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새치 누워있는 접시를 보니 청새치가 산다는 수심100m의 바다가 궁금해진다
심해도 천해도 아닌 그 중간 쯤 청새치 날렵하게 헤쳐 다녔을 바다
햇살은 어떻게 물의 속살을 뚫고 스며들까 바람은 어떻게 바다의 속내를 뒤집을까 물풀은 어떻게 물의 지긋한 무게를 이고
자랄까 청새치는 어느 순간 바늘에 아가미가 꿰어 물살을 놓치고 햇살 속으로 곤두박질 쳤을까
청새치는 전 생애 들어 요동치고 순간 온 바다 푸들거리고 햇살은 온 몸을 떨며 아득히 울고 청새치가 놓쳐버린
바다 물살이 물 속 깊이 숨어버린 바다
청새치 저렇게 누워서 그리움으로 붉게, 뭉클하게 젖어서
<시작노트> 오래 전 청새치 회를 처음 먹어보고 쓴 시다. 접시에 담긴 붉은 살점이 흔히 먹어온 광어나 우럭 등과
달라서 이름을 물어보니 청새치란다. 청새치라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거대한 물고기 아닌가. 노인이 삼일 간의 고투 끝에
잡아 올리지만, 배에 매달고 돌아오다 상어 떼에게 모두 뜯기고 뼈만 남게 되는 고기. 그 거대한 고기가 낚여져 하늘로 패대기쳐질 때는 어떤
느낌일까. 왠지 햇살과 바람과 파도가 모두 숨죽였을 그 순간. 청새치(Blue Marlin). 강하고 긴 창 모양의 턱이 특이한 농어목,
돛새치과의 해산어류.
기사입력: 2016/10/18 [15:39] 최종편집: ⓒ 광역매일 uid=186001§ion=sc30§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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