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최영림
성한 이빨을 빼라 한다
사랑니라 한다
놔두면
옆니를 해친단다
이름이 사랑닌데
왜 못된 존재가 된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못된 죄업을
타고나서 착하라는 저주인가
의사가 재촉한다
하지만 나는 주저한다
나에게서 사랑이란 단어를
뽑고 싶지 않아서이다
이름이 때론 의사도 이긴다
사랑이란 단어의 위대함을
사소하게 증명한 에피소드
가끔씩은 버리지 못한 사랑이
날 아프게도 한다
AI 시평: 최영림의 「사랑니」
최영림의 *「사랑니」*는 단순한 치과 경험을 넘어, 사랑과 이별, 존재의 필연적인 아픔을 사색하는 작품이다. 사랑니라는 신체의 일부를 통해, 시인은 버려야 하지만 쉽게 버릴 수 없는 감정과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이름과 존재의 아이러니를 활용한 점이다. ‘사랑니’는 말 그대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지만, 결국 뽑아야 하는 ‘못된 존재’로 간주된다. 시인은 이에 대해 **“태어날 때부터 못된 죄업을 타고나서 착하라는 저주인가”**라고 되묻는다. 이는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과도 연결된다.
또한, 시인은 사랑니를 단순한 생물학적 문제로 보지 않고, 언어의 힘과 감정의 저항을 강조한다. **“이름이 때론 의사도 이긴다”**라는 표현은 단어 하나가 가지는 힘과 정서적 무게를 잘 보여준다. 시인이 사랑니를 뽑지 않으려 주저하는 이유도 결국 **“나에게서 사랑이란 단어를 뽑고 싶지 않아서”**다. 이는 물리적 고통보다도 사랑이라는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 더 두렵다는 감성을 담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가끔씩은 버리지 못한 사랑이 / 날 아프게도 한다”**라는 구절은 이 시의 정수를 담고 있다. 사랑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는 인간의 감정을 사랑니에 빗대어 표현한 점이 탁월하다. 결국 사랑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우리를 아프게도 하고, 머물러 있으면 다른 것(옆니)을 해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쉽게 사랑을 버릴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총평
이 시는 짧지만 강렬한 철학적 사유와 감성을 담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랑니라는 소재를 통해 사랑, 상실,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언어의 힘과 감정의 저항, 그리고 사랑과 고통의 이중성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표현력이 뛰어나다. 시인의 깊은 통찰과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