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초침이 잘라내는
생명의 끄나풀이
은행잎으로 쏟아져 내리는 공원에 서면
저 잎을 버리는
나무들의 허허로운 마음
내 모를 바도 아닌데...
문득,
사는 일이 더없이 아름다워 보인다.
하늘이 저토록 멀리 물러서는 이유를 알겠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홀로 서서 강물을 보내야지
어설프게 붙박인 남의 땅에도 가을은 오고
바라보면 발밑을 쓸고 가는 금빛 세월
사랑과 미움이 결국 한 가지 색깔로 익은 마음
이대로 떨어져 어느 날 흙이 된 들
이 고운 임종위에 무엇을 덧 놓으리
여기 낙조라도 깃들인다면
아... 따뜻하구나!
눈높이로 걸리는 태양도 이제는 안을 수 있구나
봄철보다 더 푸근하다 이 늙음이,
낙엽 줍는 아이야,
모든 것 주고도 넉넉히 홀로 서는 나무를 보느냐
땅 밑으로 더 깊이 거머쥐는 그리움도 있다.
내일은 분분히 백설이 쌓일 이 생의 끝물 위로
찬란한 슬픔,
지금 금잎 들
숲으로 사라지는 길을 따라 돌아가는 어깨 위에
글쎄...
그대이겠지
다독이듯 얹어주는 노오란 손은......,
아주 오래 전에,
떨어져 흩어지는 은행잎 줍듯이 줏어온 시입니다...
이곳에서 매월 발행되어 한국 마켓 앞에 무료로 가져가게 놓아두는 월간잡지에서.
그만 작가의 이름은 보지도 않고 시에 반해 버려 시만 적어 놓았더랬습니다...
시인이 아신다면 많이 섭섭해 하실텐데
이 미국에 사시는 시인이신 듯 한데...
이 곳은 아직 가을이 느껴지지 않지만
구월이라면 조건반사처럼 저의 마음은 이미 가을에 들어서 있습니다.
선입견에 익숙한 제 마음은
이미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까지 해 놓은 '가을병'이라는 사치?를 누리려고 준비를 합니다.
어제는 유투브에서 패티김의 '9월의 노래' 를 찾아서 들었습니다.
하필이면 그 방송 '길옥윤님' 은 병환 중인듯 한데 그분 앞에서 '이별'을 부르는 영상이었습니다.
저는 그 두분이 행복하던 시절에 우연히 본 적이 있었기에...
이미 헤어져 담담하려고 애쓰는 두 분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휴우우 ~ ~ ~
가을 한 복판에 서 있습니다. ㅎ
저의 학교에는 백년도 넘었다는 아주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었습니다.
여학생들이지만 점심시간이면 우리는 그 은행나무 위로 올라 타고 앉아 수다를 떨다가
벨이 울리면 허겁지겁 나무에서 내려오던 그리운 시간을 품고 있는 은행나무!
로스엔젤스에서는 아주 어쩌다보면 초라하게 아주 빈약한 어린 은행나무를 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곳 샌디아고에서는 아직 한 번도 은행나무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이곳 기후는 은행나무와 궁합이 맞지 않나봅니다. ㅎ
십 여년전 가을 ...
아직도 떠오르는 강남의 차도 위로 파도처럼 흘러다니뎐 은행잎 물결들!
그리고 민속촌에서 생전 처음 맞아 본
은행잎 소나기!
올해도 은행나무는 노오란 잎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겠지요.
'저 잎을 버리는
나무들의 허허로운 마음
내 모를 바도 아닌데...'
'어설프게 붙박인 남의 땅에도 가을은 오고'
'사랑과 미움이 한가지 색갈로 익은'
'아... 따뜻하구나!
그대이겠지
다독이듯 얹어 주는 노오란 손은...'
이제 저도
자주 마주치게 되는 이별들이 점점 낯설지가 않으니...
이 시가 더욱 가슴깊이 스며들어옵니다...
'사는 일이 더없이 아름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