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386)... 魔王 신해철의 腸협착증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장(腸) 유착ㆍ협착ㆍ폐색
호주 시드니대학교 디에나 케니 교수(심리학)가 195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60여년간 사망한 세계의 팝 뮤지션 1만2665명의 수명과 사망 원인 등을 조사한 결과 팝 뮤지션들의 수명이 일반인보다 15년 이상 짧고, 자살 같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확률도 2배에서 7배까지 높다는 연구 결과를 ‘컨버세이션’ 학술지에 최근 발표했다.
케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50년대 미국인 남성 평균수명이 65세인 데 반해 당시 팝 뮤지션들의 수명은 50세를 겨우 넘었다. 2010년에도 이들의 평균 수명은 60세 정도로 일반인 75세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팝 뮤지션들의 죽음과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가설(假說)은 27세에 요절(夭折)한 유명 뮤지션들이 유독 많아 이른바 ‘27세 클럽’이다.
‘마왕(魔王)’이란 별명을 좋아했던 싱어송라이터(singer-song writer) 신해철(申海澈ㆍ1968년 서울 출생)이 46세를 일기로 지난 10월 27일 사망하였다. 신해철은 고등학교 학생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하였으며, 서강대학교 철학과 재학 중이던 1988년 밴드 ‘무한궤도’를 결성하여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로 대상을 수상했다. 댄스와 발라드 음악이 주류였던 당시 대중음악계에 록 음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신해철은 히트곡을 많이 발표한 작곡가(作曲家) 겸 가수(歌手)이지만, 사랑노래가 아닌 사회비판적인 내용의 가사를 많이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TV와 라디오에서 독설(毒舌)로 이름났고, 인터뷰 준비를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달변(達辯)이었다.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는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선거유세에도 직접 참여하였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제16대, 2003.2.25-2008.2.24) 취임 이듬해인 2004년 문화부 장관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신해철은 10월 17일 복통(腹痛)을 호소해 서울 송파구 소재 스카이병원에서 ‘장(腸) 유착’ 수술을 받은 뒤 지속적으로 가슴과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입ㆍ퇴원을 반복했다. 그리고 22일 새벽에 가슴과 배의 통증으로 네 번째 입원을 했고, 이날 오후 심정지(心停止)가 왔다. 심폐소생술(心肺蘇生術)을 하며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27일 오후에 사망하였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신씨가 병원 도착 당시 폐혈성 쇼크로 의식이 없었으며, 동공(瞳孔)은 풀려 있었다. 또한 복막염(腹膜炎)이 매우 심했고, 염증 물질이 배와 가슴을 가르는 막인 횡격막을 뚫고 올라가 심장에 염증을 야기했으며, 심정지가 온 이유가 그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故)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알려진 뒤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1만6천여명에 달하였으며, 특히 90년대 청춘의 의식과 감성을 견인한 3040세대의 뜨거운 추모가 이어졌다. 신해철의 죽음은 하나의 사회 현상처럼 들끓었다. 가요계에서도 한 가수의 죽음이 이같이 뜨거운 조문 행렬과 비통함을 토로하는 모습은 처음이라고 한다. 영결식은 동료 연예인들과 팬들의 애도(哀悼)속에 31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가톨릭식으로 열렸다.
신해철의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는 “신해철씨가 장(腸)협착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경과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으며, 유족과 상의한 결과 고인이 수술을 받았던 서울스카이병원을 상대로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한편 병원 측은 지난 24일 의료 사고 소문에 대해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신해철씨가 장 협착증 수술 등을 받았던 서울 송파구 소재 서울스카이병원을 11월 1일 압수수색했으며, 압수한 의료기록을 분석한 뒤 병원 관계자를 소환할 예정이다. 또한 경찰은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신씨의 부검(剖檢)을 의뢰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에 안치돼 있던 고인(故人)의 시신(屍身)은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져 11월 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4시간 30분간 부검이 진행됐다. 통상 부검은 2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신씨의 사망 원인을 꼼꼼히 살피기 위해 2시간 이상 길어졌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1차 부검 결과 브리핑에서 “법의학(法醫學)적 사인(死因)은 복막염(腹膜炎) 및 심낭염(心囊炎)에 따른 패혈증(敗血症)으로 우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CT 결과 등을 이번 부검 결과와 종합하여 최종 소견을 낼 예정이다.
장(腸)과 장이 서로 들러붙은 상태를 ‘장유착(癒着)’이라 하며, 장이 좁아지면 ‘장협착(狹窄)’, 그리고 완전히 막히면 ‘장폐쇄(閉鎖)’가 된다. 장유착(腸癒着ㆍIntestine adhesion)이란 장과 장, 장과 복막은 서로 분리되어 있어야 하는데 어떤 요인에 의하여 조직이 섬유소나 섬유조직과 연결되어 붙어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장유착은 대개 복막염, 장파열, 복강내 장염증, 허혈성 장질환 등 복강내 염증성 질환 및 복강내 장기를 수술한 후의 합병증으로 생긴다. 장유착의 주요 증상은 소화불량, 복통, 구토, 변비, 장운동 항진, 복부팽만 등이다. 복부 수술 후 소화장애, 복부 불편감, 구토 증상과 함께 가스 배출이 안 될 경우 장유착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진단은 복부 엑스선 촬영, 소장 조영술, 대장 조영술,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CT) 등을 통하여 막힌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장유착이 의심되면 금식(禁食)하면서 레빈 튜브(비위관)를 콧구명을 통하여 삽입하고 위(胃)에 쌓이는 분비물이나 액체 등을 바깥으로 배출시킨다. 구토가 심할 경우에는 수액과 전해질(電解質)을 보충하면서 관찰한다. 장유착 증상이 만성적으로 반복되거나 복통이 수시간 지속되는 경우, 수액치료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유착된 장을 풀어주거나 절제하는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장협착증(腸狹窄症)이란 장의 일부가 막혀 통로가 좁아지는 증상이며, 주로 장 관련 외과수술을 받은 사람에게 발병한다. 증상은 속이 더부룩하고 복통이 발생하며 구토와 변비 등과 함께 장에서 소리가 난다. 또한 강한 통증에 의한 진땀과 창백한 얼굴, 두통, 현기증, 불면증 등이 생긴다.
급성(急性) 장협착증의 경우, 구역질과 구토, 복통, 설사 등으로 기운이 없어지고, 심하면 근육의 경련과 두통을 호소하며, 구토물이나 설사에 혈액이나 점액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만성(慢性)인 경우에는 뱃속이 더부룩하여 몸이 무겁고 아픈 것은 물론이며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장협착증은 반복해서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과식을 피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 섭취, 운동 등을 실천해야 한다. 장협착증이 풀리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한다.
장페색증(腸閉塞症ㆍIntestinal obstruction)이란 소장이나 대장의 일부가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막혀서 장의 내용물(음식물, 소화액, 가스)이 빠져나가지 못하여, 배변과 가스가 장내에 축적되어 장애를 일으키는 증상이다.
장폐색의 원인은 장관(腸管)이 기계적으로 막힌 경우와 장관의 운동이 마비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장관이 기계적으로 막히는 경우는 장의 통과 장애가 일어나서 발생한다. 즉 개복수술 후 장의 유착, 대장암(大腸癌), 탈장(脫腸), 장중첩, 장관의 일부가 꼬여 매듭을 이룬 경우 등이다.
장관의 운동이 마비된 경우는 장 이외의 장소에서 일어난 장애의 영향을 받아 장기능이 저하되어 발생한다. 위 또는 십이지장 궤양의 천공(穿孔) 등으로 급성 복막염(腹膜炎)이 생긴 경우, 급성 췌장염(膵臟炎), 급성 담낭염(膽囊炎), 복부외상 등으로 복막에 심한 자극이 생긴 경우, 복부 수술을 시행한 직후 과량의 장기능 억제제를 사용한 경우 등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과 구토이다. 장중첩이 원인이 되는 장폐색일 때에는 혈변(血便)이 나오기도 한다. 소화 흡수 장애에 의한 수분과 전해질의 불균형에 의해 탈수, 빈맥(頻脈), 저혈압이 나타난다. 진단은 환자를 세워 둔 상태에서 찍은 복부 X선 사진에 가스와 액체가 같이 있을 때 장폐색증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장폐색의 원인을 확실히 진단하기 위해서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내시경검사, 복부 CT 등을 실시할 수 있다.
장폐색이 진행되면 위장관, 췌장에서 분비된 소화액(消化液)이 장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장내에서 머물게 되어 수분 및 전해질 결핍을 초래하여 쇼크 상태가 일어난다. 또한 장내압이 높아지면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장점막(腸粘膜)의 괴사를 일으켜 천공을 만들 수도 있다.
치료는 금식을 하면서 수분, 전해질, 영양분을 공급하는 내과적인 요법을 실시한다. 또한 레빈튜브를 코를 통해 위장까지 삽입하여 가스와 장 내용물을 흡입하는 감압법을 2-3일 정도 실시한다. 장폐색은 대부분의 경우 감압법과 수액 공급으로 환자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내과적 치료로 효과가 없는 기계적인 폐색의 경우 또는 급격한 증상 악화로 쇼크를 일으켜 사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응급수술을 실시하여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386). 2014.11.5. www.nandal.net www.ptc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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