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커피, 즉 에스프레소는 그들에게 생활필수품이다. 그래서인지 가격도 무척 싸다. 그들의 전형적인 관습인 ‘바에 서서 마시는’ 알 방코(Al banco)로 주문할 경우 한 잔에 1유로 내외면 충분하다. 우리 개념으로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면 맛있는 커피를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최고급 카페나 흔히 ‘바르(Bar)'로 불리는 골목 안의 커피점이나 가격이 똑같다는 거다. 담배와 신문, 버스카드를 함께 파는 동네매점 타바키(Tabacchi)에서는 0.7~0.8유로를 받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잔뜩 몰리는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최고급 카페들에서는 알 방코라도 2.5유로를 받는 곳이 있다. 그러나 대개는 한 잔에 1유로다. 밀라노의 도도한 코바(Cova) 카페에서 슈퍼모델들과 함께 서서 커피를 마셔도, 피렌체 뒷골목의 매점 바르에서 할아버지들과 섞여 한잔을 마셔도 다들 가격은 ‘딱 1유로’다.
이쯤 되면 이탈리아의 커피는 뭔가 특별하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수요와 공급, 품질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자본주의 불변의 약속과는 전혀 관계없는 지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그건 이탈리아에서 카페란 하나의 공공재이며, 커뮤니티에 가장 중요한 아날로그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카페에 들어와 1유로를 내면 평등하게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 커피에 관해서는 빈부와 지역, 인종간의 차별이 있을 리 없으니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공간이 이탈리아의 카페(바르)가 아닐까.
카페 소스페소를 실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계산대에서 카페 소스페소를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2잔이 계산된 영수증을 받는다. 바리스타가 내주는 한 잔을 맛있게 마신 뒤 계산서에 ‘Caffe sospeso'라고 크게 써서 카운터에 붙여놓으면 된다. 그 덕분에 우리 뒤에 이곳을 찾는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커피 한잔을 즐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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