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탑(佛塔) 이야기<2>
2. 불탑(佛塔)에 관하여
불교(佛敎/Buddhism) 하면 사찰(寺刹:절)과 불탑(佛塔), 그리고 삭발(削髮)한 스님이 떠오른다.
불교는 동남아를 비롯하여 중국,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까지 전파되지만 신기하게도 불탑의 모양이 상당한 다르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한자로는 불탑(佛塔/Pagoda), 스리랑카에서는 다고바(Dagoba)라 했는데 인도에 가니 스투파(Stupa)라 했고 모양도 매우 다르다. 특히 중국과 우리나라는 모(角)가 나고 층층으로 쌓아올린 모양인데 스리랑카와 인도는 엄청나게 큰 둥근(사발을 엎어놓은 모습) 모양이다. 나중 알아보니 인도의 스투파(Stupa)는 ‘유골을 매장하는 화장묘(火葬墓)’라는 뜻이고 스리랑카의 다고바(Dagoba)는 세일론(Ceylon)어로 ‘성스런 사리를 모시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인도, 스리랑카, 동남아의 불탑(佛塔)들도 형태는 비슷하지만 상층부 모양에 다소 차이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딱딱한 사각형의 불탑(Pagoda)과는 전혀 느낌이 다르다.
석가모니를 화장한 후 나왔다는 구슬을 사리(舍利)라고 하는데 ‘부처의 진짜 몸에서 나온 사리’라 하여 진신사리(眞身舍利)라 부른다. 그러나 인도의 고대어 산스크리트어(梵語)로 ‘사리(舍利)’라는 용어는 구슬 같은 결정체가 아니라 시신(Śarīra) 자체를 가리키던 말이라고 한다.
사리는 다시 진신사리(眞身舍利)와 법신사리(法身舍利), 승사리(僧舍利)로 나눈다.
진신사리(眞身舍利)는 석가모니의 실제 유해, 법신사리(法身舍利)는 불법(佛法, 불교의 가르침)이 부처의 또 다른 몸이라 하여 불경(佛經)을 가리키는 말이고, 승사리(僧舍利)는 고승의 시신, 또는 그들을 화장하면 나온다는 돌(玉) 조각을 가리킨다
불경(佛經)에 따르면 석가모니를 화장한 후 사리(舍利)가 8섬 4말이나 나왔다고 하는데 사실은 화장(茶毘)을 한 후 나온 재(灰)와 뼈까지 모두 합친 분량이라고 한다. 스리랑카에서는 부처님의 치아(齒牙/이빨)를 진신사리로 여긴다는데 스리랑카 중부 고대도시 캔디(Kandy)에 있는 불치사(佛齒寺)를 나는 직접 방문했었다.
불경에 의하면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자 제자들과 추종자들은 나무를 모아 전륜성왕(轉輪聖王/전설의 天王)의 예법에 맞춰 화장(火葬)을 하다가 향수를 부어 불을 끈 뒤, 불에 타고 남은 뼈를 인근 8개 나라(부족) 대표들에게 분배하였다고 한다.
대표들은 저마다 사리(舍利)를 분배받아 고국으로 돌아가 탑을 하나씩 세우니, 최초로 세운 불탑이라 하여 ‘근본 8탑’이라 하였다. 석가모니가 열반한 후 2~3백 년 지난 후 인도는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Asoka) 왕에 의해 통일된 후 불교에 귀의하자, 근본 8탑 중 한 곳만 제외하고 나머지 탑들을 해체하여 사리를 꺼내 인도 각지에 진신사리를 담은 불탑(佛塔) 8만 4천 기를 세웠다고 한다. 아쇼카 왕이 해체하지 않은 한 기(基)는 오늘날 네팔 랑그람에 있는 탑인데, 전설에 따르면 아쇼카가 탑을 열려고 하자 용왕(龍王)이 나타나 막았다고 한다.
진신사리를 안치한 건물을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 월정사 뒤 중대(中臺) 언덕 위에 있다.
3. 인도 산치(Sanchi) 대탑(大塔)
인도 산치(Sanchi) 대탑(Stupa) / 동문(東門) / 서문(西門) / 남문(南門) / 북문(北門)
인도 중서부 마하슈트라(Maharashtra) 주에 있는 산치(Sanchi) 대탑을 또 불탑의 시초(始初)로 본다고 한다.
인도가 불교의 발상지(發祥地)이니 어찌보면 인도를 불교의 성지(聖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어디를 가나 불교사원은 거의 볼 수 없고 대부분 잡신(雜神)을 모시는 힌두교(Hinduism) 사원들이 많다. 마하슈트라 주를 여행하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코끼리신(가네샤/Ganesha)을 모시는 힌두사원들이 가는 곳마다 눈에 띈다.
인도의 종교를 살펴보면 힌두교(81%)와 이슬람교(13%)가 전체의 94%를 차지하고, 그 밖에 기독교, 시크교, 자이나교 등이 있는데 불교는 0.8% 정도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산치대탑은 직경 36m, 높이 17m 규모의 둥근 탑으로 상당히 큰 탑(Stupa)인데 원통형 기단 위에 밥그릇을 엎어놓은 모양의 반구형의 탑신이 있고, 꼭대기에 산개(傘蓋), 일산(日傘), 평두(平頭)라고 불리는 사각형 모양이 설치되어 꼭대기에 있는 산개(傘蓋), 일산(日傘)을 받치고 있는 형태이다. 탑에는 원형의 울타리(난간)가 둘려져 있고, 동서남북 사방으로는 엄청나게 큰 탑문(塔門/Torana)이 있는데 이 4개의 탑문 또한 너무나 신기하고 놀랍다.
탑문의 형태를 살펴보면 각 문마다 가로로 건너지르는 횡량(橫樑)이 있는데 횡량 표면은 물론, 사이사이에 너무나 아기자기한 조각들을 정교하게 새겨놓아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동문(東門)은 마야부인의 태몽, 부처님의 출가, 부처님의 열반(涅槃) 등이 조각되었고,
서문(西門)은 배불뚝이 난쟁이들이 받치고 있는데 악마의 유혹, 부처님의 7가지 화신(化身),
남문(南門)은 연못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코끼리 무리, 붓다의 탄생, 사리분배 전투 등,
북문(北門)은 원숭이의 꿀 봉양, 부처님의 일생 등을 조각하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북문의 맨 위에 있던 법륜(法輪)이 파손되어 반쪽 테두리만 남아있다.
이 탑문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홍살문(紅箭門) 또는 일주문(一柱門)으로 변모하였고, 일본으로 가서는 도리이(鳥居)로 이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