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24년 12월 14일은 참으로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돌아보면 지난 2004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5월 헌법재판소 기각으로 임기를 무사히 마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있었다.
또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은 국민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결국, 같은 해 12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 뒤이어 특별검사 수사를 거쳐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으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었다. 그 뒤 일부 형량이 감형되고, 2021년 12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을 받았으나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이었다.
그리고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12월 3일 친위 쿠데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내란죄 수괴의 헌법적 절차가 11일 만에 시작된 것이다. 12월 7일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은 국민의 힘당 참여 기피로 투표 불성립이 되었으나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거리로 나선 국민의 힘 앞에 무너졌으니, 추악 파렴치한 가짜 힘이 정의 평화의 진짜 힘에게 준엄한 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이날 재적의원 300명이 표결에 참여하여 찬성 204, 반대 85, 기권 3, 무효 8표로 가결됐다. 당론으로 탄핵을 반대했던 국민의힘에서도 12명의 이탈표가 나온 것이다. 또 가결 뒤 우원식 국회의장은 바로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만들었고,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등본을 헌법재판소와 대통령실에 보냈다. 이로써 취임 후 949일 만에 윤석열식 격노의 대통령 직무는 정지되었다.
이제 헌재의 시간으로 180일 이내 탄핵 심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용되면 2016년 탄핵당한 박근혜에 이어 윤석열은 헌정사상 두 번째 탄핵 대통령이 될 것이다. 또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지면 말 그대로 벚꽃이나 장미대선일 것이다.
필자는 지난 12월 3일 밤 10시 25분 긴급담화라는 비상계엄령 선포 영상이 요즈음 사회문제인 딥페이크인 줄 알았다. 또 괴기한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 마침내 내가 미친 것 아닐까 하는 헛생각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러면서 자유 헌정질서라는 말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그동안 걸핏하면 내뱉는 윤석열식 자유가 국민의 자유가 아닌 자신과 김건희, 그리고 권력기관의 압수수색 자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주는 자유와 평등, 정의를 포함하는 말이다. 그러나 윤석열식 자유민주는 독재와 격노, 그리고 확증편향의 망상으로 국민에게는 불안과 공포였다.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현장 복귀를 하지 않는 의사들을 처단한다는 말에 소름이 돋는 이유이다.
지난 2004년이다. 당시 전교조 전남지부장이던 필자는 광주우체국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 일로 공무원법,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었고 광주고법에서 공무원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 판사 김황식은 선거법 위반이 빠졌다며 고법으로 판결을 되돌려보냈고 벌금이 가중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또 법원 선고 전 전남교육청의 인사 조처로 이중처벌까지 받았다. 그 뒤 연말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면을 청원했으나, 숱한 사면복권자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 자신의 임기에 자기 일로 일어난 일에는 사면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런저런 탄핵 트라우마로 안절부절하다가 윤석열 탄핵소추안 제2차 국회 표결을 앞두고 불안을 떨치고자 벌떡 일어나 체육관으로 갔다. 긴장된 순간 마침내 함성과 박수 소리가 체육관을 울렸다. 울컥 가슴이 먹먹했다. 운동을 마치고 나와 하늘을 보니 구름 속 달이 희미했으나 아름다웠다. ‘껍데기는 가라’ 문득 신동엽 시인의 시구가 생각나고 다시 울컥 눈물이 솟았다. 아무리 달큼하게 자유로 포장해도 결코 국민을 이기는 독재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