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8-16
수넴 여인의 믿음 / 이정우목사
오늘은 은급주일로 지키는 주일입니다. 은급주일은 평생을 감리교회 목회를 위해서 헌신하셨던 은퇴 목회자 부부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 교단 적으로 관심을 갖고 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주일입니다.
이 은급주일은 1914년 6월 제7회 미국 북 감리회 연회에서 상동교회를 담임했던 고 전덕기 목사 유가족과 당시 미 파송 중이던 권신일 목사에게 매월 15원씩 생활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 감리교 은급사업의 효시라고 할 수 있으며, 1930년 12월 남,북 감리교회 합동총회에서 그동안의 은급제도를 그대로 수용키로 결의함으로써 점차 뿌리를 내리기 시작되게 되었고, 지금과 같은 은급제도의 시행은 1983년 제15회 총회 특별총회에서 교역자 은급규정이 통과됨으로 1984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게 된 것으로, 타 교단에 비해서 월등히 일찍 시작된 우리 감리교회의 자랑스럽고 은혜로운 전통입니다.
사실, 목회자들은 젊은 나이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주님의 몸인 교회와 양 무리인 성도들을 돌보는 일을 위해서 구별되어 평생을 헌신하다 보니까 정작 자신이 나이가 들어서 목회 현장을 떠나야 할 때가 되면 늙은 부부의 몸을 편안히 누일만한 방 한 칸이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모아 놓은 돈도 없이 아무런 대책도 없는 가운데 외롭고 쓸쓸하게 여생을 보내야만 했던 것이 불과 20여 년 전의 우리 감리교 은퇴 목회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인 2월 6일부터 우리 기독교의 중요한 절기 가운데 하나인 사순절기가 시작됩니다. 이 사순절은 부활주일을 앞둔 40일 전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절기로, 모든 사람들을 죄에서 구원하시고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셔서 친히 대속제물이 되심으로 십자가상에서 고난과 죽음을 당하신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의 놀라운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고 묵상하면서 경건하게 보냄으로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절기입니다.
온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시고자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서 물과 피를 다 쏟으심으로 그리스도로서의 사명을 완수하신 예수님은 그의 십자가에서 흘린 피의 공로로 세워진 주님의 몸인 교회와 교회를 통해서 구원의 자리로 부르심을 받은 거룩한 공동체인 성도들을 돌보는 일을 제자들에게 위임하셨는데, 그 돌봄의 거룩한 사명은 오늘 목회자들에게도 똑같은 의미와 무게로 맡겨진 것을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이 땅의 모든 목회자들은 온 인류의 구원이라고 하는 하나님의 거룩한 소원을 이루어 드리고자 기꺼이 십자가를 지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이어받은 주님의 종들인 것이며, 그들은 목자 장이신 주님께서 맡기신 주님의 몸인 교회와 주님의 양 무리인 성도들을 돌보고 인도하는 일을 평생의 사명으로 알고서 온 삶을 드려 헌신함으로 그 사명을 감당해 가는 오늘의 작은 목자들인 것입니다.
양을 돌보는 목자의 삶이 험하고 거친 산과 들을 헤매며 견뎌야 하는 생활이듯이 오늘 주님의 양 무리를 돌보는 영적인 목자인 목회자의 삶 또한 목자 장 되신 주님께서 가셨던 그 길처럼 말할 수 없이 거칠고 험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기에 법궤를 실은 수레를 끌고 젖을 물려야 할 송아지를 뒤에 둔 채로 벧세메스를 향해서 울면서 곧장 그 길을 갔던 두 마리 암소처럼 울면서라도 그 길을 가고 있음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이 땅에 감리교회가 세워지고 감리교 목회자들에 의해서 구원의 복음이 전해지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24년 전인 1884년 맥클레이 선교사가 내한하여 고종황제의 윤허를 받아 의료선교와 교육 사업을 시작하게 됨으로 기초를 놓게 되었고 그 이듬해인 1885년 아펜젤러 선교사 부부가 내한함으로 본격적인 선교 사역이 전개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 땅의 감리교회는 지난 124년의 세월이 흘러오는 동안에 전국에 5천 5백여 교회, 153만 명가량의 성도를 가진 교회로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한국 감리교회가 이렇게 성장하며 부흥의 역사를 만들어 오기까지는 지난 세월 동안 많은 목회자들이 목회자로 부름을 받고는 주님의 몸인 교회와 양 무리인 성도들을 위해서 정말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며 섬겨왔기 때문인 줄로 믿습니다. 물론 함께 눈물과 땀과 피를 흘려가면서 신앙을 지키고 교회를 지켜온 많은 성도들의 동역과 사랑의 섬김이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이 그렇게 헌신할 수 있었음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감리교회가 이 만큼 성장하고 부흥하게 된 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그동안 감리교회를 섬겨왔던 수많은 목회자들의 산고의 고통과 돌봄을 위한 헌신의 결정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은 오늘 우리 감리교회의 현실을 돌아보면 평생을 감리교회를 위해서 헌신한 목회자들이 연세가 많이 들었다고 해서 교회와 성도들로부터 천대를 받고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교회를 떠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서 헌신해왔고 또 헌신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배척당하고 인간적인 아픔을 겪게 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한 문제가 되느냐 하면 이것은 단순히 인간적인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영적인 문제요 교회의 건강함과 은혜로운 부흥과 성장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하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아주 치명적으로 저해하는 문제가 된다는데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주님의 몸된 교회를 돌보고 양 무리를 인도하도록 위임받아서 그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사명자인 목회자를 천대하는 교회나 개인은 결단코 하나님 앞에서 은혜와 복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월요일에 어머님의 시신을 기증했던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으로부터 그동안 모든 연구가 종결되어서 어머님의 장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 화장을 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서 엊그제 목요일 날 약속한 시간에 대전 시립 화장장에 가서 어머님의 시신을 화장하는 절차를 치르고 왔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지가 벌써 2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동안 병원에 계시다는 생각 때문에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그렇게 슬프거나 힘들지 않았는데 막상 화장을 하게 되니까 몹시도 허전하고 속상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화장 절차를 마치고 약 1시간 거리에 계시는 아버님을 뵈러 가는데 운전하고 가는 동안 내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우리 어머님은 못난 자식을 사람 구실하면서 살아가도록 만드시기 위해서 한 평생 갖은 고생을 하시다가 마지막 가시는 길 한줌의 재로 변하신 것을 생각하니까 얼마나 안타깝고 죄송하고 그립던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4살이 다 되도록 양쪽 다리가 심한 소아마비에 걸려서 일어서지도 못하는 것을 보시고는 없는 살림에 그 아들의 소아마비를 고치시기 위해서 어린 아들을 들쳐 업고서 용하다는 의사를 다 찾아다니시고 좋다는 약재를 다 구해시다가 해 먹이셔서는 결국 건강하게 만드시느라고 당신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고단하였을까를 생각하니까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찾아왔습니다.
어머님의 허리는 유난히도 많이 굽어 있었는데 저를 이렇게 길러내시느라고 온갖 굳은 일을 다 하셨기에 그렇게 허리가 많이 굽으셨구나 생각하니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시고 떠나신 어머님을 살아생전 목회한다는 핑계로 마음 놓고 즐기실 수 있도록 변변한 음식 대접 한번, 좋은 옷 한 벌 제대로 해 드리지 못한 것이 지울 수 없는 가슴의 아픔으로 남았습니다. 어머님의 평생의 헌신과 희생으로 오늘 제가 이렇게 여기 서 있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의 제가 어머님의 평생의 헌신과 희생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듯이 오늘 우리 한국 감리교회가 이만큼의 부흥과 성장을 이루게 된 것이 지난 세월 힘들고 어려웠던 세월에도 불구하고 맣은 목회자들이 한국 감리교회를 위해서 온 몸을 바쳐 헌신하시고 희생하심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 말씀인 열왕기하 4장 8절-16절까지의 말씀은 스승인 엘리야의 뒤를 이은 엘리사 선지자가 활동하던 시대에 수넴에 살고 있었던 한 귀한 여인의 믿음과 그 믿음의 결과로 그에게 임하게 된 축복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말씀입니다. 이 본문에 등장하는 이 수넴 여인의 믿음이 특히 돋보이게 된 것은 그 당시 이스라엘의 영적인 분위기가 아합 왕 이후에 등장한 왕들이 하나같이 우상숭배를 일삼고 백성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우상숭배에 빠져있었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이 수넴 여인의 믿음 가운데 특히 오늘 은급주일로 지키는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 수넴 여인이 하나님의 종인 엘리사 선지자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본문 9절-10절 말씀을 보면 이 수넴 여인의 믿음이 잘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엘리사 선지자를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으로 볼 줄 아는 믿음의 눈을 가지고 있었으며, 하나님의 사람을 선대할 줄 아는 믿음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대단히 중요한 줄로 믿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목회자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므로 그를 선대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또한 중요한데 이 둘은 늘 같이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수넴 여인은 참으로 귀하게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우상숭배에 빠져서 하나님을 멀리하던 그 시대에 그런 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믿음대로 행동한 결과 그는 그토록 소망하던 아들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받게 된 사실이 오늘 본문 말씀에 이어지는 말씀 가운데 기록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 여인이 이런 귀한 복을 받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마태복음 10장 41절에서 주님은 “선지자의 이름으로 선지자를 영접하는 자는 선지자의 상을 받을 것이요” 라고 약속하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은급주일로 지키는 여러분들에게 성경은 이렇게 권면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6장 6절-7절 말씀에서 “가르침을 받는 자는 말씀을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 하라.”고 권면하고 있으며, 또한 히브리서 기자는 히브리서 13장 17절에서 “너희를 인도하는 자들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라. 그들은 너희 영혼을 위하여 경성하기를 자신들이 청산할 자인 것같이 하느니라. 그들로 하여금 즐거움으로 이것을 하게하고 근심으로 하게 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유익이 없느니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이 권면의 말씀이 오늘 아침 여러분 모두에게 살아계신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려져서 수넴 여인처럼 귀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심으로 하나님의 복을 받아 누리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