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부문 심사평
본심에 올라온 작품 모두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덕분에 심사는 즐거웠다. 하지만 당선작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잘 썼지만 낡은 작품, 마음을 움직이지만 서툰 작품, 재미있지만 단조로운 작품, 문제적이지만 설득력이 부족한 작품 등 조금씩 아쉬움이 남았다.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은 의욕적이고 공을 들인 작품이다. 묘사가 화려하고 아이디어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익숙한 설정들을 과감히 축약하고 그 너머를 보여주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듯하다. <닭 사육기>는 디테일이 살아 있는 따뜻한 작품이었으나 소설이라기보다 이야기에 그친 느낌이다. <공기의 선택>은 잘 읽히고 설득력이 있었지만 그런 만큼 무난함에 머물러버린 것 같다. <낙화>는 스타일리쉬하고, 단편소설이 갖춰야 할 요소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화음은 멋진데 합창단의 고음 파트가 너무 많달까,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버린 느낌이 들었다.
<어떤 어둠이, 어떤 소리가>는 수작이다. 흥미로운 설정에다 진행이 매끄럽고 마무리도 산뜻하다. 단정한 문장과 차분한 전개가 호감을 준다. 모범생의 소설 같다는 점이 때로 한계로 보이기도 한다. <쓸모없는 가게> 역시 잘 쓴 작품이다. 사람의 감정과 관계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차분하게 보여준다. 문장이 정제되었고 디테일의 사용에도 솜씨가 있어 내공이 느껴졌다. <얼후를 듣다>는 속도감 있는 문체에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언어와 이미지 유희, 중국 악기-중국인 노동자-중국행 항공권을 가진 남자의 겹 구성, 감정의 완급 조절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적 세계를 보여준다.
안정적이고 호감이 가는 작품과 거칠지만 매력적인 작품 중에 결국 후자로 결정했다. 무난히 당선권 안에 들 만한 여러 작품 가운데 한 편을 뽑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심사위원의 성향이 개입될 것이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해본 적이 있는 모든 응모자들에게 큰 격려를 보내고 싶다.
= 소설 당선자 약력
박시안
1973년 인천 출생
현재 인천 청라국제도시 거주
독서지도사로 활동 중
= 시 부문 심사평
예심을 거쳐 열다섯 분의 작품이 올라왔다.
모두 나름대로의 발견과 인식은 있었으나 새로운 것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시 쓰기는 유행도 없고 왕도도 없다. 따라 쓰기도 흉내 내기도 용납하지 않는다.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한번 겨뤄볼만한 일이다. 가을문예는 바로 그 길을 가는 등용문이다.
시인에게 발견이 새로운 가치라면, 신인을 발견하는 일도 새로운 가치라 할 수 있다. 그 가치란 신인답게 참신하고 패기 있으며 앞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뽑는 일이다. 그래서 수많은 시들 중에서 골라야 하는 고충을 뽑는다고 말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시는 김성진의 '육분의 자리' 외 8편과 김미나의 '달과 목련과 거미의 가계'외 9편이다.
'육분의 자리' 외 8편은 사물을 보는 시각이 남다르게 넓고 어떤 존재론적 고뇌와 성찰도 보였으나 시가 너무 직설적이어서 언어적 기량을 뛰어넘는 원초적 힘이 미흡한 점이 아쉬웠다. 그 점만 깊이 생각한다면 내적인 리듬이 묘한 울림을 주는 좋은 시를 쓰리라 믿는다. 반면에 '달과 목련과 거미의 가계' 외 9편은 우선 제목에서부터 개성이 묻어난다. 그 자체가 가볍게 자연과 하나의 지경을 이룬다. 발상이 참신하고 삶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섬세한 언어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면서 섬세하고 연연하다. 말에 정감이 있고 상상력의 발랄명랑함이 있다. 그럼에도 은은한 슬픔을 건네준다. 작위적이지 않고 상투적인 말도 없다. 그래선지 그의 시에는 현실 너머를 생각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독자를 느껴져서 알게할 뿐 따라서 납득시키려 하지않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앞으로 생의 성찰과 내공이 쌓인다면 매우 넓은 시의 지평을 가질 것이다. 야생의 향기를 오래 간직하기 바란다.
천양희
= 시 당선자 약력
-이름: 김미나
-학교/ 학년/ 반: 안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7반
-수상경력
(청소년문학상)
제 2회 김수영청소년문학상 대상
제 3회 수주청소년문학상 2등
제 3회 김승옥청소년문학상 2등
(문학상)
제 11회 LH청년문학상 동상
(백일장)
제 39회 세종날글짓기대회 1등
부산대학교 효원문예백일장 1등
성균관대학교백일장 2등
= 2015 진주가을문예 본심 진출 현황
시부문 /본심 진출자 (15명)
- 김성진(진주) : 육분의 자리 외
- 박민경(부산 : 관념을 깨물다 외
- 최해경(김해) : 도마 외
- 김이솜(서울) : 소금이 온다 외
- 윤옥란(서울) : 시월의 빛 외
- 한 휼(용인) : 당신의 달 외
- 김미나(구리) : 달과 목련과 거미의 가계 외
- 정연희(용인) : 탈의 외
- 황재윤(서울) : 징그러운 사과 외
- 하 연(서울) : 말과 장제사의 관계 외
- 김지섭(원주) : 오징어 배와 등대 외
- 김한규(창원) : 은행털이 외
- 이이후(울산) : 일요일 외
- 문희정(서울) : 스푼 외
- 유영삼(안양) : 물뱀 외
소설부문 /본심 진출자 (7명)
- 김태환(밀양) : 닭 사육기(중편)
- 윤 혜(서울) : 공기의 선택 외
- 임동휘(홍성) :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중편)
- 서귀옥(완주) : 낙화 외
- 박시안(인천) : 얼후二胡를 듣다 외
- 이경석(서울) : 어떤 어둠이, 어떤 소리가 외
- 고서경(서울) : 쓸모없는 가게 외
첫댓글 아~! 아쉽네요. "마지막까지 남은 시는 김성진의 '육분의 자리' 외 8편과 김미나의 '달과 목련과 거미의 가계..."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