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同期인터뷰 3]광명중학교 교감 정영우
사회가 말도 안되는 온갖 범죄로 흉흉하다. 교육의 전당인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폭력은 이제 낯선 말이 아니다.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여 말썽이 나던 시절은 차라리 옛날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기도 하고, 사제(師弟)간에 고소고발사건이 비일비재한다. 왜 이러는 걸까? ‘불편한 진실’들이 사회나 학교 곳곳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인성(人性)교육이 실종된 때문일까. 좋은 대학만 가면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일까. 학생들을 그저 입시경쟁의 무한경쟁 속으로 밀어넣고 공부만 강요하여 그러는 것일까. 어쩌면 문제학생들을 ‘양산(量産)’하는 것은 선생님과 학부모를 비롯한 어른들과 이 사회가 아닐까.
이렇나 현실 속에서도 미래인재 교육을 양성하고 이 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교육하면서, 특히 중·고교 현장에서 20여년 동안 묵묵히 연극활동으로 제자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교육자가 있다. 광명중학교 정영우 교감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동문(6회)이다. 그는 중앙대 연극영화학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교육자인 부친(김제교육청 학무과장 역임)이 완강히 반대하여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외국어교육과 독어전공(76학번)에 진학하여 지금까지 사도(師道)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학 연극동아리에서 ‘파우스트’ 작품 등을 공연하면서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애초에 ‘예술의 끼’가 있었던 것일까. 정 동문은 1983년 충남 서천고등학교에서 교직의 첫 발을 내딛었다. 1992년 평택여고에 부임하여 학교특성화사업으로 연극반을 창단, 지도교사이자 연출가로서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과 끼를 살려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심어가도록 지도했다. 꿈을 가진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힘써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졸업한 제자들은 연극, 영화, 뮤지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각계각층에서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연극동아리 활동을 통한 협동심 함양, 창의력 신장, 무대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교육연극’을 통해 제자들에게 연극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대부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학교생활에 부적응자가 많아 크고작은 말썽을 일으켰다. 이들에게 특기/적성차원에서 방과후 놀이형태로 연극연습을 하게 하여 서로 친교를 통해 오고싶은 학교로 만들면서 정서가 순화되고 학습의욕까지 향상되었다. 1년간 ‘무결석 학급’으로 선정돼 우수사례 발표를 통하여 ‘경기도교육장상’을 받기도 했다(2001년). 그것은 아마도 연극지도를 하면서 그들과 온몸으로 뒹굴며 희로애락을 같이 한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러기가 어디 쉬우랴.
정 교감은 “20년 전을 회고해 보면, 그런 활동이 요즘 말하는 배려와 소통이 아니었는가 싶다”면서 “앞으로 남은 교직생활에도 합리적인 방침으로 선생님과 학생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30여편의 작품을 공연했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첫 작품은 평택여고에서 무대에 올렸던 ‘별 시리즈’. 1992년부터 ‘방황하는 별들’ ‘불타는 별’ ‘꿈꾸는 별’ 등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셰계를 다뤄 관객인 학생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다. 1998년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작품 ‘벽’으로 장려상과 특별상, 지도교사상(한국연극협회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또다른 작품으로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우수상 및 개인연기상을 받았다. 대부고등학교에서 2002-2003년에는 작품 ‘노을진 사리포구’로 경기도 청소년연극제에서 장려상 및 개인연기상도 받았다.
또한 안산 상록중학교에서는 수원검찰청 안산지청 주관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청소년연극제를 개최하는데 힘썼다. 그 결과, 학교폭력 등 청소년들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다룬 여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 검찰청으로부터 지도교사상을 받았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역할극을 통한 폭력예방, 성교육, 흡연예방교육, 안전교육 등을 몸소 체험하여 인성 및 감성교육을 터득하게 하였다. 어느 학교에 재직하든 연극반을 창단하여 한 해에 최소 두세 작품을 올린 것이 어느새 20년. 연극지도의 열정과 헌신은 평택여고, 대부종합고, 안산 상록중, 관리자(교감)이 되어 부임한 광명 소하중, 광명중학교에서도 이어졌다. 개인적 연극활동으로는 1997년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시집가는 날’과 2007년 여름 서울세실극장(덕수궁 옆)에서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현재도 광명중학교 교감선생님(2012년 7월 교장자격연구로 내년 승진 예정이라고 한다)으로 광명지역 문화예술교육 T/F팀장이자 문화예술교육의 전도사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학교교육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교감의 지론. 정 교감은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를 운영(소하중학교 교감으로 4년 6개월동안 근무)하며 창의지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지성교육을 통한 창의력 신장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 배움공동체수업과 협동수업을 통한 토론형 수업, 독서교육을 통한 비판적 사고력과 수학, 과학수업을 통한 탐구력 및 창의성 신장교육, 예체능교육을 통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감성 및 소통교육,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진로와 연계한 동아리활동 등에 주력하고 있는 관리자이다.
그는 이미 십 수년 전부터 방송과 연합뉴스에 인터뷰 기사가 나오고 교과특기자 ‘연극교사’로 명성이 자자하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위원과 평가위원(8년째 활동), 한국연극교사협회 이사이면서 경기도 특기적성연구회 및 경기도 창의적체험활동교육연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연극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자기표현력 신장은 물론 협동심과 바른 인성이 함양되어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하게 되고 결국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뛰어나게 된다”면서 “제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게 돼 교사로서 크게 보람을 느낀다. 특히 20년전 제자들이 스승의 날에 전화를 하고 찾아올 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호인(好人)답게 너털웃음을 잘 웃는 정 교감은 모든 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성격이다. 제자사랑 뿐만 아니라 모교인 전라고 사랑에도 남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09년 재경전라고6회 동기회 회장을 맡아 다수의 동문이 모교 행사에 참석하게 하는 등 친교활동을 원활하게 운영했다. 학교를 옮길 때마다 지역모임(평택, 안산, 수원, 광명지역)에도 적극 참여, 많은 선후배 동문들과 우애를 돈독히 하고 있다. 대학로 및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화제의 연극 및 뮤지컬 관람을 강추하는 그는 천상 ‘연극맨’이다.
동기인 최규록(현 재경전라고총동문회장) 동문은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처럼 친구 덕분에 쉽지 않은 연극이나 뮤지컬을 20여편 관람하는 등 고급 문화생활을 즐겼다. 그는 연극을 통해 제자들을 사랑하는 참스승의 본보기이자 우리 전라고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재경총동문회에서 해마다 5월에 실시하는 대동제와 체육대회에서 대학로 연극관람을 첫 시도하는데 정교감의 공로였다며 고마워했다. 동문 150여명은 대학로에서 ‘스페셜 레터’를 관람한 후 인근 음식점에서 점심을 같이 하며 모처럼 문화생활에 흡족했다는 소문이다.
그의 탄탄한 휴먼 네트워크는 그만의 노력의 결과.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으로 북적인다. ‘경기카네기 CEO클럽 아카데미’를 수료(광명카네기 19기)하여 경기도내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교제의 폭을 넓히는 등 부지런한 사회인이기도 하다. 퇴근 후나 주말에도 그는 쉴 틈이 없다. 오지랖의 넓은 것은 그만의 미덕. 타고난 천성인 것을 어이 하리. 20여년이 넘은 구력을 가진 테니스 실력과 평소 등산과 골프운동으로 다져진 건강이 사회활동의 원천이 되고 있다. 방송인을 꿈꾸다 전공을 살려 동원그룹에 취직한 큰딸과 대학생인 둘째딸, 아들 등 3남매, 부인 박정희(대단한 이름이다) 여사와 용인 석성산 자락인 동백에서 다복한 가정을 꾸리며, 그는 오늘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다.
*이 글은 2012년 8월호 재경총동문회에서 펴낸 ‘이메일뉴스’에 실렸다. 그는 현재 오산 대호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최근에 손자를 보아서 그렇치 않아도 ‘호빵’처럼 둥근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않고 있다는 후문이다.