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에서 관전필자로, 다시 필자에서 승부사로, '승부와 글'의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는 김만수 7단이 제2회 비씨카드배 본선무대에 입성했다. '대진에 기권승이 있었고, 예선 결승전에선 상대의 낙관으로 겨우 이겼다'고 몹시 쑥쓰러워 하는 김만수 7단을 13일 대회장 안에서 만났다. 김만수 7단은 비씨카드배 관전기를 맡고 있으며 2010년 '월간바둑'에서도 큰 활약을 하고 있다.
- 세계대회 본선무대는 정말 오랜만인거 같다. "얼떨떨하다.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기억이 안나는데, 군대 제대이후 처음인 거 같다." (김만수 7단은 2004년 제9회 LG배에서 16강에 올랐었다.)
- 비씨카드배 관전기를 맡고 있는 중에, 관전필자로서 본선무대에 들었다. 필자로서 본선무대에 선 느낌은 어떤가, 또 월간바둑에서 본격 관전기도 맡았다. 바둑을 두는 것과 관전기를 쓰는 것의 느낌은 어떤가? " 모든 시합은 같다. 특히 관전기에서는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래도 바둑을 두는 게 더 재밌다. 관전기를 쓰는 것은 힘들다. 아직은 바둑을 두는 것보다 힘들게 느껴진다."
- 본선무대는 어떤상대를 원하나? "이긴다고 장담못하는 처지다. 아무나 걸려라!, 그런 느낌이다.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서 '누구와 겨루고 싶다'는 그런 '감'도 떨어졌다. 다만 그냥 두는게 재미있다. 상대가 중국의 '구리'이든 연구생출신의 '아마추어'이든 부담이 없는 것은 똑같다. 재미있게 즐기고 재미있게 두는 것은 똑같다. 편하게 둘 수 있다."
- 오, 승부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헉. 아니다. 이겨야 한다는 부담,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 같은게 없어서다. 연구생을 만나도 꼭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지 않나, 그러니 그런 부담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슬픈 일이다. 하하"
- 그래도 본선에 오른 이상 목표가 있을 것 같다. "32강까지 한번 가고 싶다. 바둑TV에서 열리는 '스튜디오' 대국이란 걸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 슬프다. 소박하지 않나?"
- 오늘(예선결승, 對 윤찬희) 바둑은 어땠나? "대국초반에 워낙 나빠졌다. 어지럽게 둬 봤는데 후반에 만만치 않은 상태까지 갔다. 계속 버티면서 커피를 많이 마셨는데 바둑이 나쁘니까 커피맛이 엄청쓰더라. 질 것 같지 않다고 느낌이 오는 순간에도 윤찬희가 워낙 침착하게 응수해서 나도 졌다고 생각했다. 계가를 했더니 내가 이겼다. 윤찬희가 너무 낙관했던 것 같다."
- 유창혁 9단은 2시간 바둑이라 좋았다고 하던데? "속기바둑에서 수읽기와 순발력이 좋은 기사들은 윽박지르는 수를 둔다. (강한)상대가 윽박지르는데 초읽기가 진행되면 한마디로 '쫀'다. 어쩔 수 없다. 2시간 정도 제한시간이 있으면 상대가 윽박지를 때 찬찬히 생각하면 그래도 해법이 나온다. 그 차이가 있다."
- 끝으로 한마디! "곧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에게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말을 꼭 하고 싶다."
김만수 7단은 2009년 제1회 비씨카드배 관전필자로 활약했으며, 비씨카드배의 출범과 기획에도 참여했다. 2010년 들어선 월간바둑 2010년 1월호에 월간바둑 첫 관전기를 띄워 좋은 평가를 받았고, 2월호 '관전기'에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시리즈 '박정환-김지석'의 대결을 맡았다.
대국이 끝난 14일에 만난 김만수 7단은 '관전기'걱정을 하고 있었다. '3판의 바둑을 봤어요. 3-0으로 끝난 승부인데, 어떻케 구성할 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제밤엔 아내와 축하주라도 가볍게 한잔 해야되겠다 싶어 막걸리를 사서 들어갔죠. 아내가 자고 있어서 깨우지 않고 혼자서 한잔했어요. 되게 피곤했던지 핑 돌던데요. 한병을 못비우고 곯아 떨어졌어요."
한편! 2010년부터 김만수 7단은 월간바둑 "도전! 아마단급 시험"의 문제 출제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2010년 2월호 월간바둑! 큰 기대하셔도 좋다!
○●.. 피노키오 김만수 7단, 간략 프로필 77년 7월생, 94년 프로입단, 99년 비씨카드배 신인왕 등극에 이어 중국신인왕 후야오위를 이겨 한중 통합 신인왕이 됨. 각종 본선에서 맹활약을 하며 정상을 차지할 기사로 자리매김하던 中, 군입대. 프로의 전성기를 군입대로 마감한 대표적인 케이스임.
군제대 후 입대전만큼의 파워를 가지지는 못하나 군입대를 후회하지는 않음. 세계대회본선등 나름의 성적을 거두면서도 본인의 재능중에 ‘관전기’라는 것이 있음을 깨달았으며, 이에 분연히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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