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칼럼 - 세상이 변해도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다(기고: 변나영 소장)

[상담소]

변나영 충북음성가정성폭력통합상담소장

세상이 변하고 사회가 달라지고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공동체에서 변하지 않을 가치, 함께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다. 바로 인간의 존엄이다.

21세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상 저편에는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인종차별 , 인신매매 ,성폭력, 아동과 여성에 대한 폭력 , 차별과 혐오, 인권적 탄압 등이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안타깝고 끔찍한 일이다.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스테판에셀은 “인권을 위한 투쟁은 21세기를 살아가는 , 살아남은 자들의 사회적 소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삶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인식하고 사회적 연대감을 가지고 바로 여기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야만 한다고 했다.

시민은 정부에 정의를 요구할 책임이 있으며 국가는 부정의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라고도 말했다.

가정, 직장, 학교,지역사회 그 어느 영역에서든 그곳에서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은 한 개인의 사소한 일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재인식해야 한다.

UN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여성의 약 30% 가 전현배우자로부터 가정폭력을 경험하였으며 한국 사회 여성 살인 범죄의 60%는 가정폭력, 교제폭력,스토킹 범죄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다. 연인 관계나 헤어진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피해는 오랜 기간 지속 ,반복되는 경향이 있고 살인으로 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이를 규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법 제도는 여전히 미비하다.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이유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미미한 처벌에 그치는 경우도 있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이나 협박이 두려워 신고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언론에 보도된 교제 살인을 집계해온 한국여성의전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로부터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138명,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311명이다. 최소 2.6일마다 여성이 살해당하고, 1.2일마다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교제폭력 및 살인 관련 통계는 전무하다.

여성가족부는 여성 긴급 전화 1366번으로 들어온 상담이나 각 지역의 여성폭력 관련 상담소로부터 집계된 상담 건수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뿐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하나의 사건으로만 놓고 보면 한 개인의 문제로만 보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들 또한 어떤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집단은 어떤 성격을 가졌고 피해자는 그 집단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권력 구조속에 놓여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경우 우리 사회가 성인지감수성을 가지고 ‘피해자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은 결국 성별간 불평등을 포함한 위계 질서 속에서 약자의 처지에 놓인 사람의 입장과 발생 맥락,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 곳의 제도나 조직은 인권적 관점을 담고 있는지? 우리는 인권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여성들이 거리에서 화장실에서 자신의 직장이나 집안에서 조차 위협을 느끼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1960년대 캐롤허니쉬가 처음 사용했던 “ The personal is the political ”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라는 이 말은 지금도 인용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폭력의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사소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차별과 폭력은 국가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저해하는 주요인으로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촉구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만이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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