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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신무>는 무당이 신들린 춤을 춘다는 뜻으로 조선 말기에 유행했던 민간의 굿하는 장면을 그렸다.
붉은 옷을 입은 무녀와 여인들이 마당에 옹기종기 앉아있고 담 너머에서 한 사내가 여인을 훔쳐보고 있다
가운데 앉은 여인 앞 소반위에 흰 쌀이 담겨 있고 여인은 두 손을 모아 빌고 있다.
노랑저고리를 입은 소녀는 턱을 괴고 무당의 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뒤에 쓰개치마를 입은 여인은 돌담 밖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춤추는 무녀 한 명과 피리 불고, 장구 치는 박수무당이 한 명씩이다.
보통 여러 명의 악공으로 이루어지는데, 제물이나 참가한 사람의 수로 보아 작은 굿으로 보인다.
무녀는 주름진 붉은 철릭을 입고 있어 그 화려함이 돋보이고 왼손에 든 부채에는 산수화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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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좋은 계절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홍역의 절기다.
행랑아범의 세살 난 외아들이 홍역을 앓아 몸은 불덩이처럼 끓고 얼굴엔 홍반이 새빨간 앵두를 쏟아부은 듯이 솟아올랐다.
행랑아범은 금방 길어 온 찬 우물물을 연방 수건에 적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외아들의 얼굴에 얹어 열을 식히고, 마누라는 두 손바닥이 닳도록 호구 별성마마에게 빌고 또 빌었다.
사람들은 아이가 홍역에 걸리면 ‘호구 별성마마’가 그 집 아이를 잡아갈지 살려 둘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신(神)이라 믿어 소반에 정화수를 떠 놓고 애걸복걸 우리 아이 살려 달라고 매달리는 것이다.
아이가 홍역을 치를 때면 식구들은 몸을 깨끗이 하고 언행을 조심하고 상서롭지 못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아야 한다.
엿새가 지나자 홍역 앓던 아이는 많이 좋아져 죽도 받아먹고 말도 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어미는 방구석에서 밤늦도록 호구 별성마마께 비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이는 잠들고 행랑아범은 벽에 기대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마누라를 쳐다봤다.
팔꿈치와 두 손을 동시에 방바닥에 대고 정화수 앞에서 엎드리자니 마누라의 엉덩이는 저절로 추켜올려져 쪼개진 곡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행랑아범이 엉금엉금 기어 정화수 소반 앞에 엎드리더니
“호구 별성마마님~
제 나이 이제 스물일곱, 매일밤 빠뜨리지 않던 방사(房事)를 엿새나 못해 죽을 지경입니다.
우리 아이 살려 준 김에 소인도 좀 살려 주십시오.”
말을 마치자마자 마누라를 안고 쓰러져 치마를 올렸다.
“이 양반이 미쳤어!
이 양반이….”
마누라가 행랑아범의 가슴을 쳤지만 역부족, 꼼짝없이 깔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날벼락이 치고 나자 행랑아범은 나무토막처럼 방바닥에 떨어지고 마누라는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는데,
“네 이 연놈들아.
너희 아들이 성할 줄 아느냐!”
음습한 목소리가 깔려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마누라가 길가로 난 자그마한 들창을 열고 밖을 보니 갓을 눌러쓰고 얼굴엔 검은 점이 수없이 박힌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이 교교히 달빛을 받고 서서 섬뜩한 냉기를 뿜고 있는 게 아닌가!
“다, 다, 당신은 누구요?”
“나는 호구 별성마마가 보낸 사자다.”
겁 많은 행랑아범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떠는데 마누라는 밖으로 나가 사자의 검은 두루마기 자락을 잡았다.
“사자 나리~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나를 따라오너라.
호구 별성마마가 용바위 아래서 기다리신다.
내가 본 대로 말씀 드리고 나면 심판은 별성마마가 하실 거다.”
사자가 성큼성큼 걸어가고 행랑아범 마누라는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며
“사자 나리~
원하시는 건 무엇이든 할테니 별성마마께 말씀 드릴 때 저희들의 불경스러운 일은 일러바치지 말아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나리.”
검은 사자가 걸음을 멈추고
“음~”
생각에 잠기더니 행랑아범 마누라의 손목을 잡고 물레방앗간 속으로 들어갔다.
별성마마가 보냈다는 사자라는 작자는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 노름꾼이다.
때를 탈까 봐 항상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다니며, 이날도 노름판이 파하고 나서 그 집 앞길을 지나다 밤늦게 비는 소리를 듣고 들창문을 들여다보고는 굴뚝에서 꺼낸 검댕을 얼굴에 찍어 바른 후 그 수작을 부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