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박성현 前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야당에 출현한 30代 정치지도자
변화 갈구하는 우리의 모습 반영
공정 추구하고 디지털에 익숙한
2030세대가 나라 발전 원동력
최근 부산 한 고등학교서 강연
고교생들의 지적 열정에 뿌듯
얼마 전 고등학생들에게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진지하게 강연을 듣는 고교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호기심 많은 질문 등을 접하면서 장차 우리나라의 희망을 봤다. 이들이야말로 우리의 미래임을 새삼 확인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는 ‘한림원 석학과의 만남’이라는 과학 강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희망하는 고등학교에 한림원 석학을 파견해 강연케 하면서 고교생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학구적 호기심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이번에 강연한 주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 우리 사회의 미래 변화’였다. 학교는 부산에 있는 만덕고등학교였는데, 고교생들의 자유분방하고 천진난만하면서도 지식 추구에 열정적인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를 봤다.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에서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인구도 많고 잘 살던 시기는 없었다. 우리나라는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에 가입한 7번째 국가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가입한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과 이탈리아뿐이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대국인 것이다.
한반도 전체 인구는 남한 약 5200만 명, 북한 약 2500만 명, 그리고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인 약 700만 명을 합치면 8000만 명이 넘는다. 100여 년 전인 1919년 3·1독립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한반도의 인구가 2000만 명에 지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인구 측면에서도 경이적으로 흥성한 나라다.
1950년에 6·25전쟁으로 나라가 폐허가 됐고, 1962년에 처음으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하던 당시 1인당 국민총소득(GNI,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은 약 80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60년간 온 국민이 힘을 합쳐 각고의 노력으로 300배가 넘는 3만 달러 이상의 1인당 GNI를 올렸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의 산업도 폐허에서 출발해 기적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조선·가전·자동차에서부터 반도체와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제품이 많다. 대단히 자랑스러운 나라다.
1960∼1990년대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2000년대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제 성장이 매우 둔해졌다. 2006년에 처음으로 1인당 GNI가 2만 달러에 진입한 이후 무려 11년 만인 2017년에 3만1734달러로 3만 달러 대열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2018년에 3만3564달러로 높은 성장을 보였으나, 2019년에 3만2204달러, 2020년에 3만1881달러로 줄어드는 등 최근 들어 역주행하고 있다. 앞으로 3만 달러를 지켜내기도 버거워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일부 잘못된 국가 정책들(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훼손, 한·미·일 간의 관계 경색, 잘못된 소득주도성장 정책,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전 생태계 붕괴 등)로 경제 성장이 제자리걸음하고, 성장의 원동력인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행복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고 있어 매우 염려된다. 이러한 어려운 과제들이 우리 국민을 엄습하고 있고,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아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게다가 일부 좌절한 국민 가운데 한국을 떠나는 사람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어두운 밤이 지나가면 새벽이 오듯, 조만간 새로운 반전이 시작될 것이고, 미래의 희망을 보게 될 것으로 믿는다. 그 미래의 희망을 젊은이들에게서 실감하고 있다.
30대의 젊은 정치 지도자가 야당에서 나온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정치권의 변화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민심은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산업화·민주화·정보화 시대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혁명 기술(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들로 대표되는 디지털 변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 국민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순발력과 용기, 지혜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20세기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듯이 21세기에는 새로이 부흥하는 국가를 젊은이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 갈 것으로 확신한다.
무엇보다, 애국가의 한 구절 ‘하느님이 보우하사’와 같이 하늘도 우리 국민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다시 희망차고 밝은 미래로 나아갈 것으로 확신한다. 그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2030세대(또는 MZ세대)를 꼽고 싶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성이 강하며 창의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노력에 비례하는 공정성을 추구하고, 지식·운동·취미 등에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특히, 10대 후반 고교생들의 천진난만한 밝은 미소와 학구적 호기심 등에서 우리의 미래를 본다. 이들이 우리의 미래인 셈이다. 이들이 나라의 동량(棟梁)이 될 수 있도록 기성세대엔 이들을 보듬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힘을 실어줘야 할 책임이 있음을 말해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