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색한 부자의 최후
옛날에 이리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큰 부자였지만 인색하고 탐욕스러워서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은 즐기지 않았다.
그 옆집에는 가난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날마다 고기를 마음대로 먹었고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이리사는 ‘나는 수없이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 노인보다 못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닭 한 마리를 잡고 한 되의 쌀밥을 지어 수레에 싣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음식을 내려놓고 막 먹으려 했다.
그때 제석천왕이 개로 변해서 내려와 그의 눈치를 아래위로 살폈다.
이리사가 개에게 말했다.
“만일 네가 공중에 거꾸로 매달리면 너에게 음식을 주겠다.”
개는 곧 공중에 거꾸로 매달렸다.
“네가 눈을 빼어 땅에 놓으면 너에게 이 음식을 주겠다.”
곧 개의 두 눈이 빠져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이리사는 개를 피해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개의 몸이었던 제석천왕은 이리사로 변해 수레를 타고 그의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한 제석천왕은 문지기를 시켜 거짓으로 이리사라고 하는 사람이 있거든 때려서 내쫓으라고 했다. 뒤늦게 돌아온 이리사는 문지기에게 꾸짖음을 당하고 내쫓겼다. 제석천왕은 이리사의 재물을 모두 가져다 보시했다. 이리사는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모든 재산을 잃었기 때문에 그만 미쳐버렸다.
그때 제석천왕이 다시 다른 사람으로 변해서 이리사에게 물었다.
“너는 왜 그리 걱정하는가?”
“내 재물이 모두 없어졌기 때문이다.”
제석천왕이 말했다.
“대개 사람은 재물이 많으면 걱정이 많은 법이다. 죽음은 오가는 기약도 없이 갑자기 오는데, 재물을 쌓아두고 먹지도 않고 보시도 하지 않으면, 죽어서는 아귀가 되어 언제나 옷과 음식이 모자랄 것이요, 혹 아귀를 벗어나 사람이 되더라도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날 것이다. 너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부자이면서도 인색하고 탐욕스러워서 먹지도 않으니 또 무엇을 바라는가?”
<구잡비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