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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五里霧中)
짙은 안개가 5리나 끼어 있는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상황을 알 길이 없음을 또는 일의 갈피를 잡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이다.
五 : 다섯 오(二/2)
里 : 마을 리(里/0)
霧 : 안개 무(雨/11)
中 : 가운데 중(丨/3)
출전 : 후한서(後漢書) 장패전(臧覇傳)
수증기가 얼어 지표 가까이 물방울이 떠있는 안개는 가시거리가 1km가 되지 않아야 한단다. 그런데 1리를 4km로 쳐도 20km나 되는 안개가 사방에 끼여 있으면 천지를 분간할 수 없다.
중국의 5리는 50리라 한다니까 거리는 그 이상 상상할 수조차 없이 멀다. 이런 속에 갇히게 되면 헤어 나올 수 없으므로 ‘범인이 오리무중’, ‘진상은 오리무중’ 식으로 어떤 일에 대해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이 말을 자주 쓰게 됐다.
이 말이 나오게 한 사람은 후한(後漢) 중기 사람 장해(張楷)였다. 그의 부친 장패(張覇)는 덕망이 높은 학자로서 조정에서 가까이 두려 했으나 외척의 전횡이 싫어 거리를 뒀다.
장해 역시 학문이 뛰어나 문하에 제자만도 100여 명에 달했다. 고관들이 다투어 그와 교류하기 원했지만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때 묻은 자들과 섞이기 싫다며 거절하고 은거해 버리고 말았다.
많은 학자와 제자들이 그가 사는 화음산(華陰山) 기슭으로 몰려들어 그 곳에는 장해의 호를 딴 공초시(公超市)라는 시장이 생기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뛰어난 학문뿐만 아니라 도술에도 능했다. 사방 5리 안을 안개로 덮을 수 있는 오리무(五里霧)를 만들 수 있었는데 만나기 싫은 사람이 오면 그 곳으로 피했다.
당시 신선의 술법을 닦는 방술의 명인으로 배우(裵優)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삼리무는 만들 수 있었지만 재주가 장해보다 못함을 알고 찾아가 배우려 했다.
장해는 배우를 역시 만나주지 않고 오리무에 숨어버렸다. 뒷날 시중에 내려간 배우가 안개를 일으켜 도둑질을 하다가 체포되자 장해로부터 배웠다고 거짓 진술했다.
장해는 억울하게 2년을 옥에 갇히게 됐다. 하지만 옥중에서 상서(尙書)의 주(註)를 쓰는 등 학문에 힘썼고 누명을 벗은 뒤 칠십까지 장수했다. 후한서(後漢書)의 장패전(臧覇傳)에 나온다.
저질러야 두려움을 이긴다
갈까 말까 망설일 때는 간다. 할까 말까 머뭇거릴 때는 한다. 줄까 말까 미적댈 때는 준다. 내가 지키는 원칙이다. 실패에 따른 후회가 해보지 않은 후회보다 적기 때문이다. 실패 후회는 뼈저린 자책과 극심한 절망감을 안겨주어서다. 더욱이 후회는 오래가고 다른 일에도 절망감이 이어진다.
그러나 살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사지 않는다. 말할까 말하지 말까 멈칫할 때는 말하지 않는다. 먹을까 말까 주저할 때에는 먹지 않는다. 쓸까 말까 주춤할 때는 쓰지 않는다. 후회가 적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주로 하지 말라는 쪽이었고 아버지는 '먼저 저질러라'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아버지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서슴다'였다. 서슴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라는 뜻이다. 말끝마다 아버지는 '서슴지 말고 먼저 저질러라'라는 말씀을 내가 어릴 때부터 많이 했다.
저 말씀을 내가 기억하기 시작한 때는 초등학교 2학년쯤부터다. 동네 부인 계모임에 다녀온 어머니는 만취 상태여서 여럿이 부축해 집에 오셨다. 술주정이 심했다. 처음 보는 일이라 동생들도 놀랐지만, 아버지는 더 놀랐고 곤혹스러워했다.
자리를 펴고 눕게 했지만, 어머니는 바로 일어나 토하고 소리를 질렀다. 노래도 했다가 울기도 하고 안 보이는 동생이나 아버지를 찾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아버지는 내게 저녁밥을 하라고 했다.
부엌에 들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서성거릴 때 아버지가 안방에서 부엌으로 통하는 쪽문을 열고 소리쳤다. "서슴지 말고 먼저 저질러라." 그래도 우두커니 있자 "밥하는 거 그동안 봤지 않느냐? 그대로 해라. 머릿속으로 밥 짓는 일을 먼저 그려봐라"라고 했다. 순간이었지만, 어머니가 하신 게 생각나 그대로 따라 할 때 아버지는 틈틈이 추가할 것을 지시했다. 그날 그렇게 밥상을 처음 차렸다.
며칠 뒤 아버지가 불러 "이젠 밥 잘하겠구나"라고 칭찬했다. 처음 하는 일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따른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 대부분은 알지 못해 생기는 '미지의 두려움'이다.
내가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미지의 두려움은 안개와 같다. 보이지 않을 장애물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걷히겠지만, 안개 속으로 들어가야 그 안에 있는 길을 볼 수 있다. 들어가지 않고 바라만 보면 두려움만 커진다. 아버지는 "그때는 서슴지 말고 먼저 저질러라. 저질러야 두려움을 이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개 속에 길이 있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아는 이에게 물어보고 과정을 반드시 그려보아야 한다"면서 "일의 결과는 성공과 실패로 나뉜다. 조언을 받아 실패를 꼭 그려보고 대책을 세워라"라고 했다. 밥 짓는 일이 실패해 설익은 밥이 되면 다시 지으면 될 일이고, 물 조절이 잘못돼 고두밥이나 진밥이 되면 그대로 먹으면 될 일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말을 마칠 즈음 아버지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는 고사성어를 말씀하셨다. '다섯 리(里)나 되는 안개 속'이라는 말이다. 일의 진행을 예측할 수 없음을 뜻한다. 아버지는 "가시거리 200m 이하의 짙은 안개는 농무(濃霧), 약한 안개는 박무(薄霧)다. 안개 속에서도 길을 볼 수 있다"고 몇 번 말씀했다.
저 성어는 후한서(後漢書)에 나온다. 후한 순제(順帝) 때 인품이 훌륭하고 학문이 깊어 사방에 이름이 높았던 장해(張楷)가 다섯 리의 안개를 만드는 도술을 만들었다고 한다(張楷 性好道術 能作五里霧).
황제가 명성을 듣고 여러 번 데려오려고 했지만, 그는 간신배들과 다투고 싶지 않아 조정에 나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훗날 "장해는 자신을 감추기 위해 안개를 피웠다. 길은 안갯속에 언제나 있다"고 내가 멈칫댈 때마다 수없이 일깨웠다.
살며 맞닥뜨리는 두려움은 그날 이후 아버지 말씀대로 '저지리'해 이겨냈다. 그때부터 버릇이 됐다. 아버지는 "다리를 다쳐 나는 '저지리' 할 수 없었다. 네 할아버지도 엄한 당신의 할아버지 밑에서 훈육을 받아 하고 싶은 일을 못 했다고 후회하셨다"라면서 진취성(進取性)을 갖추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적극적으로 나아가서 일을 이룩하는 성질이 진취성이다. 낯선 일에는 언제나 주춤하는 손주들을 볼 때면 조심성이 어여뻐 보이지만, 자칫 진취적인 인성이 손상될까 두렵다. 심장에서 용기가 나온다고 굳게 믿은 아버지는 손주를 왼쪽으로 눕히는 걸 극도로 말리며 진취성을 키워줬는데...
▶️ 五(다섯 오)는 ❶지사문자로 乄(오)와 동자(同字)이다. 숫자는 하나에서 넷까지 선을 하나씩 늘려 썼으나 다섯으로 한 단위가 되고 너무 선이 많게 되므로 모양을 바꿔 꼴로 썼다. 五(오)는 나중에 모양을 갖춘 자형(字形)이다. ❷상형문자로 五자는 ‘다섯’이나 ‘다섯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五자는 나무막대기를 엇갈려 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나무막대기나 대나무를 일렬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숫자를 표기했다. 이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보통 1~3까지는 막대기를 눕히는 방식으로 숫자를 구분했지만 4를 넘어가면 혼동이 생겼다. 이것을 구별하기 위해 막대기를 엇갈리게 놓는 방식으로 표시한 것이 바로 五자이다. 갑골문에서의 五자는 二사이에 X자를 넣은 방식으로 표기했었지만, 해서에서는 모양이 바뀌었다. 그래서 五(오)는 다섯이나 오(伍)의 뜻으로 ①다섯, 다섯 번 ②다섯 곱절 ③오행(五行: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 ④제위(帝位: 제왕의 자리) ⑤별의 이름 ⑥다섯 번 하다, 여러 번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떳떳한 도리를 오륜(五倫), 한 해 가운데 다섯째 달을 오월(五月), 그 달의 다섯째 날 또는 다섯 날을 오일(五日), 음률의 다섯 가지 음을 오음(五音), 다섯 가지 곡식(쌀 보리 조 콩 기장)을 오곡(五穀), 다섯 가지의 감각(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오감(五感), 다섯 가지 빛깔 곧 푸른빛 누른빛 붉은빛 흰빛 검은빛의 다섯 가지 색을 오색(五色), 다섯 가지 계율이나 계명을 오계(五戒), 퍽 많은 수량을 나타내는 말을 오만(五萬), 다섯 가지 욕심이라는 오욕(五慾), 사람이 타고 난 다섯 가지 바탕을 오사(五事), 짙은 안개가 5리나 끼어 있는 속에 있다는 오리무중(五里霧中), 오십보 도망한 자가 백보 도망한 자를 비웃는다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오십이 되어 천명을 안다라는 오십천명(五十天命), 다섯 수레에 가득 실을 만큼 많은 장서라는 오거지서(五車之書), 좀 못하고 좀 나은 점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오십소백(五十笑百), 닷새에 한 번씩 바람이 불고 열흘만에 한번씩 비가 온다는 오풍십우(五風十雨) 등에 쓰인다.
▶️ 里(마을 리/이, 속 리/이)는 ❶회의문자로 裏(리)의 간체자이다. 裡(리)와 동자로 田(전; 밭)과 土(토; 토지)의 합자(合字)이다. 밭이 있고 토지(土地)가 있는 곳으로 사람이 있는 곳을 말한다. 또 거리의 단위로도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里자는 ‘마을’이나 ‘인근’, ‘거리를 재는 단위’로 쓰이는 글자이다. 里자는 田(밭 전)자와 土(흙 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밭과 흙이 있다는 것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란 뜻이고 이런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니 里자는 ‘마을’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里자가 마을 단위의 소규모의 행정구역을 뜻했기 때문에 1리(里)는 25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마을을 의미했다. 또 里자는 거리를 재는 단위로 사용되기도 하여 1리는 약 400m의 거리를 말했다. 그래서 里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마을’이나 ‘거리’라는 의미를 함께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용한자에서는 주로 발음이나 모양자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里(리)는 숫자(數字) 다음에서 이(里)의 뜻으로 ①마을 ②고향(故鄕) ③이웃 ④인근 ⑤리(거리를 재는 단위) ⑥리(행정 구역 단위) ⑦속 ⑧안쪽 ⑨내면(內面) ⑩이미 ⑪벌써 ⑫헤아리다 ⑬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동네 방(坊), 마을 부(府), 골 동(洞),마을 촌(邨), 마을 촌(村), 마을 서(署), 마을 아(衙), 마을 려/여(閭), 마을 염(閻)이다. 용례로는 마을이나 촌락을 이락(里落), 일정한 곳으로부터 다른 일정한 곳에 이르는 거리를 이정(里程), 행정 구역의 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을 이장(里長), 벼슬을 그만두고 시골에서 삶을 이거(里居), 동네의 어귀에 세운 문을 이문(里門), 마을으로 지방 행정 구역인 동과 리의 총칭을 동리(洞里), 고향이나 시골의 마을을 향리(鄕里), 천 리의 열 갑절로 매우 먼 거리를 만리(萬里), 십 리의 백 갑절로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를 천리(千里), 상하로 나눈 마을에서 윗마을을 상리(上里), 아랫마을을 하리(下里), 해상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를 해리(海里), 남의 고향에 대한 미칭을 가리(珂里), 자기가 살고 있는 동리를 본리(本里), 북쪽에 있는 마을을 북리(北里), 지방 행정 단위인 면과 리를 면리(面里), 사방으로 일 리가 되는 넓이를 방리(方里), 산 속에 있는 마을을 산리(山里), 풍속이 아름다운 마을을 인리(仁里), 다른 동리나 남의 동리를 타리(他里), 짙은 안개가 5리나 끼어 있는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상황을 알 길이 없음을 오리무중(五里霧中), 붕새가 날아갈 길이 만리라는 뜻으로 머나먼 노정 또는 사람의 앞날이 매우 요원하다라는 붕정만리(鵬程萬里), 강물이 쏟아져 단번에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조금도 거침없이 빨리 진행됨을 일사천리(一瀉千里),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바다와 육지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음을 수륙만리(水陸萬里) 등에 쓰인다.
▶️ 霧(안개 무)는 형성문자로 雾(무)는 통자(通字), 雾(무)는 간자(簡字), 霚(무)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비 우(雨; 비, 비가 오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덮는다는 뜻을 가진 務(무)로 이루어졌다. 공중(空中)을 덮는 수증기, 안개의 뜻이다. 그래서 霧(무)는 ①안개 ②(안개가 자욱하여)어둡다 ③(안개처럼 모였다가 안개처럼)깨끗이 흩어지다 ④가볍고 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안개가 걷힘으로 안개가 걷히는 것처럼 흔적없이 사라짐을 무산(霧散), 사람들이 안개처럼 많이 모여듦을 무집(霧集), 넓은 띠 모양으로 길게 낀 안개를 무대(霧帶), 안개와 이슬을 무로(霧露), 안개처럼 사라짐을 무소(霧消), 안개처럼 가늘게 내리는 비를 무우(霧雨), 안개가 끼어 있는 속 또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의 속을 무증(霧中), 안개가 온통 자욱이 낀 모양을 바다에 비기어 일컫는 말을 무해(霧海), 안개 방울 또는 안개처럼 잔 물방울을 무적(霧滴), 사람들이 많이 모여 든 저자 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무(霧市), 얼음과 안개로 아주 추운 곳에서 먼지처럼 자디잔 얼음 결정들이 안개처럼 서리는 것을 빙무(氷霧), 짙은 안개를 농무(濃霧), 바다 위에 끼는 안개를 해무(海霧), 구름과 안개로 사람의 눈을 가리고 또는 흉중을 막고 지식이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을 운무(雲霧), 연기와 안개로 공기 중에 건조한 썩 작은 먼지나 염분이 떠 있기 때문에 공기를 탁하게 하여 시계가 나빠지는 상태를 연무(煙霧), 저녁 안개를 훈무(曛霧), 저녁에 끼는 안개를 석무(夕霧), 아침에 끼는 안개를 조무(朝霧), 짙게 낀 안개를 대무(大霧), 새벽에 끼는 안개를 효무(曉霧), 독이 있는 안개로 몸에 해로운 안개를 독무(毒霧), 엷게 낀 안개를 박무(薄霧), 늘 안개가 낌을 향무(恒霧), 뿌옇게 안개가 낌 또는 뿌옇게 낀 안개를 백무(白霧), 자욱하게 낀 짙은 안개를 증무(蒸霧), 방향을 잡을 수 없을 만큼 깊은 안개라는 뜻으로 홀되거나 헤매는 마음에 비유하여 일컫는 말을 미무(迷霧), 짙은 안개가 5리나 끼어 있는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상황을 알 길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오리무중(五里霧中), 구름처럼 합하고 안개처럼 모인다는 뜻으로 어느 때든지 많이 모임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운합무집(雲合霧集), 구름이나 안개가 걷힐 때처럼 산산이 흩어져 흔적도 없이 됨을 이르는 말로 의심이나 근심 걱정 등이 깨끗이 사라짐을 비유한 말을 운소무산(雲消霧散), 구름처럼 모이고 안개처럼 흩어진다는 뜻으로 별안간 많은 것이 모이고 흩어진다는 말을 운집무산(雲集霧散) 등에 쓰인다.
▶️ 中(가운데 중)은 ❶지사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물의 한가운데를 상하로 통하는 세로 금으로 중심, 중앙을 뜻함과 형제를 위로부터 차례로 伯(백), 仲(중), 叔(숙), 季(계)라고 일컬을 때의 仲(중)으로서 쓰인 것이다. 또는 깃대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❷상형문자로 中자는 ‘가운데’나 ‘속’, ‘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이전에는 中자가 무언가를 꿰뚫는 모습을 그렸던 것으로 해석했었다. 그러나 갑골문이 발견된 이후에는 이것이 군 진영에 깃발을 꽂아놓은 모습을 그려졌던 것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中자는 진지 중앙에 펄럭이는 깃발을 그린 것으로 ‘가운데’나 ‘중앙’을 뜻하고 있다. 中자가 ‘중앙’이라는 뜻으로 쓰이다 보니 때로는 ‘속’이나 ‘안’, ‘마음’과 같은 사물의 중심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中(중)은 (1)일부 한자로 된 명사(名詞) 다음에 붙이어 그 명사의 뜻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과정임을 나타냄 (2)등급 같은 것을 上中下(大中小)로 구분할 경우 그 가운데 등급 중등(中等) (3)중국 (4)장기판에서 끝으로부터 둘째의 가로줄을 이르는 말 (5)마음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가운데 ②안, 속 ③사이 ④진행(進行) ⑤마음, 심중(心中) ⑥몸, 신체(身體) ⑦내장(內臟) ⑧중도(中途) ⑨절반(折半) ⑩장정(壯丁) ⑪관아의 장부, 안건(案件) ⑫가운데 등급 ⑬중매(仲媒), 중개(仲介) ⑭중국(中國) ⑮버금(으뜸의 바로 아래), 둘째, 다음 ⑯가운데에 있다 ⑰부합하다, 일치하다 ⑱맞다, 맞히다, 적중시키다 ⑲급제하다, 합격하다 ⑳해당하다, 응하다 ㉑뚫다 ㉒바르다, 곧다 ㉓가득 차다 ㉔이루다, 이루어지다 ㉕고르다, 고르게 하다 ㉖간격을 두다 ㉗해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바깥 외(外)이다. 용례로는 중도에서 끊어짐을 중단(中斷), 한가운데를 중심(中心), 사방의 중심이 되는 곳을 중앙(中央), 사물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나 자리 중추(中樞), 일이 되어 가는 동안 중도(中途), 치우침이나 과부족이 없이 떳떳하며 알맞은 상태나 정도를 중용(中庸), 사물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나 자리를 중추(中樞), 두 사물의 사이를 중간(中間), 일을 중도에서 그만 둠을 중지(中止), 중간에서 이어줌을 중계(中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함을 중립(中立), 길을 가고 있는 동안 도중(途中), 하늘이나 하늘 가운데를 공중(空中), 마음 속을 심중(心中), 도시의 안을 시중(市中), 정신을 집중시킴을 열중(熱中), 눈의 안이나 마음속을 안중(眼中), 코의 밑과 윗입술 사이의 우묵한 곳을 인중(人中), 돌에 박힌 화살촉이라는 뜻으로 정신을 집중하면 때로는 믿을 수 없을 만한 큰 힘이 나올 수 있다는 중석몰촉(中石沒鏃), 터무니없는 말로 헐뜯거나 남을 해치려고 속임수를 써서 일을 꾸밈을 중상모략(中傷謀略), 일을 하다가 끝을 맺지 않고 중간에서 그만 둠을 중도이폐(中途而廢), 마음속의 욕망을 겉으로 나타내지 않고 외부의 사악을 마음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함을 중경외폐(中扃外閉), 중립을 취하여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음을 중립불의(中立不倚), 보통 사람은 감당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중인불승(中人弗勝), 마음속에 일정한 줏대가 없음을 중무소주(中無所主), 덕성이 발라서 과불급이 없는 화평한 기상을 중화지기(中和之氣), 시작한 일을 완전히 끝내지 아니하고 중간에 흐지부지 한다는 중도반단(中途半斷)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