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69>
“인후종통 · 편도염 · 기관지염 · 폐렴” - 우엉(牛蒡子)
인체가 외계와의 교감을 통해 진행하는 물질교환 및 순환은 출입승강(出入昇降) 운동에 의해 완성된다. 이 운동의 힘을 한의학에서는 ‘기(氣)’로 표현한다. 즉 먹어서 생기는 에너지원(水穀之氣, 영양물질)과 숨을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원(天空之氣, 산소)이 합해져서 생명활동에 필요한 원천적 에너지(眞氣, 原氣)를 화생한다. 자연은 이렇게 산소를 공급해주는 건강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지만 또 병적인 기운(六淫, 풍한서습조화)도 가지고 있다. 기후현상이야 만물 생장 변화의 조건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정기가 충실하지 못하면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예컨대 풍한(風寒, 초기감기)은 찬 기운이 주로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침입하여 기도 감염을 일으키는데 이때 자율신경계는 말초혈관을 수축하고 체표를 닫아 열손실을 막으며, 비강의 면역체계를 가동하여 맑은 콧물을 흘려보낸다. 일시 심부로 몰린 열을 재채기반사를 통해 몸 전체로 분산시키면서 병적인 체액(담)을 밖으로 뱉어내게 한다. 혈당이 상승하고, 소화관운동은 억제되며, 기관지평활근은 이완된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우리 몸은 또 세포 속에서 산소를 이용하여 영양소를 분해하는 에너지 발전소 미토콘드리아가 즉각 반응해 열을 생산하는 단백질(UCP1)을 많이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한사의 세력이 너무 강하거나 몸의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허약하면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 않고 비강의 온도 습도 조절장애, 충혈, 점막부종, 알레르기반응, 염증유발, 코막힘증과 함께 풍열증(風熱症)으로 전변하기 쉽다. 이 시기에 예사 항생제가 남용되면 기의 불균형으로 교란된 간심폐를 핍박하여 병원체에 대한 몸의 자연치유력을 더욱 떨어뜨린다.
풍열증은 외부의 사기와 내부의 정기 간의 싸움에서 염증반응이 심해진 단계를 말한다. 폐의 기능 손상으로 점액 분비가 늘고 다량의 백혈구가 삼출되어 가래가 누런 화농성을 띠거나 출혈이 섞이기도 한다. 코 호흡이 입 호흡으로 바뀌고, 인두-후두-편도-기관-폐로 이어지는 염증이 발열, 오한, 관절통, 구취, 두통, 편도작열감, 호흡곤란, 기침을 유발한다. 따라서 풍열증은 초기감기의 치료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찬 성질의 약으로 속열을 맑히고(淸熱), 맵고 서늘한 기미의 땀내기약으로 겉열을 푸는(解表) 한편, 대소변을 통해 열독을 밖으로 내보내는(分淸) 방향이라야 한다. 치료는 은교산, 우방해기탕, 상국음을 가감한 <현삼 천화분 백모근 각 3, 우방자 상백피 금은화 황금 자소엽 길경 각 2, 연교 대황 진피 사인 각 1, 감초 대조 각 0.5> 방을 쓰면 된다. 만일 노인이나 산후, 월경기, 방사선이나 화학치료를 받는 경우, 코와 입의 건조가 심할 때, 오랜 병으로 몸이 약해져 혈과 진액이 마른 증상에 숙지황 맥문동 각 2를 추가하고, 기가 허해 바람을 싫어하며 호흡이 얕고 숨이 찰 경우에는 황기 2를, 도한이 있으면 오미자 1을 각각 추가한다.
우방자(牛蒡子)는 국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우엉의 여문 씨를 말린 것이다. 소가 이 식물의 잎과 뿌리를 즐겨 소풀(우채, 우방)이라 하였으며, 씨를 싸고 있는 총포에 가시가 많아 사람들이 싫어하므로 오실(惡實)이라 하였다. 또 쥐가 지나다가 이것이 달라붙으면 달아나지 못한다 해서 서점자(鼠粘子)라고도 부른다. 보통 8~9월에 채취하는데 너무 일찍 거둔 것은 약성이 약하고, 뿌리는 2년생을 10월경에 캐야 영양이 충실하다. 우방자의 성미는 맵고 쓰고 차며(또는 평하다) 폐·위경으로 들어간다. 이 약초는 폐를 윤택하게 하고 맺힌 기를 흩어주며 인후와 횡격막을 부드럽게 하고 12경맥을 뚫어준다. 피부를 통해 밖으로 열을 발산(辛涼解表)시키며, 위로 피어오르고 다시 아래로 씻어 내리는 승강성(昇降性)을 가지고 있어 풍열을 흩고 독을 배설하는(淸熱解毒) 능력이 탁월하다. 부스럼이나 부기를 가라앉혀 인후의 감염을 치료하며(消腫利咽), 미끄러운 성질로 대소변을 잘 통하게(滑利) 한다. 따라서 풍열이 위로 솟는 인후종통, 급성편도선염, 기관지염, 폐렴과 함께 해수, 담, 부종, 변비를 다스릴 수 있다. 또한 홍역 등 발진하는 병에 대하여 그 배출을 순조롭게 하므로 병이 전변하여 깊어지는 것을 막는다(宣肺透疹). 폐를 자양하여 아토피(습진)와 같은 알레르기피부염의 소양감도 진정시킬 수 있으며 특히 우방자에 함유된 악티게닌 성분은 항산화작용으로 부종을 억제하고 간독성을 현저히 낮춰준다. 우방자는 또한 외과의 종양류에 대해 배농 해독 소종효능을 나타낸다. 사람의 자궁암세포 및 유방암 세포주의 증식을 억제하면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엉의 씨와 뿌리는 성질과 작용, 귀경이 서로 비슷하지만 뿌리는 70%의 수분을 함유하여 부피가 크므로 음식이나 차로 이용하는 편이 낫다. 우엉근은 지질과 당분의 흡수를 억제하며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 당뇨병 치료에 도움을 주며,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해주는 능력이 있어 생리통이나 자궁근종의 증세를 완화시킨다. 또 활성산소를 없애 노화를 방지하며,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여 전신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한다. 또 리그닌 이눌린 사포닌 성분은 몸속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비만을 막아주며, 아르기닌 성분은 요산을 분리하여 몸 밖으로 내보내는 효로 통풍을 예방 치료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머리에 비듬이 많을 때, 젖몸살이 났을 때, 입안에 염증이 생겼을 때도 말린 우엉근을 단미 또는 복방의 차로 진하게 달여 마신다.*
꽃
총포
잎
줄기
온포기
뿌리
씨
우방자(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