소액청구재판용이 아니란다.
소액청구재판용이 아닌 결정적인 이유는 지난 두달간 그가 받은 정신적인 피해와 고통, 그리고 사생활의 침해를 봤을때 각각 백만달러씩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 그럼 총 이백만달러짜리 소송이 되는거고, 의뢰인은 한달에 백만달러의 가치를 발생해내는 인간이 되는거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논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람은 자신이 머리좋은 상위 1/3이라고 고른 사람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해본다.
그래서 의뢰인에게 정중하게 사설 변호사를 고용할것을 권했다. 사건의 성공여부를 떠나서 요청금액이 백만달러 수준이 되면 변호사 몇명이서 몇개월간 이 사건만 쥐고 있어야 뭔가 가시적인 결과가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이 의뢰인 한사람을 돕겠다고 나섰다가는 매일 수십명의 의뢰인을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절대적으로 비영리 단체가 선택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뢰인은 수임거부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본인이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억울한일을 당했는데, 변론을 해주지 못한다면 비영리단체가 뭣때문에 존재하며 대체 무슨일을 하는거냐라는 질문이다.
이 의뢰인의 말을 분명 근거가 있다. 비영리단체에서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겠다며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내가 보기에도 본의아니게 일부의 의뢰인만 선택해서 도와주게된다. 내가 일하는 엘에이법률보조재단에 매일 400~800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오는데, 이중 약 절반정도가 주택법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주택법 변호사는 4명. 당연히 변호사가 도와주면 그 결과가 증정적으로 들어날것 같은 의뢰인들을 먼저 도와줄 수 밖에 없다.
이런 백만달러짜리(?) 의뢰인도 도와줄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나?
첫댓글 그 똑똑한 사람이 왜 일자리 안 알아보나 그 생각밖에는 안 떠오릅니다. 옛날 고등학교때 팟타임으로 플라자마켓에서 카트보이해서 3000불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시간당 $4.25 - tax
지금은 게을러져서 그 의뢰인처럼 한껀 잡을 생각만 하는걸 생각해보니 저도 뭐 할 말은 없습니다. ^^
아무튼 또 좋은(?) 경험담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