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나이가 들수록 찾는 이들이 많은 사람의 특징
어느 고등학생 아들이 오토바이를 훔쳐서 경찰에 잡혔다. 아버지는 피해자 가족을 만나 합의금을 주고 경찰서에서 아들을 데려왔다.
근처 식당에서 마주한 아들에게 아버지가 다짜고짜 물었다.
"오토바이 훔치고 싶어서 훔쳤어?"
"아니요."
"호기심에 훔쳤지?"
"예."
"앞으로는 훔치고 싶을 때 훔쳐. 알았어?"
고개를 푹 숙인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국 식어. 얼른 먹어."
그 후 아들은 다시는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리고 커서는 도둑을 잡는 경찰이 되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사춘기 아들이 지금 가진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아가 아들을 향한 변하지 않는 믿음을 표현할 수 있는 아버지가 얼마나 될까.
아버지의 말투는 직설적이고 거칠어 보이나 관대한 마음으로 아들을 대했다.
아버지가 관대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는 똑같이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이며 그래서 실수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대함은 겉으로 드러난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자식에게 여유로워지려면 나에게 먼저 관대해야 한다.
그러면 자식에게 가장 좋은 부모와 좋지 않은 부모는 어떤 유형일까.
최악의 부모는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부모일 수 있다.
부모가 똑똑하면 자식 역시 나처럼 똑똑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가 똑똑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부모에게 미움과 구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부모가 부지런하거나 성실하면 자식이 굼뜨거나 대충 하는 것을 넘기지 못한다.
아이에게 잔소리와 한심하다는 소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남에게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부모가 자식에게 최고의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역시 자신처럼 그러기를 바라지 않으면 된다.
자녀는 자신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자식을 대하면 자식은 자기 자신으로 살수 있으니 부모에게 고마워한다.
나아가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부모를 존경하게 되니 그들은 최고의 부모가 된다.
즉 최악의 부모와 최고의 부모를 가르는 것은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특성이 아니다.
자신의 미덕을 자식에게 요구하느냐 요구하지 않느냐에 있다.
요구하는 부모는 통제하는 부모이며 요구하지 않는 부모는 관대한 부모다.
통제는 폭력의 주된 특징이고 관대는 비폭력의 주된 특징이다.
가족 상담이란 과목을 강의할 때 나는 학생들에게 과제나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학기말 보고서에 자기가 문제를 내고 스스로 답을 쓰고 발표하게 한다.
문제는 자기 인생 최대의 고민을, 답은 다섯 줄로만 작성해야 한다.
가장 재미있는 보고서는 '우리 가족은 왜 밥을 따로 먹을까?'라는 보고서였다.
{우리 네 식구는 30년 동안 다 같이 모여 밥을 먹은 적이 별로 없다. 어쩌다 다 같이 밥을 먹으면 엄마는 "모두 함께 밥을 먹으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 그러면 동생은 "꼭 모여서 밥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왜 그런 말을 해?"라고 말하고, 나는 이렇게 말한다. "밥을 같이 안 먹어도 사이는 좋잖아." 아빠는 침묵한다. 각자 생각이 달라서 그럴까?}
학생이 보고서를 소리 내어 읽는 내내 모두 유쾌하게 웃었다.
글은 짧았지만 글 속의 가족은 관대한 가족이었다.
누구도 밥 먹는 것으로 남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었다.
만약 누구 한 사람이 밥 먹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면 무려 30년간 밥 먹는 일로 이렇게 평화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이 가정에서 엄마는 가장 관대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함께 밥 먹기를 좋아하면서도 남편과 아이들의 마음과 사정을 헤아려 같이 밥을 먹자고 통제하지 않았다는 건 대단한 관대함이다.
학생에게 부모님은 어떤 분이시냐고 물었다.
"우리 부모님은 식사든 무엇이든 강요하지 않으세요. 부모님보다 우리가 먼저 밥을 먹어도 뭐라 하지 않아요. 그런데 동생은 집에 오면 "아빠는 왔어?", "언니 밥은 먹었어?"라고 이야기해요.
부모는 관대한 태도로 가족 구성원 모두 각자 자기 모습으 로 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또 자식이 먼저 먹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세상 기준에 연연하지 않는 유연함도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란 자녀는 자연스럽게 가족을 생각하고 챙기는 따뜻한 아이가 되어 아빠가 왔는지를 궁금해하고 언니가 밥은 먹었는지 챙기려 한다.
건강한 가족의 좋은 모델이다.
부모가 관대하면 자식도 타인에게 관대한 사람이 되지만 부모가 통제하면 자식은 타인에게 반발하고 타인을 통제하는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자식에게 관대한 부모와 자식을 통제하는 부모를 가르는 특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에게 관대한지 통제적인지에 달렸다.
자신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타인에게 관대하며 자신의 실수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이 타인에게 너그럽다.
비단 부모 자식 관계만 통제와 관대함의 이치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부부, 형제, 친척 관계를 넘어 모든 대인 관계에 적용된다.
자신과 타인을 통제하려는 사람은 노년에 외로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이 머지않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와 타인에게 관대한 사람은 노년 생활이 풍요로워질 것이라 예상해도 좋다.
멀고 가까운 사람들이 틈날 때마다 와서 같이 차 마시고 밥을 먹자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관대한 태도는 자신과 남을 살리는 약이다.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중에서
이서원 지음
첫댓글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라는 말이 생각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