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10.23. 토
- 문형봉, 문기동, 산거북이(3)
- 영원사/영원령/벌바위/영원봉/빗기재/영원사
지난달 9월 어느날에
원장이 10월23일을 특정하여 그날엔 무조건하고 시간을 비워놔라 해서
그리하자 하고 앞뒤 생각도 안하고 약속을 해 놓고 보니 자전거클럽 정기라이딩을 하는 날이다
라이딩 대장님께서는
이번달 정기 라이딩은 남해안 160~170K정도를 달려야 하니
훈련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연일 훈시를 하시고...
고민되네...
원장한테 넌지시 운을 떼어보니 손톱도 안 들어갈 정도다....
예전에 어긴 약속도 몇번 있고해서 지리산 산행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는데
그날이 오기는 오는구나....
05시에 집을 나와 전날에 주문해 두었던 김밥을 찾고
물문화관 앞 마당으로 가서 김밥과 함께 커피를 끓여 준 다음 라이딩 회원분들 배웅해 주고......
여명이 밝아오는 06시10분경에 자전거팀은 곤명,곤양,진교,남해,창선,삼천포,사천을 거쳐
이 곳으로 돌아오는 장거리 라이딩을 하기로 약속이 되었다
07시경
서진주 주차장으로 가서 원장 픽업하고
지난주와 같이 유림면주민센터에서 기동이 픽업하여 영원사로 향한다
기동이는 지난 6월말에 평생을 몸 담아왓던 산림조합에서 퇴직을 하여 백수의 반열에 올랏다
요즘엔 파크골프에 푹 빠져 지내는 모양....
파크골프..
그게 무순 운동이 되겟는냐 반문하니 지한테는 딱이라고 하네..
오늘은 굵고 짧게 화려한 단풍이나 보고 오자고 코스를 이쪽 방향으로 골랐다
몇년전 이 부근에서 봣던 단풍도 생각이 나고해서...
<사진을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많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소피보고 돌아서니 두사람은 코스를 벗어나 엉뚱한 길로 가고 있다
두사람 빠꾸시키고
지도를 보고제대로 된 길로 들어가니
사방에 서서히 불길이 번지는 듯한 모습이 연출이 되고 눈이 호강을 하기 시작한다
아직은 하늘색이 밝지 못하니 조금은 아숩은 면도 있지만
그것 또한 욕심일지니....
두사람 감탄사 연발이고 이나무 저나무 기웃거리며 커매라셔터를 눌러댄다
오늘 코스 제대로 잡앗어.....
적기에 재대로 물든 단풍을 보며 영원령 방향으로 서서히 오른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햇어..
가을날에
곱게 물든 단풍은 봄에 핀 꽃 보다 더 아름답다고....
곱게 물든 단풍이 아름답지 않느냐 물으니
또 다른 누군가는 죽어가는 나무 이파리가 뭐가 그리 아름답냐고....
하지만
그사람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
다음해 아름다운 생명을 싹틔우기 위해 스스로 불타오르는
숭고한 아름다움을
지니쳐 모르고 하는 말일 것이다
오늘 이순간
이 지리산 어느 계곡에서
이토록 고운 색감의 단풍을 보는 우리는
분명 행운아들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영원령이 보일 듯 한 곳에 자리를 펴 놓고
고운 자태의 단풍을 안주로 여겨
원장이 물 마시듯이 즐겨 마시는 막걸리 두병을
게가 눈 감추드끼 순식간에
감추어 버렸다
사거리 갈림길
동부능선 영원령에서 기동이,,,,,
한직장에서 30년 이상 평생을 보내고 퇴직하기는 그리 쉬운일도 아니더라
수많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참고 이겨내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지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남자로 태어나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또한 크게 작용하는 부분일 것이고...
어쨋거나 기동이도
대단한 친구임에는 분명하고 틀림이 없다
영원령에서 벌바위 오르는 구간에
좌측 사면으로 간간히 서있는 단풍이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눈이 시리도록 붉은 색감을 자아내고....
서서히 즐기면서 단풍놀이에 여념이 없이 산죽밭을 오르는데
벌바위에서는 여러명의 인기척이 들려온다
영원사 주차장에서
출발 할 때 보았던 분들인 듯 싶기도 하고..
반야봉이 지척으로 조망이 되는
벌바위 난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상을 펼친다
바위 상단에서도 식사를 하시는지 떠들석하게 목소리가 들려오고...
산거북이 전매 특허 김치찌개가 오늘의 메인메뉴이다
원장이 되재고기 공수해 오고
기동이가 가져온 김치를 넣고 끓이다가
다진마늘과 대파를 넣어 조금 더 끓인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직접담근 송담주로 한 순배 돌리니
정신이 몽롱해져 온다
어느 순간 위에서 식사하시던 한 분이 나뭇가지 사이도
내려다 보시더니
산거북이 아이가..? 하신다
짐을 챙거 위로 올라가보니
지리산에 빠지기 전에 산악회에 몸 담고 있을 때 전국의
명산을 차자 헤매이던 형님들이시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시간이 되면 지리산에 같이 들자고 약속을 한다
예전의 산악회에서 있었던 추억을 꺼집어 내어
세실에 열중하다 보니
두사람 흔적이 온데 간데 없이 보이지 않는다
형님들과 이별을 나누고 서둘러 뒤 따라 가니 영원봉에서 기다리고 있다
빗기재에서 휴식을 하는데
산악회 형님들도 뒤 따라서 내려 오시네...
빗기재에서 상무주암 방향의 단풍색도 고울 터인데
오늘은 여기 이곳에서 하산 하기로 한다
빗깆대에서 영원사 방향의 하산길은 비교적 짧은 거리라서
부담이 거의 없다
이곳에도 노랗고 붉은 단풍커널이다
우람한 나무사이로 간간히 빛이 새어 들어 오고
고운자태의 단풍을 보면서 내려오는
원장을 먼저 내려오는 나를 불러 세우고서는
엄지척과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열두번도 더 해 제낀다
순식간에 영원사 도착이다
원장하고 기동이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지
도솔암 가는 길로 조금 더 진행하여
단풍을 보고 오겟단다
나는
그 사이 계곡으로 내려서서
족욕으로 피로를 시원하게 날려 보내고....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느 덧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 간다
이제 육신은 속세로 돌아 갈일만 남았고
마음은 지리산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있으리라....
첫댓글 아름다운 단풍에 푹빠져 꿈같은 하루를 지리에서 보냈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의 하루.
오래도록 기억되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 기회를 준 친구 고맙고 감사.
항상 건강하게 오래동안 지리산을 누빌 수 있도록 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