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서관 - 2013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세계 최대의 도서전, 그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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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2.25. 12:45조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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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도서관
2013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세계 최대의 도서전, 그 현장을 가다
해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 열린다. 한국은 1961년부터 해마다 참가하고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오면, 전 세계 출판인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몰려든다. 내가 만든 책을 알리고 다른 이들이 만들 책을 보기 위해서다. ‘앞으로 만들 책’ 제안서와 계약도 주고받는다.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도서 박람회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The Frankfurt Book Fair)’이 올해로 65회를 맞았다. 2013년 10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 동안 열린 도서전에는 전 세계 10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온 출판인들이 7,300개의 전시관을 차렸고, 27만 6,000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전 세계 저작권 계약의 25%가 체결된다”는 명성은 옛 이야기가 됐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계 최대의 도서전다운 위용을 자랑했다.
도서전 기간 내내 프랑크푸르트는 춥고 비바람 부는 날이 많았다. 저마다 두꺼운 외투를 챙겨입은 사람들은 그러나 1~8홀까지 펼쳐진 드넓은 박람회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 옷 보관소에 외투를 맡긴 채 가벼운 차림과 표정으로 도서전을 즐겼다. 가끔씩 구름이 걷히고 박람회장 앞마당에 햇살이 비추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맥주를 마셨다. 책과 낭만이 있는 기간이었다.
주빈국 브라질, 한국은 만화 내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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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관 3홀에 설치된 만화관 전경.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만화(Manhwa)’라는 우리말을 영문으로 그대로 살려 홍보했다. 2 한국 만화관 맞은편에는 일본 ‘망가’ 소개 부스가 차려졌다. |
올해의 주빈국은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은 150여 개의 출판사가 참가한 단체관을 꾸렸다. 규모는 컸지만 브라질 대표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가 참석하지 않아 김이 조금 빠졌다. 대신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내는 전 세계 출판사들이 모이는 행사가 열렸고, ‘파울로 코엘료 홍보 버스’가 도서전 기간 동안 시내를 돌아다녔다. 독일 축구연맹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축구 관련 도서와 미디어 전시, 브라질의 축구와 문학 작품 소개 등의 행사도 진행했다.
1~8홀까지 차려진 도서전에서 한국은 3홀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한국 공동관’을, 4홀에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한국관’을 설치했다. 한국 공동관은 만화관과 웹툰관을 따로 만들어 운영했다. ‘만화(Manhwa)’는 우리말을 영문으로 그대로 살려 홍보했는데, 전시관을 찾은 유럽인들을 포함한 만화팬들은 이미 일본이 먼저 알린 ‘망가(MANGA)’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쓰고 있었다. 실제 한국 만화관 맞은편이 일본의 ‘망가’ 소개 부스였다.
만화관을 꾸린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9편의 만화를 ‘만화 원작 디렉토리’로 선정했다. <미생>(윤태호 작가), <파페포포>(심승현 작가), <플라이 하이>(문지훈 작가), <닥터 프로스트>(이종범 작가), <패션왕>(기안84 작가) 등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 네이트 연재물과 출판물이 섞여 있었다.
출협이 차린 한국관은 ‘이웃’이라는 열쇳말로 ‘주제가 있는 그림책’ 전시를 했다. 공동 참가사로는 교원, 사회 평론의 영어 교재 브랜드 브릭스 에듀케이션, 아가월드, 도서출판 북극곰, 한솔교육 등 어린이·교육 출판사가 대다수여서 ‘유아교육전’을 방불케 했다. <와이(WHY)>시리즈로 유명한 예림당, 유아 도서 전문인 애플비 등 22개사는 따로 전시관을 차렸다.
웹툰에 쏠린 눈, “한국의 신기한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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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웹툰관에 몰려든 관람객들. 5일 동안 2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웹툰관을 찾았다. 2 어린 관람객들이 한국에서 온 신기한 만화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 |
3홀에 마련된 ‘키즈’와 ‘코믹스’ 코너 안에서도 한국의 만화관, 특히 웹툰관은 눈에 띄였다. 지하철이나 버스, 길거리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강점을 내세워 벤치 형식의 의자 디자인으로 부스를 꾸민 점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부스 안에 준비된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시로 만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대부분 ‘웹툰(웹+카툰)’을 ‘한국에서 온 신기한 만화’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방문객들은 손끝이 닿을 때마다 바뀌는 화려한 웹툰 화면에 큰 관심을 보였다. 태블릿 피시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도 단순히 만화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며 보는 스크롤 방식이 아닌 터치하는 순간 다양한 방식으로 화면이 전환되고 효과음까지 나는 ‘진화한 웹툰’을 경험할 수 있었다. <노블레스>, <신의 탑> 같은 판타지 만화부터 <닥터 프로스트>, <미생> 같은 선 굵은 드라마, <파페포포>처럼 아기자기한 일상을 담은 ‘생활툰’까지 20여 개의 작품이 영문으로 번역돼 세계 출판인들을 맞이했다. 5일 동안 웹툰관은 2만 명 넘는 관람객이 찾았고 40여개 출판사가 판권 상담을 했다.
성실히 준비한 웹툰 관련 행사도 눈길을 끌었다. 행사 둘째 날인 10일 오후 ‘2013 만화 원작 쇼케이스’라는 행사명으로 6홀인 아시아포럼관에서 웹툰 포럼이 진행됐다. ‘원작 콘텐츠’로서 한국 만화의 세계적인 시장성에 주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목표의 행사였다.
‘성공한 오타쿠’라 칭해지는, 만화를 좋아하다가 네이버 웹툰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 한국 웹툰계를 이끌고 있는 김준구 네이버 웹툰사업부장이 직접 영어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한국의 웹툰 서비스를 소개했다. 기획자에게 직접 듣는 웹툰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학자에 대한 만화를 그려 성공한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유머 감각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2002~2005년 사이에 국내 포털 사이트 야후, 다음, 파란, 네이트, 네이버 등이 앞다투어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2004년부터 네이버 웹툰 서비스를 총괄해온 김준구 부장은 “네이버 웹툰의 경우 초창기에는 하루 이용자 수가 8000, 연재물이 5개에 불과했는데 10년 만에 하루 이용자수 700만 명에 도전 작품을 뺀 고정 연재물만 150개 작품으로 늘어났다”며 “이는 시장이 몇 배 커졌다는 수준이 아닌 비약적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10월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작가 사인회는 그야말로 이번 도서전의 하이라이트였다. ‘신·노·갓’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최고의 인기 웹툰, <신의 탑>의 시우 작가, <노블레스>의 손제호·이광수 작가, <갓 오브 하이스쿨>의 박용제 작가가 총 출동했다. 또한 향후 웹툰 연재를 계획하고 있는 이현세 작가도 최근작 <만화 삼국지>를 들고 참석했다. 웹툰 작품을 영문판 책자로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신의 탑>의 시우 작가(바깥쪽)와 <갓 오브 하이스쿨>의 박용제 작가(안쪽)가 지난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사인회를 열었다. 유럽 팬들은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의 이름과 내용을 꿰고 있는 등 한국 웹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인회 시간이 되자 각양각색의 만화 코스튬을 입고 온 유럽 팬들이 웹툰관으로 몰려들었다. 수백 명이 동시에 좁은 부스 안에 줄을 서느라 혼잡해 경비 요원이 출동할 정도였다. 이현세 작가를 비롯해 모두 자신의 만화 캐릭터를 그려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최선을 다해 사인회에 임했다. 유럽 팬들은 <신의 탑>, <노블레스> 등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과 내용을 꿰고 있었고, 선물을 준비해오는 등 한국 웹툰의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사인회를 마친 작가들은 하나같이 “외국 팬들이 이렇게까지 우리 작품을 좋아해준다니 너무 감격적”이라고 말했다.
노벨 문학상 발표에 바빠진 에이전시
도서전 둘째 날인 10일,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Alice Ann Munro, 1931~)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 소식이 전해졌다. 수상자가 확정된 뒤 8홀에 마련된 북미관에 있는 캐나다관을 찾았지만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7년째 도서전을 참석하고 있다는 한문숙 문학동네 저작권팀 과장은 “북미관이 차려지는 8홀은 늘 북적였는데 올해는 캐나다 작가인 앨리스 먼로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도 한산한 모습이여서 도서전의 활력이 떨어지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주요 도서의 저작권 계약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한 대형 출판사 대표는 “최근에는 해외 에이전시를 통해 기획 단계부터 어떤 책이 나올 정보를 받아보기 때문에 직접 만나지 않고도 계약을 할 수 있다”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거래되는 저작권 규모는 10%정도밖에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앨리스 먼로의 책을 주로 내는 캐나다 출판사 ‘McClelland & stewart’도 참석하지 않은 데다가 고령인 작가 역시 도서전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수상 소식에도 캐나다관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수면 밑에서 매우 바빠진 이가 있었다. 앨리스 먼로의 해외 판권을 갖고 있는 에이전시 관계자들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다음날 해당 에이전시와 미팅을 한 한문숙 문학동네 과장은 “담당자가 계속 어디선가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고 수상자 발표 직후부터 전 세계 출판사들의 미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이미 지난 3월, 에이전시로부터 엘리스 먼로의 마지막 책인 <디어 라이프(Dear Life)>의 제안서를 받고 국내 판권 계약을 마친 상태다. 이렇듯 겉으로는 평온해보이는 도서전은 물밑으로 ‘좋은 책을 선점하려는 경쟁’의 몸짓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도서전 바깥에서 열리는 시민 축제, ‘오픈 북스’
12일 오후 프랑크푸르트의 한 교회에서 열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낭송회. 행사에 참여한 김영하 작가는 독일에서 <검은 꽃>, <빛의 제국> 등 4권의 책을 냈다.
박람회장 밖에서는 프랑크푸르트 시민을 위한 책 축제 ‘오픈 북스’가 열렸다.
도서전이 열리는 박람회장 밖에는 프랑크푸르트 시민을 위한 책 축제인 ‘오픈 북스’ 행사가 한창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시민들과도 도서전의 축제 분위기를 함께 나누자는 취지인 이 행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에 맞춰 10월 9일부터 4일 동안 작가 낭송회, 주제별 전시회 등 107개의 출판 관련 행사가 시내의 도서관, 박물관, 교회 등에서 열리는 형태다.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김영하 소설가가 낭송회를 열었다. 12일 오후 2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 한 교회에서 열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낭송회에는 시민과 관람객 50여 명이 참석했다.
10월 초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독일어판을 재출간한 김영하 작가는 이미 독일에서만 <검은 꽃>, <빛의 제국> 등 4권의 책을 냈다.
낭송회에 참여한 독일인 브리기트 케일러(55) 씨는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듯한 아름다운 언어에 매료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두 권 구입했다”며 “한 권은 방송국장으로 일하는 옆집 이웃에게 전달해 한국 소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다양한 풍경들.
한편 이번 도서전에는 전자책 관련 기업 150곳이 참여해 활발히 교류했다. 최근 유럽, 미국, 중동 등에 전자책을 공급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 전자책 업체도 30여 곳 참여했다. 도서전 현장에서는 미국, 영국 전자책 시장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도 열렸다. 지난해에 최초로 전자책 공동관을 만들어 마케팅에 공을 들였던 한국 업체들 역시 올해 도서전 기간에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의 굵직한 전자책 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종이책과 전자책, 만화와 웹툰. 65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미래의 책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며 성대한 막을 내렸다.
[네이버 지식백과] 2013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 세계 최대의 도서전, 그 현장을 가다 (세계의 도서관, 임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