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화대종주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일시 : 2013년 9월 27일 ~ 28일(1박 2일)
등산 코스 : 성삼재 -> 노고단 고개(15:35) -> 삼도봉(17:16) -> 토끼봉(18:13) -> 연하천대피소(19:40경 도착, 1박, 06:00 출발) -> 벽소령대피소(07:23) -> 덕평봉을 돌면 샘터 -> 세석대피소 -> -> 장터목대피소(공사중, 12:35 도착, 점심, 13:10 출발) -> 천왕봉 (14:50) -> 치밭목대피소 ->유평(19:10)
전일 야근 후, 이튿날 아침 9시에 퇴근하니 서둘러야 11시에 사상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구례행 버스를 타고 버스와 택시를 이용해 들머리 성삼재에 도착하여 서둘러 노고단고개 갈림길까지 가니 공단직원이 통제를 하고 있다. 대피소(연하천) 예약현황을 확인하고서야 누가 물으면 “여기 통과시간을 3시”라고 하라며 보내준다.
하수오님사진(16.05.08)
에이스님사진(16.05.08)
김종태님사진(16.05.08)
삼도봉 가기 전에 천안분과 동행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종주가 하고 싶어 급하게 예약하고 성삼재에 차를 두고 정상갔다가 백무동으로 하산하여 되돌아갈 예정이란다. 보통 종주하는 분들은 무박으로 새벽에 출발하거나 벽소령이나 연하천대피소에서 1박을 하는데, 여기 연하천은 보름 전 쯤 매진되어 대기하다가 겨우 예약했는데 아마도 임박하여 해약이 있었나 보다.
토끼봉을 지나니 날은 완전히 저물었는데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대피소 1Km를 남기고는 “조금 늦는다”고 연락을 넣었다. 도착 후 서둘러 햇반과 라면을 준비하는데 옆 테이블의 훈제(오리)고기에 자꾸 젓가락이 간다. 양주빛깔에 부드러운 두충주와 더불어..
토끼봉(일자구름과 먹구름 13.09)
연하천대피소 천안분과 함께(13.09)
40대 중반인 이들은 ‘음식의 고장’ 전라도에서 친구들과 왔단다. 고들빼기’는 못먹어 봤을거라며 은근히 무시하길래 ‘줘봐요. 묵나? 몬묵나?’. 향이 진한 고들빼기 무침과 밥도둑 ‘꼴두기 젖갈’도 맛볼 수 있었다.
침상을 배정받고 매트와 침낭(각각 2천원)을 빌렸는데 공간이 넉넉하여 푹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돌도사님 사진(16.05.08)
덕평봉 지나 선비샘(16.05.08)
새벽 6시 산행을 시작하여 벽소령에 도착하여 물 한모금 하고..
벽소령에서 세석구간은 약 3시간 소요되었는데 지루하고 힘이 든다. 천안분은 앞서 가고 장터목에서 가볍게 전투식량으로 점심을 먹으려니, 맞은편에서 잘 익은 김치를 넉넉히 들어주시고 또 삼겹살도 얻어 먹으니 든든합니다.
지리산 정상(2013.01.01.)
정상에 도착하니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어 마음에만 담고 종주시간이 빠듯하여(14:50) 바로 하산할까? 고민하다가.. 늦어지면 치밭목대피소에서 1박을 더할 생각으로 능선으로 발길을 옮긴다. 중봉 지나고 써리봉 가는 도중에 간간히 내리던 빗줄기가 점차 굵어진다. 어제 토끼봉에서 먹구름이 잠시 비치더니 결국 ‘사단’이 났다.
대피소를 1Km 남기고 마눌님의 호출이 있었다. ‘내일 큰애 농구시합에 데려가야 하니 무조건 하산’하란다. 아내는 일이 있어 오전에 애들 챙기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대피소를 지나 서둘러 하산하는데 유평 2km를 남기고 우중에 날은 완전히 저물었다. 계곡에서 ‘가장 사납다’는 새끼달린 멧돼지를 만나 대치했더니만 머리가 쭈빗쭈빗 섰다. 휴~
랜턴은 왼손, 몽둥이는 오른손에 들고 하산을 서두른다.
지난 여름 인근에서 래프팅(경호강)을 하고 여기 대원사계곡으로 넘어와 물놀이겸 백숙을 먹었던 그 식당에 들러 버스시간을 물으니, 막차가 19:30분에 있는데 콜택시를 불러도 시간을 맞출 수 없으니 비용을 주면 대원사버스정류소까지 태워주겠다고 한다. 차(포터) 시동 걸러 가는 동안 자판기 커피를 한잔 얻어 마셨다.
막차타고 진주도착이 20:20분경. 노포동행 버스는 30분에 막차가 있고 사상행은 9시 넘어(21:10)까지 있다고 한다. 물론 심야버스야 더 늦게까지 있고..
내의까지 완전히 젖어 온몸이 무겁고 떨려와 급하게 뽀송뽀송한 속옷으로 갈아입으니, 노포동행 버스는 이미 출발하였고 사상행에 올라 장터목대피소에서 사온 초코파이로 시장기를 모면했다.
사상에서 지하철타고 양산역에 도착하니 2층 계단을 내려갈 힘도 없어 염치불구하고 노약자용 E/V를 타고 1층으로..
여기는 보도블록에 먼지가 폴폴 났다. 헐~.
ps .
1)원래는 한달 전인 8월에 화대종주를 계획했지만 호기롭게 출발하여 화엄사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니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하여 무냉기고개에 도착할 때 쯤 60리터 배낭무게에 눌려 후둘거리는 다리를 겨우 수습하여 성삼재로 하산(8월12일).
화엄사(11:00) ->무냉기(코재)고개 ->노고단(17:30) -> 성삼재.
구례 화엄사(2013.8.12.)
2) 이번 산행은 특히 택시비가 많이 들었는데, 양산에서 사상터미널 가는 길에 남양산역 주차장에 차를 두고 지하철을 타고 앉으니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재약산을 오를 때처럼 등산화를 두고 온 것이다.
재약산 정상(2013.08.03.)
서둘러 다음역에 내려 택시타고 되돌아와 갈아 신고(사상역까지 택시운임은 3만원을 달라고 함. 흐미~ 비싼거) 금곡역까지 가서 지하철로 갈아타니 무사히 버스 출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평으로 하산하여 대원사버스정류장까지 운임을 2만원 주어 아쉬웠는데, 진주행 버스 안에서 기사님께 물어보니 막차를 놓쳐 진주까지 콜택시로 가면 ‘적어도 5~6만원은 줘야 한다.’는 말에 우울한 마음이 다소 풀렸다.
대원사는 지난 여름 경내를 구경했었는데 대웅전 뒤의 산왕각은 ‘영험하여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곁에서 보살님 귀뜸해 주신다.
산행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니 콧물이 줄줄 흐르고 물집이 잡혔으나 유소년 농구시합에서 9:10으로 뒤지고 있다가 아들의 한방으로 역전승을 하니 개고생하며 하산한 보람이 있다.
농구시합중인 큰아들(77번)
3) 중산리 성모상
중산리에는 성모상이 두군데 있는데 하나는 원래 지리산 정상에 있던 것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금의 천왕사에 모셔져 있고, 다른 하나는 중산리버스종점 인근 중산1교 건너에 최근에 세워졌다한다.
한데 오리지널보다 새로 생긴 성모상을 찾는 이(마을주민, 관광객, 무속인..)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헐~
천왕사성모상(16.05.08)
새로 생긴 성모상(16.05.08)
언제 다시 할지 모를 화대종주. 끝.
첫댓글 3년전의 재약산 사진 압권이네요 멋져부러!! ㅎㅎ 자세한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화대종주 해보는 날이 오겠죠? ^^
이번에 종주하셨으니까 식기 전에 바로 화대 도전하시죠? ㅎ
그래야 되겠죠? ㅎㅎ 작년쯤 우연히 2005년 7월 덕유산 산행기를 참 재밌게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바로 두경님이셨네요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 참 세상 넓고도 좁네요 정말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