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을 가다 - 부에노스아이레스 산텔모 시장 골동품과 축제가 어우러진 축제의 공간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12. 24.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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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장을 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산텔모 시장
골동품과 축제가 어우러진 축제의 공간
산텔모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장 유서 깊은 지역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산텔모
산텔모, 정확히 말하면 뱃사람의 수호신 성 베드로의 이름을 딴 ‘산페드로 곤살레스 텔모(San Pedro Gónzalez Telmo)’는 면적 1.3㎢의 작은 구역으로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이다.
17세기에 벽돌공이나 부두 노동자들이 살던 곳으로 일찍부터 제분공장, 벽돌제조 가마, 물품보관 창고들이 있었다. 특히 아르헨티나에 목축업이 성행하면서 양모나 가죽, 가죽제품을 보관하는 창고가 즐비했었다. 아르헨티나 최초의 산업 발흥 지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지역에 공장들이 많이 생기면서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대거 유입되어 노동을 했다.
고원이면서 좁은 골짜기에 위치해 있어 일찍부터 소외된 이 지역은 1708년이 되어서야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속하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던 이곳을 주목한 예수회는 일찌감치 교회와 교육기관을 세우고 구제사업을 펼쳤다.
그러나 1767년 스페인 왕실의 방침에 따라 예수회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추방되면서 이들 역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물러갔다. 1816년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자 산텔모는 한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이후 이 지역에 남아 있던 것이라곤 흑인들로 구성된 아르헨티나군 보병대의 병영과 독재자 로사스(Juan Manuel de Rosas, 1793~1877)의 비밀경찰조직이던 ‘마소르카(Mazorca)’의 지하감옥뿐으로, 산텔모는 이후 30년간 외부세계와 철저하게 단절된 공간이었다.
산텔모가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1852년 로사스가 권좌에서 쫓겨나고 신생국가 아르헨티나가 탄생하면서부터였다. 근대화의 기치에 따라 이곳에 도로와 상하수도가 건설되고 병원이 세워졌으며, 가스, 전기가 공급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산텔모 시장(Mercado de San Telmo)이 건립되고, 주거지와 상가 건물이 세워지는 등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창 번영하던 산텔모는 1871년 황열병이 덮치면서 폐허로 바뀌고 만다. 만여 명 이상이 숨졌고, 이곳에 들어와 부를 축적했던 중산층은 산텔모 북쪽으로 이주했다.
이렇게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수많은 집과 건물이 텅텅 비게 되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정부는 대대적인 도시계획을 시작했다. 국립역사박물관을 세우고, 프랑스의 도시공학자였던 샤를 타이에 의뢰해 박물관 옆자리에 공원을 조성했는데 ‘레사마 공원’이 바로 그것이다.
산텔모는 유럽 이민들로 인해 코스모폴리탄 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신생 공화국 아르헨티나는 19세기 말 인구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유럽에서 많은 이민들이 몰려왔다. 1870년 당시 아르헨티나의 총인구는 200만 명이었는데 10년 후인 1880년에서 1900년 사이에 약 300만 명의 이민들이 이주했다.
1900년에는 160만 명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구 중 1/3이 외국인이었다. ‘엄마 찾아 3만리’의 마르코 엄마가 이탈리아를 떠나 돈을 벌러 간 곳도 아르헨티나였다. 이렇게 유럽에서 밀려오는 이민들을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는 부자들의 옛 저택을 부수고 그 자리에 서민용 아파트를 많이 건설했다.
19세기 말 산텔모에 정주한 유럽 이민자 가족들의 모습
그렇게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이민들의 집단 거주지가 형성되면서 산텔모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문화의 민족들이 한데 모여 사는 중심지로 바뀌게 된다. 특히 러시아 이민들이 산텔모에 대거 유입되면서 1901년에 최초의 러시아 정교회 교회가 이곳에 세워졌다. 한편, 독일에서 온 유태인 이민들은 주로 산텔모 서쪽 지역에 거주했고, 이들에 의해 기술학교나 산업시설이 많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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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01년 러시아 이민들이 산텔모에 세운 그리스 정교회 교회. 앞의 공원은 레사마 공원이다. <출처: (cc) Leandro Kibisz at wikimedia.org> 2 1734년 예수회가 세운 산텔모 성당. 1942년 국립역사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출처: es.wikipedi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