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화수소.hwp
울산에서 맨홀 아래로 떨어진 익수자를 구조하려던 소방관이 숨졌다.
30일 오전 9시51분께 울산 북구 산하동 강동수질개선사업소 하수처리장의 가로 1.85m, 세로 1.6m 직사각형 맨홀에서 익수자 구조작업을 하던 울산동부소방서 강동지역대 소속 박모(33) 소방교가 맨홀 아래로 떨어졌다.
박 소방교는 높이 9.1m 아래로 추락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박 소방교는 이날 오전 9시34분께 사고 장소에서 하수처리장의 보수공사를 하던 근로자 배모(44)씨가 맨홀 아래로 떨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맨홀 아래를 살펴보다가 추락했다고 울산시소방본부는 밝혔다.
소방본부는 박 소방교가 맨홀에서 올라온 유독가스에 질식해 정신을 잃어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배씨 역시 익사했다고 소방본부는 밝혔다.
박 소방교는 지난 2005년 9월 임용됐으며 아내와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자녀 2명을 두고 있다.
울산소방본부는 박 소방교를 1계급 특별승진시키고 공무원 연금법에 따라 박 소방교의 유가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옥조근정훈장, 국가보훈처와 협의해 국립묘지 안장과 국가유공자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울산소방본부는 빈소를 남구 여천동 울산영락원에 마련했으며 영결식을 다음 달 1일 동부소방서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유가족과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한편 2006년부터 소방방재청과 함께 '소방영웅지킴이'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S-OIL은 유족에게 위로금 3천만원을 전달했다.
소방관 순직한 사고 현장
어제(2012.10.30) 폐수처리장 노동자와 소방공무원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물질이 황화수소라는 사실은 이제 웬만한 전문가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폐수처리장 노동자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순직한 소방공무원도 피트 안에 맹독성 가스가 있고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으리라. 그런데 구조에 나섰던 소방공무원은 피트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왜 변을 당했을까?
바로 황화수소가 거품효과(soda can effect)가 있다는 사실이다. 폐수처리업체 사업주와 소방서장은 이를 이 노동자들에게 알렸어야 했고 미연에 합당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고 직무유기였다. 탄산 캔음료를 흔들어 따면 거품이 바깥까지 넘쳐 나오는 것처럼 황화수소가 발생하여 녹아 있는 폐수를 휘저으면 표층 장막이 깨지면서 폐수에 녹아 있던 황화수소가 피트를 넘어서 확 올라온다. 이 때 고농도(수백 ppm)의 황화수소에 일시적으로 노출되어도 의식을 잃게 된다.
황화수소의 거품효과(soda can effect) : 황화수소는 폭기작업과 같이 폐수를 휘젓게 되면 기름층과 같은 폐수의 표층이 깨지면서 마치 탄산음료를 흔들어 땄을 때 갑자기 거품이 솓구치는 '거품효과'가 있다.
선무당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황화수소가 공기보다 무거우니 밑에 깔리지 올라올 리가 없다고.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아무런 기류가 없는 곳이라면 그 말이 맞다. 공기는 분자량이 29 정도이고 황화수소는 34이니 황화수소는 공기보다 무겁다. 하지만 폭기를 하고 있는 폐수처리장에는 기류가 있고 수백 피피엠 정도의 황화수소가 공기와 섞이면 유효비중을 따져야 하며 이 때 분자량은 의미가 없어진다. 쉽게 말하면 실제로 폐수처리장 피트 밖으로 황화수소가 고농도로 분출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같은 울산지역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도 이러한 경우인데 오래된 폐수를 폭기시켰고 피트는 인근으로 악취가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커버로 둘러싸여 있었고 피트로 들어가는 통로가 하나 있었을 뿐이다. 바로 이 통로를 통해 일시적으로 발산된 황화수소에 외부에 있던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질식 당했다.
많은 폐수처리장이 악취민원 때문에 돔구조로 덮개를 한다.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모두 알지만 돔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을 때 그 바깥에서도 질식하여 쓰러질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취학 전인 두 아이의 아빠였고 앞서 유명을 달리한 한 노동자도 40대로 어느 댁의 귀한 대들보였을 것이다. 100% 막을 수 있었던 '인재'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 언론과 관계당국들의 무관심과 무지 등 대한민국의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시스템을 생각하면 그 날은 참으로 요원해 보인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내가 뉴스에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